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국 인하대 문화콘텐츠문화경영학과 교수
백승국 인하대 문화콘텐츠문화경영학과 교수

멘토는 인생의 스승, 가르침을 주는 사람, 인생에 영향을 끼친 사람을 지칭하는 함축적 개념이다. 공감은 남의 감정, 의견, 주장 따위에 대해 자기도 그렇다고 느끼는 기분이다. 자신이 만들어 가는 삶에 공감해 주는 맞춤형 멘토가 곁에 있다면 얼마나 든든할까! 

공감과 소통에 문제가 있지만 특정 분야에서 높은 집중력을 보이는 자폐 스펙트럼 주인공을 다룬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는 맞춤형 멘토가 등장한다. 장애와 정상의 이분법적 사고가 일상화된 세상에서 발달장애인이 편견 없이 살아가긴 쉽지 않다. 드라마 속 우영우는 164의 높은 IQ, 엄청난 양의 법조문과 판례를 정확하게 외우는 기억력을 지닌 천재 변호사지만 세상은 그녀에게서 능력이 아닌 장애만 읽어 낸다. 하지만 편견과 선입견을 깨고 처음부터 그녀와 소통하며 공감해 주는 사람도 있다. 직장동료 이준호의 소통과 공감은 우영우의 자폐 스펙트럼을 장애가 아닌 보석 같은 남다른 잠재력으로 바꾼다. 그리고 이 드라마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땠냐고? 당신의 소통과 공감지수는 어느 정도 되는지, 편견과 선입견에서 얼마나 자유로운지? 당신에게는 마음을 받아 주고 읽어 주는 공감의 멘토가 있는지, 누군가에게 내가 그런 사람이 돼 주고 있는지? 

하버드 경영대학에서는 멘토를 탐색하고 관리하는 하버드 인맥 수업을 한다. 우리가 매일 수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지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받는 멘토를 찾는 일은 어렵기 때문이다. 멘토 전문가들은 습관적인 무의미한 면대면 만남에서 벗어나 문학, 예술, 스포츠, 음악, SNS 등의 영역에서 삶의 영향을 주는 멘토를 찾으라고 권유한다. 삶의 중요한 순간에 마주하는 딜레마와 장애물을 극복하도록 도움을 주는 대상을 찾으라는 조언이다.

멘토 찾기 수업 중 학생들이 선생님의 멘토는 누구냐고 물어보면 나는 주저 없이 반고흐라고 답한다. 나에게 반고흐의 이미지는 세상의 고통과 절망에 저항했던 실존주의의 아이콘이다. 불안, 두려움, 좌절, 절망 등의 부정적 감정이 무의식적으로 침투하는 순간 나는 그의 그림과 편지 등을 보면서 긍정적 감정을 유지하는 심리적 루틴을 실천한다. 그가 남긴 800점의 그림과 동생 테오와 주고받은 650통의 편지는 나만의 심리적 루틴을 만들어 주는 텍스트다. 이러한 사고 패턴은 반고흐의 흔적을 간직한 프랑스 아를, 오베르 쉬르 와즈, 암스테르담의 고흐 미술관을 방문하면서 만들어진 나만의 심리적 루틴이다. 그가 남긴 그림의 색깔과 소품이 어떤 감정을 표현하는지, 작품의 의미를 되새기는 수용미학을 실천한 결과다. 

실제로 반고흐의 그림과 편지를 매개로 심리 치유 효과가 발생했다는 실증 연구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2016년 시카고 미술관에서 ‘고흐의 방’을 체험하는 이벤트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1988년 2월 프랑스 아를에 있었던 고흐의 방을 준비해서 하룻밤을 체험하는 심리 치유 프로그램이다. 10달러에 방을 예약한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다양한 고민을 편지에 담아 반고흐에게 전달하고, 반고흐가 조언을 해 주는 상담 형식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바쁜 일상으로 지친 현대인들에게 반고흐의 편지는 격려와 위로의 심리적 효과를 유발하는 공감 멘토다.

감나무 밑에서 감이 떨어지기만 기다리는 사람에게 맞춤형 멘토는 나타나지 않는다. 문학, 문화예술, 인문학,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에서 자신이 걸어가는 삶에 도움을 주고 공감해 주는 맞춤형 멘토를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부정적인 감정이 침투했을 때 심리적 균형감을 유지하도록 도움을 주는 공감 멘토가 필요한 사회임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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