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숙자 전국보육교사연합회 전 이사
김숙자 전국보육교사연합회 전 이사

몇 년 전, 건강을 위해 시작했던 운동이 과했던 탓에 연골이 파열돼 시술을 받게 됐다. 수술 혹은 시술을 했던 병원에서는 입원 기간이 매우 짧아 충분한 치료와 휴식을 위해 또 다른 병원을 선택해야 했다.

 지인의 소개로 찾아간 병원은 막 개원을 한 직후라 한적했다. 접수처부터 의료진까지 모두 친절했고, 10명 남짓한 환자들이 입원한 상태라 병실도 넓게 쓸 수 있었다.

 환자들의 요청이나 불편 사항이 모두 신속히 해결되는 쾌적한 환경 속에서 매우 만족스러운 병원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나 일주일 정도가 지나자 환자들이 점차 많아졌고, 병원 내 서비스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병실에 들러 환자를 둘러보는 의료진들의 방문 횟수가 눈에 띄게 줄었고, 복도를 오가며 마주치는 간호사들은 많이 지쳐 보였다. 

 오전과 오후로 나눠 받았던 물리치료도 하루 한 번, 그것도 미리 시간을 정해야 받을 수 있게 됐다. 입원 환자들은 계속 늘어나는데 이를 맡는 의료진의 수는 그대로이니 아무래도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간호계의 현실은 뉴스나 지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해 듣는 게 전부였다. 간호대학에 진학한 자녀를 둔 지인을 보며 졸업 후 안정적인 직장이 보장되어 있으니 마음 편하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직접 입원해서 겪어보니 실상은 달랐다.

 비로소 열악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그들의 현실이 보이기 시작했다. 3교대 근무, 높은 이직률, 태움, 순번을 정해둔다는 계획 임신,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감당해야 하는 간호사 1인당 환자 수까지. 이토록 많은 문제점을 안고도 그간 간호사들이 버틸 수 있었던 건, 빠져나간 자리를 채우는 신규 간호사들과 경력 간호사들의 노력의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부품 갈아 끼우듯 사람을 이용하는 낡은 방식은 이제 탈피해야 한다. 평균 재직 연수 7.5년. 장기근속을 포기하는 우수한 전문 인력의 유출은 결국 환자들이 받는 의료서비스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친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전 세계적인 전염병 대유행 가운데 많은 국가들의 방역체계가 무너졌지만, 그 속에서도 대한민국의 K-방역은 빛났다. 코로나 최전선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애쓴 의료진들 덕분이었다. 특별히 환자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생명을 아끼지 않고 돌본 간호사들의 노고는 무엇보다 값진 희생과 환자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강력한 변이 바이러스와 신종 감염병의 등장이 예측되는 상황에서 무엇보다도 간호사들이 병원을 떠나지 않고 국민의 건강을 위해 활동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히 필요하다.

 사실 간호법 제정은 오래 전부터 추진되었으나 안타깝게도 쉽지 않은 과정이었고, 현재 진행형이라고 한다. 

 특히 의사들의 반대가 거세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의료업과 무관한 한 국민의 입장에서 이러한 대립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의대 증원 반대를 위한 의사들의 파업이 이어지는 동안 응급실 문턱을 넘지 못하고 사망한 환자의 뉴스가 문득 떠오른다.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는 동안 의료진뿐만 아니라 환자에게까지 그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다.

 간호법 제정은 간호사‘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간호사의 건강과 안위를 고려한 적정한 업무 분담, 업무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대우, 역량을 키워나가며 장기근속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야말로 국민들의 건강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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