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쏟아진 폭우로 인한 수해가 크다. 도로가 잘리고 땅이 꺼지고 주택들이 물에 잠겼다. 전국 곳곳에서 산사태도 발생했다. 이로 인해 우리는 귀중한 생명과 재산을 잃었다. 시민의 생활터전이 거덜 났다. 이재민 지원과 함께 수해 복구에 전 국민이 나서야 하겠다.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후 115년 만의 폭우라 한다. 얼마든지 예상되는 하절기 폭우다. 하지만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책임져야 하는 정부와 지자체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다. 수방예산이 삭감돼 수해를 키웠다느니 하면서 책임 공방까지 있었다 하니 허탈할 뿐이다. 

재난이 발생하면 가장 많이 피해를 입는 시민은 취약계층이다. 이번에도 반지하에 살던 시민이 사망에 이르기까지 했다. 오죽하면 외신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도심을 물바다로 만든 집중호우 피해를 다루면서 ‘반지하’ 한국어 발음을 로마자 알파벳으로 ‘banjiha’라고 그대로 표현, 보도하기도 했다. 이것이 우리의 현주소인가 생각하니 부끄러울 뿐이다. 

여름철 폭우는 피서객들의 안전을 위협하곤 한다. 피서객이 몰리는 경기도내의 하천·계곡 등 휴양지 내 불법행위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소식도 들린다. 경기도 민생특별사법경찰단은 본격적인 휴가철을 대비해 가평을 비롯한 주요 계곡과 하천 등 휴양지 내 361곳을 단속한 결과 68건의 불법행위를 적발하기도 했다. 도가 2019년부터 불법 천지였던 계곡·하천을 도민에게 돌려주기 위해 ‘청정계곡 도민환원 사업’을 추진해 왔으나 소용이 없었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러한 곳에서 피서를 즐기던 휴양객들이 폭우 피해를 입는다는 점이다. 보다 근본적인 피서지 안전책도 강구돼야 하겠다. 

우리도 이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을 자처하는 국민이다. 하지만 이번 정부의 폭우 대처 방식을 보면 과연 "우리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고 있는가"라는 회의감마저 든다. 우리는 언제나 사후약방문이다. 해마다 반복적으로 당하곤 하는 수재는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은 결과이기도 하다. 여전히 우리의 재난대응체계가 엉망이다. 거듭 당부하지만 항구적인 장기 수방대책이 시급히 강구돼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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