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최성수가 자신의 베스트 앨범을 들어보였다.
가수 최성수가 자신의 베스트 앨범을 들어보였다.

"제가 생각하는 동행이란 ‘당신이 있기 때문에 내가 존재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누가 나와 같이 함께/ 울어 줄 사람 있나요/ 누가 나와 같이 함께 따뜻한 동행이 될까….’ 언제 들어도 편안함과 위로가 되는 명곡 ‘동행’의 가사 중 일부다. 가수 최성수는 1980년대 가슴을 저미는 선율과 노랫말을 써내는 싱어송라이터로 ‘남남’, ‘동행’, ‘해후’, ‘풀잎사랑’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낸 대형 가수다.

 데뷔한 지 30년이 훌쩍 넘었지만 그의 음악여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OST ‘위스키 온더 록(Whisky On The Rock)’이 인기를 끌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기호일보는 창간 34주년 기념호의 테마를 ‘동행’으로 정하고 7월 초 어느 날 서울 연희동에 위치한 갤러리 ‘cmgg collection’(대표 김희수)에서 창간 34주년 기념 특별 인터뷰로 ‘청춘을 노래하는 음유시인’이란 애칭과 함께 ‘풍류에 시를 더하는 작업이 행복하다’는 낭만가객 최성수를 모셨다.

 그가 기자에게 건넨 첫마디는 "기타를 어깨에 멘 모습이 어색하지 않죠?"였다. 그는 "어느 곳에 가든 가능하면 기타를 메고 다닌다. 때문에 나이가 들어가며 혹시라도 기타를 멘 모습이 어울리지 않으면 안 되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다음은 가수 최성수 님과의 일문일답. 

-기호일보 창간 34주년 기념호의 테마가 ‘동행’이다. 축하 인사 한마디 부탁한다.

▶기호일보의 창간 34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동행이란 말 자체가 ‘당신이 있기 때문에 내가 존재한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기호일보가 있어 내가 존재한다는 관점보다, 기호일보를 아끼는 독자들이 있어 기호일보와 우리가 존재한다’는 생각으로 서로에게 감사하고 배려하는 아름다운 ‘동행’, 행복하고 따뜻한 ‘동행’을 실천하는 기호일보가 되길 바란다.

-팬들께 인사 말씀 한마디. 

▶항상 느끼는 점이지만 가수로서 인사드리는 순간이 가장 기쁘다. 기호일보에서 창간 34주년을 맞아 이렇게 인터뷰 기회를 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린다.

가수는 점점 잊혀질 때가 서러운데, 이렇게 찾아주시니 감사하다. 가수 최성수입니다.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근황은.

▶살면서 이렇게 힘들었던 경우가 없었다. 코로나19로 많은 분들이 고통받고 모두가 힘든 상황이지만, 평생을 가수로 살아오며 한번도 그만둬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진지하게 그런 생각을 해 봤고 고민이 컸다. 특히 가장의 위치에서 책임과 무게감이 힘들었다. 아내의 표현을 빌리자면 "당신은 위기 능력 제로다"라는 말을 들으며 상당한 고민을 했다.

다행히 코로나19 상황이 완화되며 일상이 회복되는 중이다. 일상으로 돌아오니 힘들어도 가수라는 직업의 소중함을 느끼고 모든 일이 감사할 따름이다.

‘동행’이 수록된 최성수 2집.
‘동행’이 수록된 최성수 2집.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OST ‘Whisky On The Rock’이 장안의 화제다. 주변 반응은.

▶정말 기분 좋다. 행복하다. 주위에서 반응이 올 때 "아 그래! 내 확신이 맞았다"라는 생각이 든다. 20년 전 이 곡을 만들면서 느꼈던 기분, 노래가 좋은데 왜 히트를 안 하지, 공연 때 점점 부르지 않게 되고 신곡이라 처음에만 조금 부르곤 했었다.

그런데 수십 년이 지나 이 노래가 드라마 OST로 쓰이고 많은 분들이 관심과 사랑을 주는 상황을 보며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한마디로 ‘버팀의 승리’라 생각한다.

이 노래는 늦은 나이에 미국 버클리음대로 유학 갔을 때 고민을 담아 만든 곡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30대에 선택한 유학이지만 40대가 되도록 학위를 받지 못해 자신감이 갈수록 떨어지던 시절이었다. 불혹의 나이에 미국에서 공부하는 불안한 상황을 담은 노래다. 

위스키 온더 록은 얼음에 위스키를 따른 술을 말한다. 점점 녹아가는 얼음을 보며 내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싶었다. 점점 자신감도, 꿈도 녹아내리는 듯한, 적지 않은 나이에 공부를 마치고 다시 가수로 복귀했을 때의 불안감, 잘 될까 하는 걱정, 40대에 대한 걱정을 풀어낸 곡이다.

-수많은 히트곡 중 명곡인 ‘동행’의 탄생 스토리는.

▶처음에는 ‘가스펠곡’으로 만들어졌다. ‘누가 나와 같이 함께 울어 줄 사람 있나요’라는 테마를 가진 곡이지만, 원래는 ‘누가 주와 같이 함께…’였다. 저는 기독교인이다. 제가 평생을 헌신하고 믿는 사람으로서 가스펠 앨범을 하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써 온 곡들이 있었고 그 중 한 곡이다. 

‘남남’, ‘애수’라는 곡이 담긴 1집이 히트하며 2집에 대한 어떤 불안감이 있었다. 공연을 하던 중 우연히 알려지며 좋은 반응을 얻었고 발매가 되며 히트했다.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예술하는 사람들의 고민 중 하나인 경제적 문제, 부양할 가족에 대한 책임감, 가수로서 성공을 해도 어떻게 살까, 돈만 생각하며 살 도리도 없고, 동료들이 아티스트의 삶보다는 그냥 생활인으로 사는 경우를 보며 고민이 컸다.

제가 단지 생활을 위해 음악을 ‘호구지책’으로 여겨 살아왔다면 이 곡이 많은 분들께 위로를 주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무대에서 이 노래를 부를 때 이 곡이 사람들에게 줄 영향을 생각한다.

때문에 ‘동행’은 제가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여전히 많은 분들이 따라 부르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이것은 하늘의 뜻이 아니었나 싶다. 예술가로서 사는 현재의 삶이 너무 기쁘다. 동행이 주는 의미는 아름다운 멜로디와 가사가 주는 ‘아픔을 함께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가수 최성수.
가수 최성수.

-‘청춘을 노래하는 음유시인’으로 불린다. 동행과 시·음악이 주는 의미는.

▶내게 동행의 의미는 가족들과 팬분들, 무엇보다 존재의 이유인 음악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곡을 만들 때만은 모든 일을 잊는다.

15시간 이상을 작업에 매달리면서도 좋은 영감이 떠오를 때는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까울 정도로 소중하고 행복하다. 워낙 시를 좋아해 풍류에 시를 더하는 과정이 매우 행복하다.

초창기 명동 쉘브르에서 음악을 할 때 많은 음악가들과 영화인, 연극인도 교류하며 살았다. 돌이켜 보니 이 모든 일들이 사람을 통해 하나님께서 축복을 주시지 않았나 싶다. 곡 작업을 할 때 예전에는 보통 멜로디를 만들고 가사를 썼지만, 지금은 그게 잘 안 된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시에다 멜로디를 입히는 형태로 변화를 줬다.

처음에는 시에다 멜로디를 입히는 작업이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수월해졌다. 최근 작업한 곡 중 기형도 시인의 ‘질투는 나의 힘’이란 시에 멜로디를 붙여 만든 노래가 있다. 김용택 시인의 시 10곡 정도가 녹음을 마친 상황이며, 나태주 시인의 작품에도 멜로디를 더하는 작업을 했다.

-싱어송라이터, 뮤지컬 배우, 교수로서 왕성한 활동을 해 왔다. 앞으로 활동 계획은.

▶곡을 만들고 공연하는 일은 항상 진행형이다. 전에는 장안대학교 실용음악과 교수로 일하며 제자들을 가르친다기보다 오히려 제가 배우고 함께 신나게 노는 시간이었다.

지금은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에 출강하며 학생들과 소통하고 배우는 시간을 갖는다. 예전엔 대형 기획사인 ‘예당’에 오래 있었다. 예당아트TV 대표까지 역임했다.

이제 내게 남은 일은 화가가 그림을 남기듯, 노래하는 사람으로서 많은 노래를 남겨야 한다. 지금도 꾸준히 곡 작업을 한다. 특히 우리말의 멋과 운치를 노래로 표현하는 일들이 앞으로 내가 할 일이다.

그리고 리듬에만 너무 치우치는 음악보다 아름다운 멜로디와 가사를 통해 건강한 힘을 얻고 감동을 주는 음악을 만들어 갈 계획이다.

  안유신 기자 ay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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