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구 생태역사공간연구소 공동대표
장정구 생태역사공간연구소 공동대표

7월 25일 인천시청에서 행정처분을 위한 청문이 공개적으로 진행됐다. 용현·학익 1블록 도시개발사업 진행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법 등 관련법을 위반했다며 행정처분을 위한 행정절차로 인천시가 진행한 것이다. 용현·학익 1블록은 과거 인천을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였던 동양제철화학의 공장부지로 도시개발사업이 진행 중이다. 공장은 이전했고 시티오씨엘(CITYOCIEL)이라는 이름의 아파트 단지를 만들기 위한 크레인이 솟았다.

 동양제철화학은 송암 이회림 선생이 설립한 회사다. 인천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김창수 박사는 최근 한 포럼에서 "동양제철화학의 설립자로 인천 교육 및 문화사업을 지원하는 등 사회공헌에 적극적이었다"고 송암을 평가했다. 개성 태생의 기업가로 추사 김정희, 흥선대원군의 친필을 비롯한 8천400여 점의 미술품을 수집해 송암미술관을 건립하고 2005년 인천시에 기증했다. 근현대 인천경기만, 즉 인천과 황해도를 잇는 인물로 우현 고유섭과 함께 송암 이회림이 꼽힌다. 개항 이후 임해공업도시로 계속 확장됐고, 또 대한민국 3대 도시로 성장한 인천에서 동양제철화학은 과거에 있었던 공장 하나쯤이 아닐 수 있다.

 임해공업도시답게 인천은 곳곳에 많은 환경문제를 안고 있다. 동양제철화학 부지도 폐석회를 비롯해 토양오염, 매립생활쓰레기, 멸종위기야생생물 보호 그리고 최근에는 제2경인고속도로로 인한 소음 문제까지. 인천의 여러 환경 분쟁의 축소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철화학공업은 공정 과정에서 폐석회가 발생한다. 동양제철화학 공장부지 안에 막대한 양의 폐석회가 쌓여 있었고, 이에 대한 처리는 2000년대 초부터 큰 논란거리였다. 적정 처리를 위한 시민위원회가 구성됐고, 부지 내 자가매립장을 조성하는 것으로 환경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도시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이번에는 토양오염이 문제가 됐다. 공장이었기 때문에 토양이 오염됐음은 진작부터 인지했는데 정화 방식이 논란이었다. 개발회사인 디씨알이가 토양정밀조사보고서의 공개를 미루면서 오염토양의 반출처리가 결정됐고, 이는 부지 내 정화를 원칙으로 하는 토양환경보전법 위반으로 또다시 동양제철화학 공장부지가 사회 논란이 됐다. 결국 감사를 진행한 감사원은 관련 공무원들의 징계를 요구했다. 

 복토용으로 반입된 토양마저 오염돼 또 문제가 됐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폐석회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과거 매립됐던 생활쓰레기가 발견된 것이다. 인근 주민들은 진작부터 쓰레기가 묻혀 있다고 이야기했는데 디씨알이는 모르는 일이라고만 했다. 

 지금은 방음대책이 논란이다. 사업부지 한복판으로 1994년 준공된 제2경인고속도로가 교량 형태로 지난다. 당초 개발계획은 도로 한쪽에만 아파트를 짓는 계획이었는데 나중에 도로 양쪽으로 확대됐고 아파트 층수도 10여 층에서 40층 이상으로 높아졌다. 광주의 아파트 붕괴사고를 계기로 용현·학익 1블록 개발사업 현장에 대한 점검 결과 적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자동차정비단지 옆에 학교가 계획되고 분양이 시작됐는데 부지 내 전철 계획은 추진되지 않고 있었다. 쪼개서 아파트를 건설하고 전체적인 방음대책이 미흡했다. 

 좀 더 꼼꼼하게 챙기지 못한 인천시나 미추홀구청의 책임도 있을 것이나 시티오씨엘이 표방하는 ‘용이 나타나고 학이 날아오르듯 새로운 가치’의 비전은 보이지 않는다. 고속도로의 방음이나 경관은 차치하고라도 탄소중립, ESG는 물론이고 ‘맑은 하늘 아래 바다와 숲 그리고 사람을 품으려는’ 학익천 물길을 살리고 유수지와 갯골, 문학산을 잇는 계획 역시 보이지 않는다.

 인천은 수도권매립지뿐 아니라 많은 땅이 오염됐고 메말랐다. 오염된 땅은 깨끗하게 정화하고 열악한 생활환경은 개선하면 된다. 문제를 직시하고 미봉책이 아닌 제대로 된 미래 계획이 필요하다. 명품 도시도, 살고 싶은 도시도, 초일류도시도, 지금 인천을 살고 있는 우리의 의지에 달렸다. 송암은 어떤 시티오씨엘을 그리고 어떤 인천을 생각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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