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페널티를 받아 전국을 돌며 청년 당원들을 만나고 있는 여당의 대표는 당의 소식을 뉴스로 듣고 있다.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은 원내대표는 23일 만에 사퇴를 선언했다. 당대표가 페널티를 받아 정상적 활동이 불가하고 최고위원들은 사퇴 의사를 표명해 지도부의 정상적인 활동이 어려워 국민의힘은 결국 비상체계를 운영하게 됐다. 의원총회에 참석한 89명 중 88명이 현재를 비상상황으로 의견의 일치를 봤다.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 체계로 전환하는 과정이 당헌·당규상 미흡한 부분과 당대표인 이준석 계파의 의원들이 반대하고 있지만 이를 넘어설 의지를 보이고 있다.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승전고를 울린 정당이 선거가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비상체계를 꾸려야 하나. 당대표 직무대행인 권성동 대표는 직무대행은 사퇴하지만 원내대표를 유지하면서 비대위 추진을 진행할 것이라고 한다. 당대표는 6개월 당원권 정지의 징계를 받았으나 이렇게 흘러가면 다시 당대표의 자리로 돌아올 수 없게 된다. 당헌과 당규상 비대위를 펼칠 명분을 찾지 못한 채 상황을 비대위 체계로 몰아가는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선거에서 승리를 안겨 준 당대표를 돌아올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넣고 비대위를 열어 얻어낼 결과물이 궁금하다. 

 당원권 정지 상태인 이준석 대표는 최고의원들의 사퇴를 탐욕이라 비난한다. 만일 비대위가 빠른 시일 내 전당대회를 열고 새로운 당대표를 선출하게 되면 이 대표의 자리는 사라진다. 비대위의 존재 자체가 당의 분란의 장이 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자리를 앗아가도록 비대위의 전진을 가만히 보기만 하지 않을 것이고, 비대위는 이러한 저항을 넘어서려고 할 것이니 당의 이미지를 쇄신하고자 하는 시도는 또 다른 분란의 모습으로 국민들을 실망시킬 것이다. 

 이러한 혼란의 중심에는 2024년 총선이 있다. 국회의원들이 자리를 보전하고자 공천권을 따기 위한 권력투쟁의 연속인 셈이다. 여당도 야당도 밥그릇을 고수하려는 사욕이 당략도 정체성도 넘어섰다. 때문에 손에 꼽는 정당들은 정상적인 운영보다는 비대위 체제가 다반사다. 

 어느 때보다 새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민심은 애가 끓는다. 물가도 높아, 금리도 높아, 코로나 바이러스도 다시 기세를 올려 정말 살아가기 버겁다. 허리띠를 졸라매 보지만 더 이상 졸라맬 자리가 없다. 때문에 사리사욕의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는 정치계가 곱게 보이지 않는다. 

 대선 패배로 전세가 역전된 더불어민주당도 정신을 못 차리기는 마찬가지이다. 대선과 지방선거의 패배 원인을 분석하고 전략을 짜고 채찍질하며 달려야 하는데 아직도 패착의 늪에서 니 탓, 내 탓 공방 속에 있다. 

 과거와 달리 국민들은 여러 채널로 이 모든 상황을 보고 있다. 때문에 겉으로만 번지르르한 공약을 믿지 않는다.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 알고 있고, 왜 지금 이러한 행동을 하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이러한 국민들을 간과하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정치인이다. 변하지 않으면 더 이상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졌고 여당도 심난한 내분 상태이니 무엇으로 고개 돌린 국민들을 되돌릴 수 있을까. 여느 때처럼 당 이름 바꾸고 다시 출발한다고 외치면 국민들은 외면할 것이다. 

 이제는 만 18세도 투표권을 행사하는 시대다. 특정 계층만 바라보는 것이 아닌 남녀노소 전 국민들의 관심과 만족을 채워야 한다. 당대표의 페널티로 직무대행을 하는 자가 직무대행은 던지고 원내대표를 지속하는 것이나, 사퇴를 선언하고 사직서를 내지 않았으니 표결에 참여하는 아이러니로 각자의 속내는 다 보인 셈이다. 조직의 구성원으로 한 배를 타고 큰 전투를 성공적으로 치렀으면 전우애라도 있어야 할 텐데 밥그릇 앞에서는 어제의 용사는 퇴물이 돼 버린다. 비상상황이란 어떤 비상상황인가. 사욕에 눈이 멀어 조직이 와해되는 비상상황인지, 제 밥그릇 지키기 위한 굳히기를 해야 하는 비상상황인지 묻고 싶다. 비대위를 펼친다고 하지만 예상되는 난관에 지체되는 시간만큼 정당의 역할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테고 국민들의 생활고는 더 커질 것이다. 우리 국회는 언제쯤 여야가 정부를 견제하며 안정적인 운영을 할 수 있을까. 매번 국회의원을 뽑을 때마다 새로움을 기대하지만 똑같은 결과물을 만나니 정치하면 고개를 돌리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정당이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당원들은 조직의 충성도를 뒤로한 채 사익에 눈멀어 버렸다. 오직 선거 때만 국민에게 고개 숙이는 정치인, 이대로라면 차기 선거에도 새 정치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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