인천∼제주를 오가는 카페리 여객선이 제주항 선석 부족으로 화물을 제대로 싣지 못하면서 운영난을 겪는 상황이다.

4일 인천지방해양수산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0일 인천∼제주 항로에 취항한 카페리 ‘비욘드 트러스트호’의 항차별 평균 화물 운송량은 636t(6월 11일 기준)으로 적재 용량 3천552t의 18% 수준이다. 화물 적재 공간이 80% 이상 빈 상태에서 매번 선박을 운항하는 셈이다.

배를 접안하는 선석이 부족한 제주항에서 지정 시간 내에 선석을 비워 줘야 하기 때문에 평일에는 4시간 50분, 주말에는 3시간 50분 안에 화물 하역과 적하 작업을 마무리해야 한다. 이 때문에 빨리 하역 작업을 마치는 화물차나 차량에 실린 화물 등을 주로 운송하고, 철근 등 벌크화물은 거의 싣지 못하는 실정이다.

인천해수청은 직접 제주도청을 찾아가 추가 선석 확보를 요청했으나 아직 대안은 마련하지 못했다. 제주항 크루즈선 부두를 임시로 사용하는 방안을 협의했으나 제주도는 조만간 크루즈 운항이 재개될지도 모르는데다, 보안·보세구역 해제 등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 등을 들어 난색을 보였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7년 만에 어렵사리 운항을 재개한 인천∼제주 항로에 취항한 비욘드 트러스트호가 적자 누적으로 앞으로 운항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취항 후 항차별 평균 여객 수도 188명으로 승선 가능 인원 690명(승객 정원은 810명)의 27% 수준에 불과해 적자 운항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배는 2만7천t급 대형 카페리 여객선으로 길이 170m·너비 26m·높이 28m로 승객 810명, 승용차 487대, 컨테이너 65개 등을 싣고 최대 25노트(시속 46㎞ 정도)로 운항할 능력을 갖췄다.

운영선사인 ㈜하이덱스스토리지 관계자는 "선석 부족으로 인해 화물을 유치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데다 기름값 인상으로 계속해 적자가 발생한다"며 "제주항을 이용하는 다른 선사들과 함께 선석 조정을 통해 상생하는 방법을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배종진 기자 jongjb@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