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문주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장
권문주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장

어릴 적 뛰놀던 마을 앞 맑은 개울과 창을 열면 청명한 개구리 울음소리, 이윽고 대문을 나서면 눈앞에 펼쳐진 초록빛 물결. 도시생활을 하는 필자에게 이제 그러한 자연하천 풍경은 하나의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도심하천은 물의 느린 흐름과 도로변 생활하수 유입 등으로 기온이 상승하는 여름철에는 하상퇴적물이 부패돼 악취를 유발시킨다. 또한 무분별한 하천 복개 콘크리트 구조물 등을 설치해 오염물질을 스스로 정화하는 자정 능력이 저하돼 수질 상태가 더욱 악화된다. 특히 비가 내린 후 유해물질의 하천 유입으로 초래된 물고기 떼죽음 등의 언론 보도를 종종 접하기도 한다.

이처럼 도시 중심지를 거치는 하천은 자연환경이 파괴돼 물이 오염되고, 이로 인해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또한 하천 주변에 버려지는 각종 쓰레기는 해양오염의 주범으로도 알려졌다. 따라서 하천을 원형 그대로 보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맑은 물이 흐르면서 도심 온도를 낮추고, 더불어 다양한 수변공간을 제공하는 생태하천 복원은 미래 세대를 위한 우리의 과제다.

굴포천을 비롯한 공촌천, 장수천, 승기천 등 시민 생활권에 위치한 여러 하천은 도심을 거쳐 인천 앞바다와 모두 연결돼 있다. 인천의 가장 긴 물줄기인 굴포천은 부평지역을 관통해 한강하구와 합류하고, 공촌천은 해안 매립지대인 청라신도시를 지나 서해바다로 흐른다. 

또한 장수천의 경우 상류에 인천대공원, 하류에는 소래포구의 습지보호구역이 놓여 있다. 문학산에서 시작된 승기천은 국가 중추 산업단지인 남동산단을 경유해 송도 앞바다를 향해 있다. 이 외에도 해 질 무렵 낙조가 무척 아름다운 서해바다로 여러 물줄기가 쉼 없이 흐르고 있다. 

최근 개정된 물환경보전법은 수질·수량·수생태계가 연계된 지속가능한 물 관리체계로 전환돼 인간과 자연이 상호 공존할 수 있는 생태하천 조성의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에 인천시는 지난해 6월 최초 물길이음 사업으로 굴포천 일부 복개 구간의 콘크리트 제거 및 탐방시설 설치 등 생태문화 체험사업에 착수했다.

연구원은 장수천 등 주요 하천 11개 지점을 대상으로 매월 수질 모니터링을 실시해 오염원 추정 등 수질관리 자료를 시와 군·구 관련 기관에 정기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또한 수서곤충류 등 하천 저서동물의 군집구조를 파악해 생태학적 건강상태를 분석하고, 중금속 등 독성물질 영향을 감지하는 물벼룩을 활용해 수질오염 원인 분석 등에 적극 활용한다.

그간의 연구 결과를 종합한 결과, 유입 방류수의 수질 개선과 유지용수 적정량 공급, 지류하천 생태 복원 및 도로변 비점오염원 관리 등이 생태하천 수질관리에 매우 중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생태하천은 코로나19로 지친 도시생활인이 거닐며 명상을 할 수 있는 좋은 공간일 뿐만 아니라 하천변에 조성된 작은 산책로, 곳곳에 설치된 전망대와 개울을 가로지르는 징검다리 등은 가족 모두를 즐거운 동심의 세계로 안내하는 야외 나들이 장소가 될 것이다. 연구원은 수질 모니터링에 그치지 않고 시·군·구와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해 시민들이 체감하는 쾌적한 생태하천을 조성하는 데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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