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우 인천시 서구 아동정책보좌관
이선우 인천시 서구 아동정책보좌관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던 2020년 여름,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고자 발달장애 아동 부모님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요청드렸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가족과의 만남도 꺼리던 때지만 기꺼이 시간을 내주셨던 부모님들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담담하게 풀어내신 그간의 어려움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마치 예기치 못한 사고처럼 찾아온 자녀의 장애 진단, 그 이후 휘몰아치는 극심한 혼란 속에서 나와 자녀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듯한 세상과의 ‘단절’이었다.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에 끼친 영향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 ‘단절’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너무나 당연시했던 것들, 학교를 가고 가족을 만나고 친구와 모임을 갖고 영화를 보러 가는 일상의 즐거움이 한순간에 끊겼다. 전례 없는 상황에 모두가 힘들었지만 아마도 가장 큰 어려움을 겪은 이웃은 장애아동 가족이 아닐까 생각한다. 

준비할 틈도 없이 시작된 온라인 수업에서 발달장애 아동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게다가 복지기관이 일제히 휴관함에 따라 장애아동 돌봄은 온전히 가정의 몫이 됐다. 진단 초기에 느낀 세상과의 단절을 다시금 느끼게 된 거다. 단절이 무서운 건 희망까지 뺏어가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밝힌 코로나19 장애인 인권 피해조사(2021) 결과에 따르면 발달장애인들은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코로나19 이후 삶의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과 좌절감에 따른 삶의 의욕 저하’를 가장 많이(27.9%) 꼽았다. 발달장애인에게 있어 세상과의 단절은 삶의 의욕까지 꺾어 놓을 만큼 삶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는 뜻이다. 

지난 1일, 민선8기 시작과 함께 전국 지방자치 행정부와 의회가 새롭게 출발했다. 이 시기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영역을 꼽자면 바로 SOC(Social Overhead Capital, 사회간접자본) 구축이라 할 수 있다. SOC는 주민의 생산활동과 소비활동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해 주는 공공자본을 뜻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전기, 도로, 철도와 같은 대규모 사업뿐 아니라 사회구성원들의 교육 그리고 사회제도까지 포함한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SOC의 기반을 세우는 중요한 이때, 발달장애인 가족들이 진단 초기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해 다시 겪는 단절을 회복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됐으면 한다. 눈에 보이는 굵직굵직한 사업도 중요하지만 실상 더 급박하고 간절한 건 사회와 단절된 이들이 다시금 공동체로 들어올 수 있도록 믿음직하고도 든든한 다리가 돼 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장애아동을 위해 자치단체가 구축할 수 있는 SOC로는 무엇이 있을까? 무엇보다 아동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는 사회와의 단절을 극복하는 것이 먼저다. 놀이와 돌봄에 대한 체계적이고도 촘촘한 지원이 우선시 되는 이유다.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장애아동들이 비장애아동들과 함께 마을에서 어울려 놀 수 있도록 유니버설디자인으로 설계된 무(無)장애 놀이터를 꼽을 수 있다. 마을의 모든 놀이터에 설치된다면 장애 인식 개선에도 효과가 상당하리라 본다. 

서울시에서 진행 중인 공공형 키즈카페 모델을 응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장애아동이 마음 편히 뛰어놀고(함께 놀러 온 비장애아동과 함께), 전문가 선생님에게 재활치료도 받는 이상적인 공간이다. 

장애인 셰프와 바리스타가 만든 브런치와 커피를 마시면서 같은 아픔을 가진 부모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장애아동 키즈카페도 지자체에서 도전해 볼 만한 가치 있는 모델이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마을 울타리 안에서 함께 어울리다 보면 서로 간 편견과 오해가 점차 줄어들지 않을까?

희망을 안고 시작한 민선8기를 맞아 보다 넓은 의미의 SOC 구축, 다시 말해 사회구성원 간 폭넓은 소통과 공감에 기반한 배리어프리 돌봄으로 장애와 비장애를 가로막는 모든 경계가 사라지길 소망한다. 그게 바로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발전하는 진정한 통합임을, 함께 잘 사는 길임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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