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엽 사회부장
이인엽 사회부장

삼인행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라 했다.

 논어에 나오는 구절로, 간단 풀이하자면 세 사람이 길을 떠나면 반드시 스승을 만난다는 의미다. 이는 여러 가지 의미로도 풀이되는데, 대표적으로는 배우려는 의지가 있다면 좋든 나쁘든, 설령 하찮은 돌일지라도 자신의 지식이나 품성을 수양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불과 10주 남짓인데 국정 운영 지지도 조사에서 부정 평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는 기사가 쏟아진다. 급기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1~15일 닷새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천51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평가 결과, 긍정 평가는 33.4%에 불과했고 부정적 평가는 66.3%로 집계됐다.

 혹자들은 조만간 부정 평가가 20%대로 내려앉는다고도 점친다. 그도 그럴 만한 이유는 윤 대통령은 임기 시작부터 청와대를 놔두고 1조 원에 달하는 돈이 들지도 모르는데 국가안보 핵심인 국방부를 내쫓았고, 한미정상회담에서 실적을 내지 못했으며, 나토 회의에도 ‘얼굴이나 익히러’ 다녀왔기 때문이리라.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는 악화됐고, 검찰 출신 위주의 독단적 인사에다, 굳이 가지 않아도 그만인 일본에 장관을 보내 국가 위상을 씹던 껌 뱉듯 바닥에 떨궜기 때문이다. 과학 방역을 외쳤지만 코로나19는 재창궐 조짐은 보이는데다, 경제적으로 좀 나아지리라 기대했던 국민들에게 각자도생을 외쳤다. 따뜻한 마음으로 이해해 달라며 저축은행 배불려 주는 발표에다 선거기간에 발표했던 공약 파기도 남발한다. 국민들은 지칠 대로 지쳐 이제는 욕할 힘도 남지 않았다고들 푸념한다. 보수적 성향을 강하게 드러내는 일부 언론도 내심 걱정스러운지 비판인지 충고인지 모를 기사를 양산한다.

 하지만 괜찮다. 어린아이뿐만 아니라 하다 못해 돌멩이에게서도 배울 점은 존재한다 했다. 윤 대통령을 반면교사 삼아 차기 대통령이나 집권여당은 충분히 공부해 발전하는 기회로 삼으리라. 180석이나 자리 꿰차고 앉았어도 국민의 뜻이 뭔지 파악조차 못해 국민의 명을 받들지 못한 무능한 거대 야당도 배울 점이 많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도 윤 대통령과 집권여당에 일부 고마움은 느낀다. 콘크리트보다 더 단단하게만 보였던 집안 어른들이 현 정부가 펼치는 새로운 스킬에 ‘가진 자는 더 잘 살고, 가지지 못한 자는 더 어려워진다’고 느끼기 시작해 좀처럼 시작조차 하기 힘들었던 대화의 물꼬가 터지는 기회를 만들어 줬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TV뉴스를 보며 한숨 짓던 집안 어른들이 지금은 단전에서부터 올라오는 한숨을 길게 내쉬곤 한다. 그간 정치적 타협점을 찾지 못해 자칫 말 한마디 잘못 꺼내면 며칠은 대화가 단절될까 봐 서로가 서로에게 말을 아꼈지만, 이제 윤 대통령이 기회를 만들어 줬으니 시도해 보려 한다. 정말 감사하다.

 윤 대통령은 ‘경험’이 우리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가르침을 내리셨고, 한 나라를 이끄는 대통령을 뽑을 때는 ‘당’보다 인물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깨우쳤다. 이 또한 정말정말 감사한 일이다.

 늦은 밤 술에 취해 늙수그레한 택시기사를 만나면 어르신 심기라도 건드릴까 두려워 침묵해야 했지만 윤 대통령께서 그러지 말라고, 이 사회와 대화하라고 기회를 주셨기 때문에 이제는 용기를 내보려 한다. 정말로 진짜로 퍽 감사하다.

 보다 많은 국민들이 욕하고 비판하며 아까운 에너지를 낭비하는 대신, 하나라도 배울 점과 감사함을 굳이 찾아내 스스로 힐링하기를 바란다.

 윤 대통령께서는 ‘자율·책임 방역’을 강조하시는 등 하루가 멀다 하고 국민 하나하나가 스스로 강해지라고 주문하고 계신다. 윤 대통령께서 생각하시는 국가 발전의 근간을 믿고 추종하련다. 거참.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