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규 전 경인지방환경청 환경지도과장
한정규 전 경인지방환경청 환경지도과장

남극의 지상 20㎞에서 30㎞ 상공에 오존이 층을 이뤄 태양으로부터 쏟아지는 자외선을 차단해 준다. 인간이 자외선에 노출되면 피부암, 백내장 등 질병이 발생한다. 오존층이 파괴돼서는 안 되는 이유다. 그런데 20세기 후반 이후 폭증한 자동차, 에어컨과 냉장고 등의 냉매제 프레온가스 사용 급증으로 대기 중 염화불화수소가 대폭 증가, 많은 오존층이 파괴돼 자외선이 쏟아지고 있다. 

오존층 파괴를 다룬 2010년 미국에서 개봉한 ‘일라이’라는 영화 이야기다. 2043년, 사방이 황무지와 잔해뿐인 황폐한 곳에서 사람들이 먹을 것을 찾아 헤맨다. 수십 년 전 일어난 커다란 폭발로 문명사회는 완전히 파괴되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인간성을 잃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데 허겁지겁한다. 오토바이 폭주족이 행인을 해치고 물건을 빼앗는 건 예삿일이다. 

이 영화에서 관심을 끄는 부분은 등장인물 모두가 외출 시 반드시 짙은 검은색 선글라스를 쓴다는 점이다. 지구 생태계 전멸을 그린 영화로, 그것도 오존층이 파괴돼 자외선이 조금도 차단되지 않고 지상으로 쏟아지는 상황에서 얼굴 거의 전 부분을 가리는 선글라스를 끼고 서로가 서로에게 총을 쏘고 흉기를 휘두르는 장면은 오존층 파괴로 인간이 겪는 음울함을 보여 줬다. 

지구 곳곳에서 산업화가 이뤄지면서 경제적 여유가 생기자 헤어스프레이 분사제나 에어컨 또는 냉장고의 냉매제로 프레온가스, 즉 염화불화탄소를 광범위하게 사용한다. 그 결과, 1985년 남극 상공 오존층에 큰 구멍이 뚫렸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러자 1987년 몬트리올 의정서를 발표해 오존층 파괴의 주범이 되는 염화불화탄소의 생산과 사용을 규제했다. 인간이라는 동물이 환경오염이라는, 자연피해로부터 보다 자유로워지기 위해 공동의 목표로 정한 중요한 사례 중 하나다. 21세기로 접어들면서 오존층 파괴 못지않게 심각한 게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 증가다. 온실가스로 지구온난화에 의한 기후변화가 심화돼 지구 곳곳에서 자연재난이 끊이질 않는다.

21세기 전 세계 인류가 지구 환경오염과 관련해 고통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오존층 파괴에 의한 남극지역의 오존층 구멍 크기가 현저히 작아졌다는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일시적이긴 해도 다행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미국해양대기청(NOAA)이 1982년 이후 남극 오존층 구멍의 크기가 가장 작아졌다고 2020년 밝혔다. 5월 오존층 구멍 1천640만㎢였던 것이 약 한 달 만에 1천만㎢까지 좁아졌다. 예년 같은 시기에는 오존층 구멍이 두 배나 큰 2천100만㎢까지 넓어져야 했다. NASA 위성사진을 보면 변화는 매우 극적이라고 했다. 특히 오존층 파괴를 나타내는 파란색 구멍은 사과만 하던 것이 자두 정도로 작아졌다. 중요한 것은 오존층 파괴가 줄은 원인을 대기 중 프레온가스 감소가 아닌 지구온난화가 오존층 구멍을 막았다는 미국항공우주국 주장이다.

지구온난화와 오존층 구멍의 크기와 관련한 이야기는 나사의 주장일 뿐 과학적 근거는 없다. 만약 온난화가 성층권 온도 상승에 영향을 줘 남극 오존층 파괴를 억제했다 해도 궁극적으로 좋지 않은 현상이다. 지구온난화의 원인인 이산화탄소 증가는 오존층 보존엔 도움이 된다 하더라도 기후변화를 주도, 인류를 비롯한 지구생태계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어떤 경우라도 지구온난화와 오존층 파괴는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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