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승 ㈔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원장
강석승 ㈔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원장

7월은 1년 중 가장 온도가 높은 폭염(暴炎)과 장마의 달이기도 하지만, 남북관계사에 있어서는 분단 사상 처음으로 서울과 평양에서 동시에 합의문을 발표한 ‘7·4남북공동성명’(1972년)을 채택한 달로서 기릴 만하다. 또한 동족상잔의 대비극이었던 한국전쟁을 ‘조국해방전쟁’ 또는 ‘민족해방전쟁’이라 규정하는 북한당국이 3년여 계속된 이 전쟁을 중단시킨 ‘정전협정’이 체결(1953년 7월 27일)된 날이 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매우 주의를 기울이는 달이기도 하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정전(停戰)’이란 교전(交戰) 중에 있는 쌍방이 일시적으로 전쟁을 중단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북한당국은 이 날을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합리화하기 위해 "미제의 침략을 물리치고 조국의 자유와 독립을 수호하기 위한 정의의 민족해방전쟁"이라 주장하면서 ‘조국해방전쟁 승리기념일’ 또는 ‘전승절’이라 규정하고 있다. 

이런 견강부회(牽强附會)격인 주장을 합리화 내지 정당화하기 위해 북한당국은 1970년 7월부터는 공산권국가 국제기구인 ‘국제민주법률가협회’를 통해 6월 27일부터 7월 27일까지를 ‘반미공동투쟁월간’으로 설정한 가운데 지금까지도 전 관영매체를 동원해 왜곡(歪曲)된 주장을 하고 있다. 특히 정전협정 체결 20주년인 1973년부터는 이날을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일’로 제정한 데 이어 43주년인 1996년부터는 국가적 명절인 ‘전승절’로 제정해 1일간 휴무일과 함께 군부대에는 특식(特食)을 제공하고 있다.

이날 아침에는 당·정·군의 고위 간부들을 비롯한 각계각층 주민들이 만수대언덕에 있는 김일성·김정일 동상과 대성산혁명열사능 등에 화환을 바치는 행사를 진행하는 가운데 중앙보고대회, 군사퍼레이드, 충성의 편지 이어달리기, 전국 노병대회 및 각종 예술공연 등을 펼치고 있다. 더욱이 모든 주민들은 당(黨)의 지시에 따라 조국해방전쟁기념관과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을 참관한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자신이 일으킨 침략전쟁을 ‘미제가 일으킨 북침전쟁’이라 호도(糊塗)하면서, 그것도 실질적으로 참패(慘敗)의 결과를 초래한 이 전쟁의 정전(停戰)에 대해 ‘승리’라 장담하는 것일까? 그리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를 배제한 채 미국과만 ‘평화협정’을 체결하자고 주장하는 것일까?

북한당국은 자신들이 구소련과 중공의 절대적인 지원과 원조를 받아 감행한 이 전쟁의 발발 책임을 미국 측에 전가함으로써 그 책임을 모면하는 가운데 ‘우물 속 개구리’와 같이 외부 사정에 매우 어두운 2천300만여 명의 인민들에 대해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김○○정권’의 정통성과 정당성을 과시하는 소재로 삼으려 하기 때문이다. 즉, ‘미국’이라는 초강대국과 싸워 이긴 것은 전적으로 ‘김일성의 영명한 지도력’에 기인하다고 역설하고, 인민들로 하여금 ‘천출명장이자 절세의 위인’인 이들 정권에 "절대적인 충성을 다하라"는 무언(無言)의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북측이 이런 ‘정전 상태’를 기화로 헤 미국과의 ‘새로운 평화보장체계 수립’이라는 다음 카드로 옮겨 가려는 저의를 표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당국이 이처럼 우리를 배제한 채 미국과만 ‘평화협정’을 체결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이를 빌미로 주한미군을 철수케 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폐기하게 해 그들이 일관되게 요구해 왔던 ‘연방제통일’ 여건을 조성하려는 대남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결국 군사정전위원회 활동을 일방적으로 중단시키고 미국과의 군사당국 간 직접적인 접촉을 시도하는 가운데 미국과의 대화 채널을 유지함으로써 현 정치체제 타파(打破)를 기도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북한은 자신들이 저지른 천인공노(天人共怒)할 민족 상잔의 대비극이었던 한국전쟁을 ‘조국해방전쟁’으로 분식(粉飾)하며  ‘정전(停戰)’마저도 승리한 전쟁으로 호도하면서 지금까지도 그 정당성을 견강부회하고 있으니, 마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우(愚)를 범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물 속 개구리와 같은 인민들을 속이면서 내부 결속을 도모하려 하니, 정녕 그들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는 이치를 모르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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