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식 전 부산경찰청장
이상식 전 부산경찰청장

경기남부경찰청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다. 이재명 의원의 배우자 김혜경 여사의 법인카드 관련 사건에 대한 결론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이 최근 이 사건에 대해 8월 중 결론을 내릴 예정이라고 시사한 데 이어 사건 수사의 마지막 수순으로 볼 만한 김혜경 여사의 출석도 조만간 예정됐다. 머지않아 경찰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리라 보인다.

경찰의 수사 결과는 형사사건 기소 시 당원권 정지를 가능케 한 더불어민주당 당헌·당규와 맞물려 경우에 따라 엄청난 후폭풍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여야도 결론에 따른 각자의 유불리를 계산하고 치열한 공방전을 전개하리라 예상되기에 경찰을 둘러싼 논란은 어떤 경우에도 불가피해 보인다. 좀 더 장기적인 차원에서 볼 때 해당 사건은 경찰국 설치 등 경찰을 통제하고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커지는 상황에서, 향후 경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의 확보 여부를 가늠할 만한 중대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안팎으로 편향된 결정을 내릴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점증한다. 우선 내부적으로는 일부 잘못된 경찰관들의 섣부른 의욕이 염려된다. 경찰이 이만한 관심을 받는 사건을 담당하기 힘들다. 자신의 출세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 사건을 처리할 가능성은 분명히 존재한다. 대선이 끝나자마자 누가 시키기도 전에 발 빠르게 사건 수사에 착수한 경찰 아니었나. 실제로 경찰 고위직 인사에서 이재명 후보 관련 사건에 대한 적극적 수사를 인정받아 고위직으로 승진한 경찰간부가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유·무형의 외압 가능성은 더 큰 걱정거리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숱한 내외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경찰 통제의 명목으로 경찰국 설치를 관철했다. 이 과정에서 ‘쿠데타’ 같은 과격한 표현으로 경찰관들의 반발을 사더니 급기야는 ‘중요 사건 수사 지휘’를 언급하는 등 장관의 직무에도 포함되지 않은 ‘수사’ 업무에 대한 의지도 피력했다. 가뜩이나 치안정감 승진자 전원에 대한 개별 면접으로 줄 세우기와 편 가르기 같은 고도의 정치적 편향성을 보인 그의 행보로 볼 때 외압 가능성이 없다고 누가 감히 단언하겠는가.

윤석열 정부의 쌍두마차인 한동훈과 이상민을 통해 ‘左검찰 右경찰’의 큰 그림을 완성한 윤석열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함께 매사에 ‘법대로’를 외치는 법치주의도 일선 경찰에게는 일정한 방향성으로 수사하라는 사인으로 읽힐까 염려스럽다.

이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사는 길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실체적 진실과 경찰관의 양심에 따라 결론을 도출하는 일뿐이다. 실체적 진실은 형사사법의 절대적 가치다. 120군데를 넘는 압수수색은 좀 과하기는 하지만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한 노력이었다면 이해함직하다. 그러나 증거와 팩트에 근거하지 않은 주관적 판단은 금물이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같은 근대형사사법의 정신도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다. 형사사법의 최초 단계인 경찰의 예단은 검찰과 법원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 점은 앞으로 있을 다른 사건의 수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전국 치안 수요의 4분의 1을 담당하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경찰의 중심이다. 경찰 전체에서 차지하는 경기남부경찰청의 존재감도 날로 커지는 상황이다. 1천만 도민의 치안을 책임진 경기남부경찰청의 명예와 경찰의 백년대계가 기로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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