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지역에서 초·중·고교를 졸업하고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청년이 있었다. 정치에 관심이 많았던 청년은 대학 졸업반 시절, 자신이 배운 학문을 어떻게 하면 현실 정치에 효과적으로 적용할지를 궁리하는 데 골몰했다.

청년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세력화하는 문제 또한 그의 주된 관심사였다.

그가 청년유권자단체에서 활동하고, 당시 안산의 유명 정치인과의 만남으로 정치를 시작한 계기도 자신이 품은 이 같은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청년은 3선 시의원으로 지방의회의 수장이 됐으며, 역대 최연소 의장이라는 타이틀도 함께 갖게 됐다. 바로 안산시의회 송바우나(민주)의장의 이야기다.

1983년생인 송바우나 의장은 지난 1일 동료 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시의회 의장으로 당선되면서 의회 역사상 첫 30대 의장이자 청년 세대를 대변하는 정치인으로 주목받는다.

앞으로 2년간 제9대 안산시의회의 전반기를 이끌어 갈 송바우나 의장의 계획과 포부를 들어봤다.
 

-안산시의회 첫 30대 의장이다. 감회가 남다를 듯싶다.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고 감개무량하다. 우선 저를 믿고 지지해 준 동료 의원들과 시민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시의회 입성 전부터 과소대표되는 청년 세대의 입장을 현실 정치에 반영하는 구조와 그 해법에 관심이 많았다.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한국청년유권자연맹 경기남서지부 운영위원장을 맡아 활동했던 일이나 당시 천정배 국회의원과의 SNS를 통한 만남으로 정치에 입문한 일도 결국 이러한 문제의식이 동력으로 작용했다.

지난 8년의 의정활동을 통해 지역 청년들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일자리와 교육 등 청년 문제들의 점진적 개선을 꾀했으며, 오늘의 이 자리에 섰다. 제가 의장에 당선된 동력은 개인의 성취라기보다는 시대적 변화의 요구를 의회가 일정 부분 수용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의정의 폭을 더욱 넓혀 세대와 세대를 잇고 시민 전체의 이익을 늘리는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는 데 전력하겠다.

-9대 의회의 인적 구성이 다채롭다.

▶총 20석 가운데 의회 교섭단체의 의석 수는 더불어민주당 11석, 국민의힘 9석이다. 여소야대 정국이지만 여야 의석의 적절한 배분으로 힘의 균형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본다. 게다가 20명 중 10명에 이르는 초선 의원들이 참신한 관점으로 의정활동을 수행한다면 의회 조직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으리라 본다.

중국동포 출신 의원을 비롯해 여성 의원 9명, 30대 청년 의원이 5명을 차지하는 등 각계를 대표하는 의원들이 골고루 포진돼 역대 어느 의회보다 조화롭게 구성됐다. 이 같은 의원들의 면면은 9대 안산시의회를 더욱 역동적으로 만드는 자양분이 되리라 믿는다.

-9대 의회는 의장을 포함해 전체적인 구성이 역대 의회 중 가장 젊다. 젊은 의원들에게 기대하는 부분은.

▶앞서 언급했듯 30대 의원이 5명에 이를 정도로 의회 내 젊은 의원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젊다’는 말이 ‘사고의 유연함’이나 ‘참신성’, ‘실천력’ 등과 동의어는 아니다. 젊다는 사실이 단순히 생물학적으로 나이가 어리다는 의미를 넘어서려면 의정활동에 관한 부단한 연구와 노력, 그리고 정치인으로서의 자기 쇄신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후배 의원들이 시의원이라는 직업인으로서 프로 의식을 갖고 의정활동을하기를 바란다. 잠재력이 큰 만큼 여러 시행과 성찰의 경험이 쌓이면 ‘젊은 시의원’이라는 말이 곧 ‘일 잘하는 시의원’이라는 말과 같은 뜻이 되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임기 동안 의회를 어떻게 이끌 생각인가.

▶지난 8년간 의정활동에 임하면서 생산성과 효율성을 제일의 가치로 삼았다. 민주주의는 효율과는 거리가 있고, 지방의회가 민주주의의 첨병이라고 볼 때 시의원이 효율을 추구하면 모순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의회의 역할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가운데 집행부에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며, 시와 단순한 절차적 파트너가 아니라 실질적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도모한다면 효율성과 민주적 가치의 양립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9대 의회는 1991년 개원한 이래 처음으로 ‘분점 의회’, 즉 여소야대 상황을 맞았다. 의회 내에서 시장이 소속된 국민의힘이 소수당이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면서 긴장감이 한층 높아진 셈이다.

그러나 의회가 본연의 역할인 권력의 집중을 방지하고 시민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도록 협치에 나선다면 오히려 여소야대 정국이 시정의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다 줄지도 모른다. 갈등의 에너지를 생산적 에너지로 전환하는 조정자로서 적극 나서겠다.

-의장이라는 직책은 소속 정당을 뛰어넘어 전체 의원들의 화합을 이끌어 내야 하는 자리다.

▶국회와는 달리 지방의회의 의장은 당적을 보유해도 무방하다. 그럼에도 지방자치법이 규정하는 의회의 대표자로서 의장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고자, 그리고 의회 내 화합을 위해 당파적 이해관계는 가급적 내려놓겠다.

의원총회와 의장단회의, 간담회 등 의회 내 소통 창구를 적절히 활용해 의장실이 있는 2층과 의원실이 있는 1층 사이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겠다.

아울러 의원들이 의정활동을 하면서 최대한 역량을 발휘하도록 의회 안팎의 모든 기반을 최적으로 조성하겠다.

개인 능력에 맡기기보다는 시스템을 개선해 구성원 전체의 변화를 꾀하는 일에 주안점을 두겠다. 생활 정치에 가까운 지역 정치에서는 소속 정당의 이익보다 시민들과 지역의 이익을 우선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다.

시민들께서 정치적 효능감을 제대로 체감하는 생산적인 의회를 만드는 일에 매진하겠다.

안산=박성철 기자 psc@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