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의 이해

이윤·도경수/ 창해/ 1만9천800원

우리는 ‘지리’를 통해 무엇을 어떻게 배우려는가?

 폴 크루그먼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 이론을 일반 독자들에게 설명하는 책 「폴 크루그먼의 지리경제학」을 번역하고 해설한 이윤 인천대학교 무역학부 교수와 인지심리학을 전공하고 성균관대학교 심리학과에서 정년퇴임한 도경수 교수가 함께 펴낸 「지리의 이해」는 ‘세계는 어떻게 다르고, 왜 비슷한가?’라는 부제에서 엿보듯 지리를 알면 세상을 좀 더 체계적으로 이해하게 된다는 점을 깨닫게 해 준다.

 이 책의 가장 큰 목표는 일반인들이 해외에 대해 심층적으로 이해하게끔 돕는 일이다. 어떤 대상을 심층적으로 이해하려면 이해의 틀이 있어야 하는데, 이해의 틀은 궁극적으로 자기가 만들어야 한다. 이때 누군가가 틀을 알려 주면 그 과정이 훨씬 쉬워진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세 가지에 주안점을 뒀다. 첫째, 여러 지역을 아우르는 일반적이고 체계적인 틀을 제공하려고 한다. 어떤 대상을 심층적으로 이해하려면 전문가의 답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판단하는 데 필요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

 책은 해당 지역에 관한 사실들을 체제화하는 틀로 특수성과 일반성을 제안했다. 특수성은 특정 국가나 지역에서만 나타나는 독특한 행동을 가리키는데, 지리나 기후와 같은 자연지리 요인, 역사와 제도로 대표되는 인문지리 요인, 그리고 홀과 홉스테드 등이 제안하는 문화특성의 세 가지 요인을 기저요인으로 설정하고 이 요인들을 이용해 설명하려 했다.

 둘째, 기존의 학술 서적들은 대부분 이론적이거나 실무적이어서 읽기가 쉽지 않다. 책에서는 비교적 잘 알려진 사례들을 이용해 흥미를 돋우고, 평소 생각하던 방식과 다르게 사례들을 살펴볼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 해소 욕구에 부응할 뿐만 아니라 읽는 재미를 더한다.

 셋째, 이해를 돕는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는 기존의 틀을 이용해 새로운 사례를 예측해 보는 방법이다. 4부에서는 특수성과 일반성의 틀을 문화와 비즈니스 그리고 앞으로의 발전 방향에 적용했다. 한국 사회 곳곳에서 최근 들어 더욱 크게 불거진 신뢰와 공정의 문제에 대해서도 진단하고 예측해 보려 했다.

 책은 비즈니스 현장에서 실용적 목적에도 부응하고자 하는데, 해외 지역별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데 유용한 시사점을 제공하는 틀로 이용 가능하다.

 특히 해외 지역의 문화 특성을 고려해 지역별 특수성을 고려한 마케팅 전략 수립에 유용하게 활용되면 좋을 듯싶다.

 책은 총 4부 7장으로 구성됐다. 차례만 봐도 책 전체 흐름을 한눈에 파악하게끔 편집했다. 다 알듯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다. 저자들은 "세계는 어떻게 다른가?", "세계는 왜 비슷한가?"라고 끊임없이 묻고 답한다.

 책을 통해 해외 여러 나라와 지역을 알아보는 유익한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더불어 ‘지리와 경제’ 분야에 관심을 있다면 「폴 크루그먼 지리경제학」도 함께 읽기를 권한다.

옥희씨 이야기

용옥희 / 강남커머스/ 1만4천800원 

초등학교 문턱도 밟아 보지 못한 85세 용옥희 씨가 75세에 한글을 배우기 시작해 10년 만에 자서전 「옥희씨 이야기」를 출간했다.

 옥희 씨는 1938년 강원도 인제의 두메산골 늠바우에서 이남사녀 중 막내딸로 태어났다. 12살에 한국전쟁을 겪었고, 16살에 이웃 마을 갑둔리 총각과 결혼했다. 18살에 첫딸을 낳았으나 돌 지나서 죽고, 그 뒤로도 아들 둘을 돌도 안 돼 모두 잃었다. 이후 2남3녀를 뒀는데 몇 년 전 큰딸을 앞세우면서 ‘한 많은 인생’을 기록으로 남기기로 결심했다.

 옥희 씨는 입 하나 줄인다며 어린 나이에 시집 보낸 엄마를 많이 원망했고, 한글을 몰라 국민학교 4학년 중퇴인 영감에게 무시당해 서러웠다. 시어머니는 물론 남편한테 사랑 한번 못 받고 살았는데 맏동서는 일만 많이 시켰으면서도 동네 사람들한테 밥 많이 먹는다고 흉을 봤다.

 막내였던 남편은 밥 차려 주면 안 먹고, 내다 두면 다시 차려 오라 하고 시집살이보다 남편 트집이 더 힘들었다. 돈은 안 벌어 오면서 투전해서 돈 물어주고, 술에 취해서 데리러 가면 집에 안 간다며 버티는 통에 속을 많이 썩였다. 아들들은 그 사실을 잘 모르고 영감 편을 들기 일쑤였다.

 5살 때 밭 옆에서 혼자 놀다가 나무에 하얀 줄이 실처럼 걸려 손가락으로 땅을 파 보니 커다란 더덕이었다. 엄마에게 보여 줬더니 더 많이 캐 오라고 호미와 종다래끼를 챙겨줬다. 

 이때부터 대부분의 인생을 더덕 캐고 송이 따며 살았다. 날마다 종다래끼를 허리에 매고 온 산을 헤맸다. 하루에도 수십 리를 걸어다녔다. 다래끼가 가득하면 무겁고 허리가 옆으로 휘었지만 아들딸 학교 보낼 생각에 힘든 줄도 몰랐다. 결국 등허리가 S자 모양으로 휘었고 양쪽 무릎관절 수술까지 했다.

 옥희 씨는 73세에 영감이 죽고 홍천 읍내 아파트로 이사했다. 환경운동한다는 막내아들은 쓰레기통이랑 컵이랑 수저까지 다 버리고 간다니까 쓸 만한 물건까지 왜 버리느냐고 타박했지만 숟가락 하나까지 모두 새로 샀다. 집안에는 모두 영감 맘에 드는 물건들뿐이었다.

 영감이 죽고 나서 하고 싶은 일을 처음 해 봤다. 남들은 영감 죽고 허전하다는데 옥희 씨는 편하고 좋기만 하다.

 공공근로하는데 이름을 못 써서 많이 창피했고, 처음 1년은 성인 ‘용’자만 쓰고 일하러 다녔다. 한글을 배워 이름도 쓰고 간판도 읽을 줄 알게 돼 세상이 달리 보인다. 옥희 씨는 이 좋은 세상 오래오래 살고 싶다. 

 「옥희씨 이야기」에는 어릴 적 이야기를 시작으로 한국전쟁과 신혼 이야기, 갑둔리에서의 40년, 군 훈련장이 들어서면서 살던 집에서 쫓겨나 양양 어성전에서 산 14년, 영감 이야기와 음식 이야기, 한글을 배우게 된 계기, 5남매 이야기 그리고 직접 그린 야생화 그림들이 수록됐다.

 옥희 씨가 공책 두 권에 직접 쓴 원고를 막내며느리가 컴퓨터 작업을 해서 출간한 「옥희씨 이야기」. 200쪽 남짓의 이 책은 한번 손에 잡으면 금세 읽힌다.

  이인엽 기자 yy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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