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반세기에 가까운 세월을 다수의 공익을 위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를 박탈당해 온 남양주시 조안면.

서울과 가까워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어 아름다운 풍광을 만끽하지만, 막상 조안 주민들의 현실은 ‘삶의 바닥’에 가깝다. 상수원보호구역 지정 당시의 실수를 불편하게 여긴 조안 주민들의 피눈물이 구시대적 법률공학에서 벗어나지 못한 누군가의 비겁함 탓에 한강을 타고 흐른다.

그럼에도 조안 주민들은 아픔을 딛고 일어서 ‘규제와의 동행’을 꾀한다. 무조건적인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주장하지 않고 보다 합리적인 규제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동행’을 선택한 셈이다.

남양주시 조안면 북한강변 전경
남양주시 조안면 북한강변 전경

# 수도권 규제 1번지 조안면

1972년 대한민국에 개발제한구역이라는 개념이 처음 도입되면서 조안면의 건축물 신·증축, 용도변경 등이 엄격히 제한됐다. 당연히 재산권은 묵살됐고 이후 수도법, 문화재보호구역, 수도권정비계획법, 오염총량제 등으로 조안면은 ‘규제 백화점’으로 전락했다. 

여전히 시와 주민들이 환경정비구역 지정을 통한 지역 활성화를 추진했지만, ‘안 되는 이유’만으로 중무장한 환경부는 ‘사람’보다 ‘법령상의 해석’을 우선시하며 등한시해 왔다.

각종 규제에 원주민들은 생계를 위한 요식업에 뛰어들었지만, 2016년 검찰과 시의 합동 단속에 주민의 삶은 철저히 무너져 벼렸다.

당시 적발된 무허가 음식점만 86개소. 59명이 벌금형에 처해졌고, 이 중 7명은 구속됐다. 흉악범죄가 아니라 ‘먹고살려고’ 한 우리의 선량한 이웃들이 범법자로 낙인 찍히는 순간이었다. 비극은 2017년에도 계속됐으며, 결국 이를 비관한 한 청년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여전히 국민 누구나 누려야 할 병·의원, 약국, 미용실, 식료품점 등의 기본적 인프라가 조안면에 부재한다는 사실이다.

자연보전권역은 공장은커녕 연수시설마저 제한한다. 특별대책지역은 음식점이나 골프장을, 오염총량시행지역은 부하량을 할당하는 등 이중·삼중 규제는 조안면에서 ‘불가능’의 일상화를 가져왔다.

수종사에서 바라본 조안면
수종사에서 바라본 조안면

# 최첨단의 대한민국이 규제는 구한말?

대부분의 규제는 무분별한 개발, 국가 균형발전, 공공재에 대한 보호를 위해 이뤄진다. 상수원보호구역도 이러한 기본틀 안에서 만들어졌겠으나, 최첨단을 추구하는 현대엔 상당수 적합하지 않은 무분별하고 비과학적인 규제일 뿐이다.

국내 하수처리기술은 상당히 진전됐고, 고도화시설을 갖추면 하수가 먹는 물 수준까지 정화된다. 현재 상수원은 사실상 비점오염원을 통한 오염이 대부분이고, 이는 장마철 팔당댐을 보면 심각성을 쉽게 확인 가능하다.

그럼에도 현행 규제는 물에 대한 관리가 아닌 사람, 즉 주민을 규제해 수질을 담보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기술 발전과 시대 변화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무조건적인 규제는 주민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 뿐이다.

# 공익을 위해 해제가 아닌 ‘전환’을 

2020년 10월 조안면 주민들은 수도법과 상수원관리규칙을 대상으로 헌법소원을 청구해 같은 해 11월 전원재판부에 회부됐다.

조안 주민이 청구한 헌법소원의 회부결정은 심판청구가 적법함으로 규제 내용이 헌법에 합치하는지 여부를 적극적으로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2년 가까이 어떠한 결과도 나오지 않았음에도 조안 주민들이 희망을 갖는 이유는 ‘상수원보호구역’의 오랜 규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널리 확산됐고, 각계각층에서 관심을 갖고 지켜보기 때문이다.

조안 주민이 바라보는 상수원보호구역은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운 사안이 아니라, 실제 내용을 알고 보면 굉장히 단순 명료한 문제다. 조안 주민뿐 아니라 상수원보호구역의 과도한 규제로 피해받는 지역 주민들이 주장하는 내용도 ‘해제’가 아닌 합리적 규제를 통해 기본권을 갖고 생활할 환경이다.

특히 조금만 관심을 갖고 본다면 개발과 환경보호가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아파트가 들어선 양평군 양수리(오른쪽)와 대조적인 풍경의 조안면(왼쪽)
아파트가 들어선 양평군 양수리(오른쪽)와 대조적인 풍경의 조안면(왼쪽)

# 합리적 규제와의 동행

조안 주민들은 더욱 힘들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이제는 끊어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관계 부처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현 시대에 맞는 물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각오다.

조안 주민과 남양주시는 선제적으로 수자원을 확보하고자 노력했다. 지난해 11월엔 사업비 200억 원이 투입된 ‘조안면 공공하수처리시설 개선과 연계처리 관로사업’이 준공됐다. 총연장 17.1㎞의 오수관로 신설, 펌프장 8개소와 중계펌프장 3개소 신설 혹은 개량 등이 진행되면서 비상시 대응 체계를 갖추는 획기적인 변화였다. 하수오염원 유입 등이 발생하면 소규모 하수처리장에서 대형 처리장으로 연계 처리해 하수오염원을 사전 차단하는 시스템이다.

이처럼 주민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모두가 외치는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는 세상을 위해 규제를 없애 달라는 요구가 아니라 합리적으로 개선해 달라고 요구한다. 더 나은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규제 시행과 폐지, 규제 완화에 관한 내용이 아니라 정책 결정은 개방적이고 투명한 방식으로 규제 당사자가 참여해 진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대 기술 능력 범위에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규제 기준을 제시해 규제 당사자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다. 

  남양주=조한재 기자 chj@kihoilbo.co.kr

사진=<남양주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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