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규 전 경인지방환경청 환경지도과장
한정규 전 경인지방환경청 환경지도과장

1879년 독일에서 태어난 아인슈타인이 ‘지구상에서 벌이 사라지면 인류 또한 멸망한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140여 년이 지난 최근 유엔식량농업기구가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전 세계 식량작물의 63%가 꿀벌이 옮긴 꽃가루에 의해 열매를 맺는다고 했다. 특히 사과나 블루베리는 90%, 아몬드는 100% 꿀벌에 의해 열매 맺는다.

사과나무 등 충매화는 꿀벌들의 입 또는 발로 꽃가루를 묻혀 옮긴다. 수꽃과 암꽃을 오고 가며 수술을 암꽃에 옮겨 열매를 맺게 한다. 그렇게 하여 맺어진 열매가 곧 인간을 포함한 동물들에게 중요한 먹이가 된다. 뿐만 아니라 그 열매를 씨앗으로 또 다른 먹잇감을 생산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예외 없이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의존하며 살아간다.

이처럼 모든 생물들은 먹이사슬에 갇혀있다. 먹는 쪽과 먹이는 쪽의 관계를 차례로 연결한 계열로 나타나 있다. 그렇게 해 이뤄진 것이 생태계다. 생태계는 벌들뿐만 아니라 어느 것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땅속 또는 땅 위를 천천히 기어 다니며 천적을 만나도 피하지 못하고 꼼짝없이 죽음을 당하는 지렁이도 생태계에서는 중요한 존재다. 지렁이가 땅속에 신선한 공기가 통하게 하고 또 다른 미생물이 살아가는데 적합한 환경을 만들어 식물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해준다. 아인슈타인은 그런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보며 꿀벌이 멸종되면 얼마가지 않아 인류 또한 멸망한다고 경고를 했다.

꿀벌만 지구상에서 사라져도 살 수 없는 인간들인데도 그들 스스로가 인간을 가리켜 만물의 영장이라고 한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도 따지고 보면 벌이나 지렁이 보다 크게 다르지도, 위대하지도 못하다. 인간이 불을 발명해 이용하고 기계 기구를 만들어 사용하고는 있지만 대자연 앞에 보잘 것 없는 존재로 폭풍우는 그만 두고 사푼히 소리 없이 내리는 비, 그것도 피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맞아야 하는 하찮은 존재에 지나지 않다. 

그렇지만 인간이 하찮게 여기는 개미나 지렁이도 비바람, 폭풍우, 지진, 화산폭발이 있을 것을 미리 알고 몸을 안전한 곳으로 피해 생명을 보호할 줄 안다. 인간들이 갖지 못한 그런 예지 능력이 있다. 그들에 견주어 대단치도 못한 인간! 미래의 인류를 위해 아인슈타인이 말했던 경고, 새겨 명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21세기 들어 꿀벌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사람들이 작물에 뿌린 농약, 공장기계·기구에서 내뿜는 매연과 각종 가스, 자동차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등으로 꽃이 오염된다. 또 아카시아나무 밤나무 등을 마구 벌채해 꽃이 점점 사라져 꿀벌의 먹이가 없어지고, 기생충이 기승한다. 그런 것들이 원인이 돼 유럽 호주 미국 대만 등지에서 죽어 없어지고 있다. 2012년 겨울에 미국에서는 전체 꿀벌의 30% 이상이 떼죽음 했다. 이처럼 꽃이 오염되고 꽃이 사라져버려 꿀벌들도 생명에 위협을 받고 있다. 

지금 지구상에서 꿀벌들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꿀벌들의 개체 감소는 식량 생산량을 대폭 줄여 인류에게 식량 부족이라는 재앙이 나타나고 있다. 꿀벌이 사라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원활한 먹이사슬로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만이 인류의 미래가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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