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파타고니아는 맥주를 팔까

신현암 / 흐름출판 / 1만7천500원

아웃도어 브랜드로 유명한 파타고니아는 2016년 뜬금없이 롱 루트 에일(long root ale)이라는 맥주를 선보인다. 맥주를 통해 지구를 구하겠다고 하면서 말이다. 왜 등산용품을 만들던 회사가 갑자기 맥주를 만들게 됐을까? 여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맥주의 주원료인 밀은 한해살이 작물이다. 다시 말해, 밀을 재배하기 위해선 해마다 밭을 갈아야 한다. 흙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거대한 저장고다. 지구 토양에는 공기보다 3배나 많은 양의 탄소가 저장돼 있다. 그런데 밀을 재배하기 위해 트랙터 등 기계를 사용하는 대규모 기업형 농업이 확산되자 흙 속에 있어야 할 다량의 탄소가 지면 위로 배출되기 시작했다. 이는 기후 위기가 촉발시킨 탄소 중립 흐름과는 배치되는 농법이다.

파타고니아는 밀이 아니라 여러해살이 밀 품종인 컨자(Kernza)를 통해 이런 흐름을 바꾸고자 했다. 컨자는 긴 뿌리를 통해 영양분이나 물을 모으는 기능이 뛰어나 생육에 필요한 물이나 비료 사용량이 적다. 뿌리 길이가 3미터가 넘을 정도로 땅속 깊이 뻗어 나가는 특성 덕택에 상당량의 이산화탄소를 땅속에 저장할 수 있다.

파타고니아의 이런 활동은 지금까지 ‘기행’에 가까운 사례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로 통칭되는 ESG의 물결이 거세지고 새로운 소비 주체로 MZ세대가 주목받으면서 파타고니아의 기행은 ‘오래도록 사랑받는 브랜드’가 갖춰야할 본보기로 떠오르고 있다. ESG와 MZ세대가 촉발시킨 새로운 흐름 속에서 오래도록 사랑받는 브랜드의 비밀은 무엇일까?

이 책은 ESG 시대의 지속가능한 브랜드 관리 원칙을 담았다. 저자들은 ESG 시대에 오래도록 사랑받는 브랜드가 갖춰야 할 원칙으로 ACES 모델을 제시한다.ACES는 적합성(Adaptability), 일관성(Consistency), 효율성(Efficiency), 당위성(Substantiality)을 의미한다. ACES모델을 통해 전 세계의 다양한 기업과 브랜드를 분석했다. 다양한 사례들 중에서 시사점이 중복되는 것들은 정리하고 유의미한 결과를 내고 있는 25개의 브랜드들 소개한다.

우리가 여기 먼저 살았다

크리스털 D. 자일스 / 초록개구리 / 1만5천 원

이 책은 오래된 동네가 재개발되거나 상권이 되살아나면서, 원래 살던 사람들이 내몰리게 되는 현상인 젠트리피케이션을 주제로 한 동화다. 

주인공 웨스는 우리나라로 치면 초등학교 6학년에 해당하는 나이다. 그 또래가 흔히 그렇듯 사회 문제도 관심이 없다. 다른 점이 있다면, 동네일에 발 벗고 나서는 엄마를 두었다는 것뿐이다. 그래서 생일날에도 엄마 손에 이끌려 시위에 나서게 된다. 

맨 뒤에 대충 서 있다 올 생각이었는데, 그곳은 웨스와 가장 친한 형이 살던 곳이다. 형은 살던 아파트에서 쫓겨나 모텔에서 임시로 살고 있고, 아직 남은 사람들을 위해 시위를 하는 것. 어떻게든 재개발을 막기 위해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동산 개발 회사는 웨스네 집과 동네에도 찾아온다. 지금껏 웨스는 사회 문제는 자기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부동산 개발 회사가 올해 말까지 웨스네 동네를 접수하겠다고 하자, 누구에게나 언제든 나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가장 나쁜 일

김보현 / 민음사 / 1만5천 원

3년 전 아들을 떠나보낸 뒤 우울증과 신경쇠약에 시달리던 정희에게 또 한번 시련이 찾아온다. 남편 성훈이 실종된 것이다. 그것도 정희가 보는 앞에서. 

황망함도 잠시, 한때 정신 나간 사람처럼 살았던 정희는 어느 때보다 더 높은 집중력을 발휘해 남편의 행방을 쫓는다. 

한편 철식의 삶은 3년 전 아내가 한강에 투신한 날에 멈춰 있다. 인민군 장교 출신의 냉정한 성격이었던 철식은 누가 봐도 정신 나간 사람처럼 목격자와 타살의 증거를 찾아 헤맨다. 그러던 중 아내가 죽던 날 밤 현장에 의문의 남성 김성훈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정희와 철식의 추적이 한곳으로 모이며 감당할 수 없는 진실이 드러난다. 

남편의 실종, 납치, 외도 및 살인 의혹, 자살 기도 등 이어질 사건을 한 발짝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급박하게 전개되는 충격 속에서도 정신을 잃지 않고 진실에 다가서는 정희. 아내의 자살 이후 남겨진 미스테리한 진실을 추적하는 철식의 연합 라인은 지금껏 존재한 적 없는 비극의 듀오이자 절망의 하모니다. 나쁜 일 뒤에 더 나쁜 일, 이윽고 가장 나쁜 일이 연쇄하는 가운데 드러나는 물질주의와 물신주의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슬픔을 준비해 놓고 기다린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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