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는 비타민과 유기산이 풍부해 ‘과일의 여왕’이라 불린다. 포도 수확철인 매년 하절기가 되면 안성에는 먹음직스럽게 매달린 포도 향기로 가득하다.

안성은 예부터 고품격 포도 거점으로 유명했고, 122년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포도 재배지로 전통의 맥을 잇는다.

안성시와 포도 농가들은 ‘안성포도’의 명성을 이어가고자 매년 안성포도 축제를 개최하고, 재배농가의 판로·수출 개척과 품질 향상을 통해 국내 최고의 포도 집산지로 자리매김했다.

안성시 서운면 입구 도로변에 세워진 서운산 포도 상징물.
안성시 서운면 입구 도로변에 세워진 서운산 포도 상징물.

# 국내 최초 포도 재배지 안성

안성시는 우리나라 최초로 포도가 재배된 곳이다. 최초 전래자는 프랑스 국적의 앙투안 공베르(우리나라 이름:공안국)신부로, 1901년 당시(고종 38년) 안성 천주교 초대 신부로 부임하며 성당 앞뜰에 머스캣 포도나무 묘목 20여 그루를 심었는데, 우리나라 포도 역사의 시초가 됐다.

안성포도의 시작과 함께 공베르 신부는 재배와 수확 방법을 지역에 전파하며 꾸준히 농사 면적을 늘려 갔다. 선교 활동은 물론 지역민들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노력한 공베르 신부는 여러 차례 프랑스를 오가며 안성의 토질과 기후에 적합한 포도 종자를 찾았다. 또 성당 주변의 토지 1천600여㎡를 매입해 이웃들이 경작하도록 임대하고 지역민을 품었다.

이후 7만여㎡에서 1만여㎏에 달하는 포도를 생산해 큰 주목을 받았고, 현재 안성시에는 공베르 신부의 뜻을 기리는 흉상이 빛난다.

안성포도는 고유의 색깔이 선명하고, 껍질이 얇아 당도가 높으며, 특유의 맛과 향이 유지되는 특징을 지녔다. 특히 쌀, 배, 한우, 인삼과 함께 지역 5대 농·특산물인 ‘안성마춤 포도’로 지정돼 지속가능한 농업의 기반으로 자리잡았다.

농가들은 정성스러운 포장을 통해 포도의 손상을 최소화하는 한편, 세심한 당도 측정으로 오랜 시간 동안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무엇보다 포도나무의 철저한 수세 관리를 위해 착색제와 환상 박피를 엄격히 제한하고,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친환경·저농약 재배 인증을 받은 비가림재배 포도를 공동 선별·출하해 안정적인 공급을 보장받는다.

서운산 한 농가 포도농장에서 탐스럽게 익어 가는 안성포도.
서운산 한 농가 포도농장에서 탐스럽게 익어 가는 안성포도.

지난해 안성시는 관내 도로변 포도 직판장 가운데 안성포도 생산농가 89곳을 대상으로 인증 현수막을 전달했다. 인증 현수막 게시는 일부 직판장이 타 지역 포도를 안성산 포도로 둔갑해 판매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소비자들이 안성포도를 신뢰하고 구매하도록 지원한다는 의미다. 

안성시는 포도 직판장에서 소비자가 직접 당도를 파악하도록 당도 측정기를 도입하는 등 안성포도 생산농가 인증제도를 강화할 방침이다.

안성지역 포도 농가들은 재배면적과 생산량 차원을 넘어 우수 품종과 품질 개선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한다. 최적의 자연환경 속에서 재배한 포도를 수확과 배송 등 전 과정에 걸쳐 철저한 품질관리 체계를 구축했다. 또 지역 농가들로 구성된 ‘포도연구회’를 통해 재배정보와 기술을 공유하며 품질 향상과 안전한 생산을 뒷받침한다.

특히 안성포도의 대표 품종인 ‘씨 없는 거봉’뿐만 아니라 차별화된 기술을 접목해 흑색·청색·적색 등 다양한 색이 가미된 포도를 생산한다.

이 중 서운면 포도는 차령산맥 줄기인 서운산을 배경으로 알맞은 일교차와 강우량이 가미돼 뛰어난 맛과 향을 인정받는다. 안성에서 생산되는 포도가 국내 최고의 명품으로 인정받는 이유다. 

안성포도의 유명세는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입길에 오르내린다. 싱가포르와 베트남 등 동남아 각지로 수출돼 현지인들의 큰 사랑을 받는다.

초등학생들과 포도 따기 체험에 나선 김보라 안성시장.
초등학생들과 포도 따기 체험에 나선 김보라 안성시장.

# 안성포도축제

안성시는 안성포도의 우수성을 대내외에 알리고 지역 농가의 판로를 개척하려고 포도 수확철 중 가장 맛이 좋다는 9월, 서운면 일원에서 ‘안성포도축제’를 개최한다.

안성포도축제는 매년 전야제를 시작으로 포도 시식과 시음, 포도와인 만들기, 포도품종 전시, 포도 빨리 먹기 대회 등 다채로운 행사를 진행한다.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 각지의 수많은 인파가 몰려 성황을 이뤘지만,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여파로 드라이브 스루 형식으로 열렸다.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포도 판매와 판촉 행사에도 지역 전통 축제에 걸맞게 수많은 관광객이 안성포도를 구매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축제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매진 행렬이 이어지며 다시 한번 안성포도의 명성을 드높이는 계기가 됐다.

# 포도의 고장에 가미된 명소

안성 포도마을 서운면에서 차량으로 10분가량 이동하면 청룡호수 일대에 도착한다. 포도 고장에서 만끽하는 또 다른 백미로, 멋진 카페와 사계절에 걸맞은 호수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기에 제격이다.

청룡마을에는 보물 제824호로 지정된 대웅전 기둥이 있는 청룡사(안성 3대 사찰 중 한 곳)도 자리잡아 안성맞춤 가족여행지로도 그만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2010년 개관한 국내 최초 포도박물관 ‘사토안’의 휴관 소식이다. 수장고와 전시실을 비롯해 와인시음장, 와인판매장, 레스토랑 등의 시설을 갖춰 체험 위주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운영됐지만, 시설 수탁자와 인근 주민과의 마찰 등으로 법정 다툼이 진행되면서 현재는 이용이 불가능하다.

현재 시는 포도박물관을 정상화하려고 지역주민의 다양한 의견 수렴을 기반으로 문화공간의 재탄생을 위해 노력 중이다. 안성의 대표 명물이자 지역경제의 판로를 개척하는 안성포도가 지역 발전의 또 다른 분기점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 안성포도의 효능

포도는 비타민B1·C, 포도당, 유기산 등의 성분이 풍부해 체내 에너지를 보충하고 피로 회복에 도움을 준다. 원활한 신진대사를 비롯해 암세포의 성장 억제와 혈관의 순환을 도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또 루테인과 제아잔틴을 함유해 망막 손상을 줄이고 백내장, 안구건조증 등 안구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꾸준한 포도즙 섭취는 기억력 감퇴를 예방한다. 포도 속 성분인 구연산·주석산·사과산 성분은 식욕을 증진해 위액 분비 촉진으로 위장 건강에 도움을 준다.

이와 함께 포도 씨에는 대표적인 항산화 성분인 카테킨이 함유돼 입안의 각종 바이러스를 제거, 충치 예방과 구강건강에 효과적이다.

안성지역 포도농가 교육.
안성지역 포도농가 교육.

# 포도 선별법과 보관 노하우

양질의 포도는 색이 짙고 알이 굵으며 주름지지 않는 특성을 보인다. 포도알이 지나치게 밀집되면 속에 있는 포도가 덜 익었다는 뜻으로, 피하는 편이 좋다.

포도의 당도는 포도송이에서 가장 위쪽이 달며 아래쪽으로 내려갈수록 신맛이 강하기에 아래쪽을 먹어 본 뒤 구매하기를 추천한다. 특히 포도 표면에 가루를 뿌린 양 하얗게 된 경우가 있는데, 이는 농약이 아닌 포도의 당분이 껍질로 새어 나와 굳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포도는 물기가 닿으면 쉽게 물러지게 마련이다. 상온 보관의 경우 씻지 말고 한 송이씩 신문지 등에 감싸 어둡고 선선한 곳에 놔두면 좋다. 냉장 보관은 비닐봉지 혹은 신문지에 싸서 넣으면 신선함을 오래 유지한다. 장기간 보관하고 싶은 경우에는 송이에서 알맹이를 떼어 냉동실에 보관하면 된다. 

안성=홍정기 기자 hjk@kihoilbo.co.kr

사진= <안성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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