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경 인하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유창경 인하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달과 6펜스’는 위대한 화가였던 폴 고갱의 삶을 모델로 한 서머싯 몸의 1919년작 장편소설 제목이다. 30년도 더 전 대학시절에 이 책을 읽었는데 참 재미없었던 어렴풋한 기억이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쏘아 올린 달 탐사선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머릿속에 이 소설의 제목이 집요하게 떠오른다. 

이번 글에서는 소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고 우리나라 우주 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지난 6년 동안 우여곡절 끝에 2천367억 원이나 들여서 개발한 ‘다누리’ 달탐사선을 지난 8월 3일 아침에 우주로 떠나보냈다. 앞으로 5개월 동안의 여정 끝에 달에 도착하면 1년 동안 달을 돌면서 달에 관한 많은 정보를 우리에게 보내 줄 것이다. 이에 앞서 6월 21일엔 2조 원을 들여 12년 동안 개발한 ‘누리호’를 우주로 쏘아 올렸다.

사실 필자는 2년 전까지 한국형 발사체 사업(누리호) 전담평가위원을 했었고, 한국형 달탐사 사업(다누리호)은 지금도 전담평가위원으로 활동 중이어서 두 사업의 진행 과정을 비교적 소상히 알고 있다. 연구 개발을 직접 수행하는 이들과 한 배를 타고 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많은 돈을 들여 왜 이걸 하고 있지?"라는 의심을 문득문득 가진 적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주변에 돈 써야 할 곳이 이렇게 많은데 정부는 이 막대한 예산을 우주 개발에 왜 쏟아붓는 것일까? 

막상 우주로 날려 보내 회수되지 않는 물건 자체는 값비싼 것이기는 하지만 사업비 총액에 비교하면 아주 작은 부분이다. 사실 2조 원과 2천억 원이 우주에 흩뿌려진 것이 아니라 대부분은 우리에게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예산의 많은 부분은 연구소와 산업체로 흘러가서 첨단기술을 개발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유지하는 데 사용됐다. 또한 대학으로 흘러가서 기초연구를 수행하고 그 과정에서 전문인력을 육성하는 데도 사용됐다. 확보된 첨단기술들은 기업에 이전돼 기업이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했다. NASA와 같은 해외 유수의 연구기관들과 공동 연구 기회를 제공해 연구자들의 능력과 폭을 넓히는 기회도 제공했다. 

일론 머스크는 ‘스타링크’라는 우주인터넷망 구축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대략 4만2천 개의 소형 위성을 지구 저고도에 뿌려 바다든 사막이든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1기가급 고속 인터넷을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인데, 사업성은 둘째 치고 그 배포가 놀라울 뿐이다.

태평양 한가운데를 날고 있는 비행기 안에서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화상통화를 자유롭게 하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 

이렇듯 우주산업은 그 규모와 지평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넓어지고 있고, 올해 세계 7번째 우주기술을 보유하게 된 우리나라도 우주산업에 진출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한 것이다.

인천시도 올해 인하대와 컨소시엄을 이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미래우주교육센터 사업을 치열한 경쟁 끝에 수주했는데, 아마도 인천시 우주산업 육성을 위한 거점 마련의 원년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6펜스는 영국에서 발행한 은화다. 1919년 당시 이 은화의 무게는 2.83g이고 은이 92.5% 함유됐다고 한다. 지금 은 시세를 적용하면 4천 원쯤 하는 가치인데 우리나라 인구 5천163만 명이 6펜스짜리 은화 하나씩 부담해서 우주선을 만들어 달에 보낸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지금 이런 투자가 20년 뒤에 우리 아이들이 먹고살 거리를 만드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리 큰돈 쓴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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