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천 인천시 서구 경제정책과장
이규천 인천시 서구 경제정책과장

1인 가구 증가와 급속한 고령화,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전환으로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가구가 급격히 늘고 있다. 공원에 가면 마치 애견·애묘 카페에 온 듯 반려동물을 데리고 나온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고, TV에서도 반려동물을 주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중이다. 

이러한 추세는 점점 증가하리라 본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동물보호에 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현재는 동물을 사육하지 않지만 향후 사육하고 싶다는 가구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반려동물 시장이 더 커질 수 있음을 알게 해 주는 대목이다. 

이런 현상 뒤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존재한다. 반려동물로 인한 주민 간 갈등이 급증하는데다, 충격적인 개 물림 사고에 유기·유실동물과 길고양이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서구처럼 대규모 개발이 이뤄지는 지역에서는 주민 이주, 공장 이전 등의 과정에서 유기 또는 유실되는 동물이 급격히 늘고 있다. 길고양이도 마찬가지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버려진 동물이 야생화되고 무리를 지어 다니면서 급기야 가축을 공격하고 주민들까지도 위협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동물 보호 업무를 하다 보면 안타깝고 화나는 순간이 있다. 반려동물이 아프거나 문제행동(짖거나 물건 훼손 등)이 생겼다는 이유로 사육을 포기하고 싶다는 분들 때문이다. 이분들에게는 동물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 변화가 급선무다. 먼저 자신이 키우는 동물을 ‘소유하는 물건이 아닌 보호해야 할 생명체’로 여겨야 한다. 반려동물에 대해 사회적 윤리를 지키는 것과 동시에 펫티켓(펫+에티켓)을 준수하는 것도 당연하다. 

외출 시 목줄과 인식표를 착용하고 배변봉투를 소지하는 일 역시 펫티켓의 기본이다. 본인에겐 사랑스럽고 착한 존재일지라도 타인에게는 얼마든지 무섭고 두려운 존재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원을 산책하다 보면 일부 견주들이 반려견의 목줄을 길게 늘어뜨리거나 넓은 잔디에 목줄을 풀어 놓거나 배변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목줄 착용 등 반려견에 대한 안전조치를 요구했을 때 본인 강아지는 절대 공격하지 않는다는 말로 정당한 요구를 묵살하고 오히려 화를 내 당황스러웠던 적도 있다. 소중한 내 반려동물인 만큼 펫티켓으로 타인을 배려해야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최근 들어 주목할 만한 점은 정부 및 지자체에 반려동물 전용공간 마련을 요구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는 거다. 지자체 역시 반려동물 테마파크(놀이터 및 동물화장시설 등)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관련 시설이 들어설 공간을 확보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반려동물 놀이터의 경우 소음과 냄새 등으로 인해 주민 불편이 예상될 뿐더러 이용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소 마련도 쉽지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주민들의 의견이다. 반려동물 관련 시설을 혐오시설로 인식해 반대하는 주민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반려동물 전용공간의 필요성은 인지하나 ‘우리 집 근처는 안 된다’는 식이다. 

반려동물 화장시설에 대한 반대 의사는 더욱더 극명하고 확고하다. 반려동물이 죽으면 쓰레기 종량제봉투에 넣어서 폐기물로 처리해야 하는데, 이러한 사실에 반려동물 소유자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 그럼에도 우리 집 근처에 동물 화장시설을 짓는 것은 찬성할 수 없다는 게 대다수 주민의 생각이다. 

불편하고 어려운 문제지만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만큼 공공화장시설 등 반려동물을 위한 시설 건립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논의해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해야만 한다. 더 이상 미루면 어두운 그림자만 커지고 사회적 비용만 늘어날 뿐이다. 반려인뿐 아니라 모두가 힘을 모아 동물복지 및 생명존중의 가치 실현에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반려동물이 우리에게 주는 기쁨과 행복은 상상 그 이상이다. 불안과 걱정, 고독으로부터 치유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자존감과 애정 그리고 책임감도 길러준다. 이렇게 고마운 반려동물이 행복하게 자라고 생을 아름답게 마감할 수 있도록 우리 지역에도 반려동물 놀이터 및 동물 전용 화장시설이 포함된 반려동물 테마파크가 조속히 건립되길 기대해 본다. 

아울러 일상화된 펫티켓으로 보다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가 정착돼 반려동물과 공존하는 서구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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