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운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이명운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대한민국에 태어난 어린이는 얼마나 행복할까?

8살에 초등학교 입학하면 짧게는 16년, 길게는 20여 년은 공부한다고 열심을 다해야 한다. 아니다. 더 어릴 적부터 어린이집, 유치원까지 더하면 공부 기간은 늘어난다. 초등학교도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어린아이 세상이다. 할머니·할아버지, 그리고 이모·삼촌까지 어린아이를 위해 시간과 돈을 들여야 한다. 어린아이는 그것이 당연하다고 느끼면서 나이가 들어간다. 

얼마 전 종영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고두심 선생님(춘희 역), 김혜자 선생님(옥동 역)과 열연한 ‘은기’라는 어린아이가 우리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코로나19로 학교를 갔다, 안 갔다 하면서 줌(Zoom) 수업으로 기다리던 첫 등교를 기억해야 하는 어린이가 안쓰럽다. 할머니와 돌보는 가족들(이모, 삼촌, 고모 등)이 있어 조금은 나은 환경이었지만. 돌봄으로 공부하는 어린이-컴퓨터도 없이, 컴퓨터가 없는 환경에서-는 노력을 한다고 해서 같은 해에 태어난 친구들과 눈높이가 같아질까?

마동석 배우의 ‘범죄도시’나 송강호 배우의 ‘기생충’도, 보든지 말든지 자신이 결정할 수 없다. 

학교 마치면 학원과 운동, 나머지 특수(?) 공부-돈이 힘이라고- 하지만 드라마는 현실이 아니다. 영화나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어느 정도는 현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글을 쓰고 드라마를 만든다고 한다. 

‘우리들의 블루스’ 은기의 소원은 아버지가 읽어 주고 이야기해 준 ‘소원을 비는 100개의 달’이다. 어린아이는 단 한 번만이라도 자기가 꿈꾸는 세상이 이뤄진다고 믿고 소원을 빈다. 그렇다면 간절한 소원은 한 번이라도 이뤄질까….

현실이 조금은 달달하기를 바라면서 드라마를 보고 위로를 받는다. 현실에서 지치고 힘들 때 마음의 위로를 받기 위해서라도 김혜자 선생님, 고두심 선생님, 마동석 배우를 찾는 이유일 게다.

드라마를 같이 보는 부모는 적을 수 있다. 그것이 ‘바보상자’냐 ‘아니냐’보다는 그들에게 희망을 주는 드라마냐 아니냐를 고민하면서 시간을 정해서 같이 하는 부모도 많지 않다. 그 시간에 책을 보는 것이 좋다 나쁘다 하지 말고 어린아이에 눈높이를 맞추는 시간을 갖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 오고 있다. 

드라마 속 춘희와 은기, 가망은 없지만 희망 100개의 달에 은기 눈높이를 맞추고 있다. 폭우 속에서 춘희에게 한 번이라도 신세를 진 선장들이 선착장에 배를 띄우고 은기의 소원을 이루게 해 준다. 소원을 이루기 위해 폭우 속 배를 띄우고 소원을 빌고….

‘우리들의 블루스’는 어린아이(은기) 눈높이를 맞추려는 삼촌들이 노력하는 드라마였다고 생각한다. 순수한 어린아이의 시선을 어루만지는 어른들.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어린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제주도 어른들. 동화 속 100개의 달이 100개의 소원을 동시에 이룬다는 비현실적 이야기….

가계부채가 1천조 원을 넘어 1천860조 원을 지나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고 이리저리, 왔다리 갔다리, 자신만이 국민을 위한다는 이상한 논리로 사이비 교주보다도 못한 이상한 사람들이 정치판을 점령하고 하고 있다(의리도 없고 명분도 없고, 국민도, 시민도 없고).

민생경제는 찾아볼 수 없고 그들만의 리그에서 서로 도토리 키재기에도 지치고 지겹다. 자영업자의 비명을 듣지도 않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알 수 없다.

돈, 높은 지위, 좋은 학교도 아닌 가족들과 함께 지내는 집이라는 어린아이의 눈높이를 왜 맞추지 못하는지…. 드라마 같은 세상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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