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오는 11일부터 소득이 없는 사람이 서울에 살면 기준중위소득 85% 기준액과 가구소득 간 차액의 절반을 안심소득으로 지급받게 된다. 이것은 서울시의 안심소득 시범사업으로, 1단계로 기준중위소득 50% 이하의 500가구가 선정됐고 내년에는 2단계로 중위소득의 50~85% 300가구가 추가 선정돼 5년 동안 시행된다. 지원금은 1인 가구의 경우 최대 82만6천550원으로 매월 지급받게 된다. 이는 소득이 0인 경우로 2인 가구는 138만5천540원, 4인 가구는 217만6천460원이다. 

이 사업을 위해 서울시는 지난 3년 동안 소득 및 재산조사와 무작위 표본 추출로 500가구의 집단을 선정했다. 3년 동안 안심소득 시범대상으로 선정된 500가구의 비중을 보면 1인 가구가 200가구로 40%에 달하며, 연령대는 40~60세가 50%를 차지했다. 현재 기초생활수급가구가 34.4%, 차상위계층이 24.4%, 비수급가구는 41.2%다. 현재 지원을 받는 가구는 58.4%이고, 이들에게 기존 복지 여건과 안심소득의 여건은 자연히 비교가 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초연금은 30만 원이다. 만일 안심소득 사업이 전체로 펼쳐진다면 기초연금의 의미가 없다. 국민연금의 경우도 평균 지급액이 55만 원으로, 이 역시 국민연금을 내야 할 필요에 의문이 생길 것이다. 활동능력이 없어지는 미래를 위해 매달 연금을 넣는 사람들은 더 이상 연금을 넣지 않을 것이다. 일을 하지 않는데 매월 82만 원이 생긴다면 긍정의 효과보다 부정의 효과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열심히 근로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매달 그들이 받는 지원금이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된다. 게다가 지원받는 1인 가구의 50%가 활발한 활동을 해야 하는 40~60세이다. 물론 상세한 내용들은 알 수 없지만 작금의 국가가 최저생활을 보장하는 기초생활수급가구도 생계비 지원 등 다양한 지원을 받고 있지만 이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곱지 못하다. 근로능력이 있는데도 제도를 이용해 혈세를 낭비한다는 말을 듣고 있다. 

그런데 안심소득은 기존의 틀로 지원받는 이들은 물론 기존의 틀로도 걸러지지 않는 사람들에게 매달 지원한다. 그러면 이를 받는 사람들은 근로하려는 의지가 생길까. 아무 일도 안 해도 어느 정도의 소득이 매달 통장에 들어오는데 아침부터 만원 지하철을 타고 종일 일에 치이는 회사에 가려고 할까. 가족이 많을수록 꽂히는 소득도 많아지니 이보다 적은 월급을 받는 근로자들은 자괴감이 들 것이다. 서울시장은 서울시민 모두가 꿈꾸는 복지시스템을 펼치고자 이를 추진한다. 안심소득사업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비교집단도 선정해 이 사업이 미래형 복지모델로 가능할지를 타진한다. 

노동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 모두에게 균등한 최소의 생활비를 지급하는 제도는 이미 16세기부터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거론됐다. 훔치는 것 말고 목숨을 이어갈 방법이 없는 사람에게 생계수단을 제공해 절박한 상황을 없애고자 했다. 최근 양극화가 심해지고 일자리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치권에서 이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기본소득제도는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며 부의 재분배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현실적인 벽이 있다. 국민 모두에게 동등하게 적용하자면 세수를 증대해야 하는데 국민을 모두 포용하는 규모를 감당하기 어렵다. 세원으로 움직이는 재정의 한계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로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경우를 되짚어 보면 이것의 존재가 노동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일을 기피하는 결과를 만났다. 또 해외에서 기본소득제도를 실험한 결과를 보면 시범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재정으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돈이 들어가 시행이 중단됐다. 근로의욕의 차이도 발견할 수 없었다. 

기본소득을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려면 국내총생산(GDP)이 줄어들고 정부의 이전지출비용이 증가해 세금 인상을 피하기 어렵다. 세금 인상은 소비에 영향을 미치고, 이것의 악순환으로 현실 기반에서 돌리기 어려운 제도가 된다. 노동의욕이 줄어들고 이에 의지하는 극빈층이 늘어나는 등 효용 대비 논란이 많은 제도이고, 아직 성공한 나라도 없다. 이제 막 선진국에 이름을 올린 우리나라가 시도하기에는 버거운 이야기인데 500가구로 시작해 300가구를 더 늘려 5년간의 시범사업의 의의는 결과를 보지 않아도 끝까지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경기 침체기에 파트타임 일자리는 기본소득보다 낮은 소득을 만날 것이기에 일을 안 하는 쪽을 선택할 것으로 실업률만 높이게 될 것이다. 일하지 않고 놀고먹는 사람들의 증가는 그만큼 사회의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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