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영 인하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조현영 인하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국내외적으로 역량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학교 현장에서는 역량 함양을 위한 교육과정을 구성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한 바 있다. 

 특히 역량교육이 지식과 기능 뿐만 아니라 가치와 태도를 교육의 내용으로 포함한다는 점에서 교육과정에 이러한 요소들을 어떻게 일관성 있게 구성할 것인가의 문제가 최근 교육 연구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이다.

 이러한 역량교육의 흐름은 이제껏 지식의 전달을 위한 수업과 결과 중심의 평가가 만연했던 우리 학교 현장의 수업과 평가 문화를 바꾸어 놓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역량 기반의 교육과정에서 학생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이것을 평가에 반영하고자 하는 방식은 지식과 기능 이외의 가치와 태도적인 측면까지 교육과정에 반영하기 위한 시도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시도와 노력은 때론 현장에서는 이와 관련해 몇 가지 어려움을 야기시킨다. 지나치게 많은 평가 횟수, 모호한 가치와 태도 문제를 평가에 반영하기 위한 평가의 설계와 접근방식의 문제, 논술형 평가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객관적 지식 혹은 키워드 중심의 평가준거를 적용하는 방식은 역량교육의 본질과 이에 적절한 설계 원리가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하도록 만든다. 

 한편, 역량교육의 부상과 함께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도 국내외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IB 프로그램은 2021년 기준으로 전 세계 158개 국가 5천300개 이상의 학교에서 운영되고 있는 교육과정과 평가 시스템이다. 

 특히 프로그램 중 DP(Diploma programme)는 학생의 자기 이해도를 측정하고 자기주도적이고 경험적인 교육을 유도하는 평가 기반의 교육과정을 통해 탐구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평가받는 국제 표준 프로그램으로 체계화된 논술형 평가 시스템으로 주목받는다. 

 IBDP 교육과정에는 크게 DP 핵심 필수영역과 6개 영역의 교과학습 과목으로 구성된다. DP 핵심 필수과정은 3가지 필수 구성 요소로 이뤄져 있는데, 학생들이 지식의 본질과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어떻게 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사고력을 키우는 TOK(Theory of knowledge), 독립적이고 자기 주도적 연구를 수행하고 8천 단어 분량의 소논문을 작성하는 Extended Essay, 그리고 창의체험활동에 해당하는 CAS(Creativity, Activity, Service)에 관한 프로젝트가 포함된다. 그리고 이를 둘러싼 6가지 교과학습이 이뤄진다. 

 이러한 활동들을 공히 장기간의 프로젝트 형식으로 장문의 논술형 과제를 포함하는데 이러한 과제에 대한 평가는 생각보다 과제의 종료시점에 집중돼 있다. 학생들의 과제 중 평가는 지양하는 것이다. 흔히 학습 과정에 대한 평가를 위해 교수자들은 학습 과정 중에 참여도나 중간평가 등을 실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통해 학습자 동기와 몰입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IBDP의 평가가 과정 중심의 평가를 강조하고 있음에도 과정중 평가를 지양하는 방식은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과정은 어떠한 일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일련의 사건들의 합이다. 이러한 성공과 실패의 경험 속에서 학습자는 자신의 가치와 태도를 학습하며 전인적인 배움을 경험하게 된다. 그 사건들에는 실패와 성공이라는 시행착오와 패자부활의 경험이 온전히 들어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과정 중의 평가에서 실패 경험이 누적된다면 그것은 패자부활의 기회가 박탈되는 것이기도 하다. 

 역량 기반 교육과정에서의 과정 중 평가, 그것은 순수한 환류 시스템으로서 성장과 발전을 위한 목적으로만 활용되는 학습의 과정 설계에 대해 IBDP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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