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섬들의 지도」는 세상에서 가장 외딴곳에 있는 55개 섬들의 지도와 이야기를 담은 아름답고 시적인 책이다.

이 섬들은 세계지도에서는 너무나 작아서 표시되지 않고, 심지어 너무 외진 곳에 있어 여백 바깥으로 쫓겨나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청회색 바탕의 바다 위에 흰색, 회색, 선명한 오렌지색으로 그 모습을 남김없이 드러낸다.

지도 속 섬들은 세상의 가장 외진 곳이면서도 중심이고, 고독하면서도 스스로 완벽하다. 지도를 손가락으로 짚어 가며 그곳의 낯선 이름들을 읽노라면 여행을 떠나고 싶은 충동도 조금은 잦아들 터다. 물론 그 열병이 도리어 강해질지도 모른다.

지도를 봤다면, 저자가 들려주는 섬마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 보자. 섬을 무대로 한 인간들의 이야기, 때로는 섬이 스스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야기들이다. 섬은 좁은 만큼 그곳의 모든 일들이 이야기가 되는 곳이다. 바깥사람들에겐 낙원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세상의 부조리와 인간 간의 갈등이 더 극적으로 드러나는 곳이기도 하다.

1840년, 세인트헬레나에 프랑스 군함이 들어온다. 19년 전 이 섬에서 죽음을 맞은 나폴레옹을 고국으로 데려가기 위해서다. 비 내리는 한밤중에 그의 무덤이 열리고, 나폴레옹의 유해는 보라색 천을 덮은 관에 실려 귀향을 시작한다.(42쪽) 한 번도 외국에 나가 본 적이 없는 프랑스의 한 소년이 어느 날 갑자기 꿈에서 낯선 언어를 배운다. 프랑스에선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이 말은 지구 반대편의 ‘라파이티’라는 섬에서 쓰이는 말로 밝혀지고, 그는 결국 그 섬으로 떠난다.(72쪽) 대서양을 단독 비행으로 건넌 최초의 여성인 아멜리아 에어하트는 인류 최초로 비행기로 세계일주를 시도하지만 여정의 끝을 앞두고 하울랜드섬에서 실종되고 만다. 바다는 말이 없다.(76쪽)

이 책은 북디자이너이기도 한 유디트 샬란스키가 직접 지도를 그리고 디자인했다. 출간된 해에 ‘가장 아름다운 독일 책’으로 선정됐으며,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와 독일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