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1기 신도시인 산본신도시 전경.<군포시 제공>
수도권 1기 신도시인 산본신도시 전경.<군포시 제공>

김동연 경기지사가 윤석열 정부의 1기 신도시 재정비 정책을 두고 ‘공약 파기’라고 날선 비판을 가하며 각을 세웠다.

정부의 8·16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1기 신도시 지역에서 비판 여론이 높아진 가운데 김 지사가 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하면서 독자적인 재정비 대책 마련에 돌입, 정부와 경기도 간 ‘1기 신도시 재정비 정책’ 대립 구도가 향후 정국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관련 기사 7면>

김 지사는 지난 19일 게시한 SNS 글에서 정부가 1기 신도시 정주환경 개선을 2024년 마스터플랜 수립 이후 진행하겠다고 입장을 표명한 데 대해 "2·3기 신도시에 비해 상당히 후순위로 미룬 조치로 사실상의 공약 파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낡고 오래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도시의 자족 기능을 높이는 일은 분당·산본·일산·중동·평촌에 살고 계시는 1기 신도시 주민들의 오랜 염원"이라며 "지난 대선에서 여야 대선 후보 모두 한목소리로 용적률 상향과 규제 완화를 공약했는데, 대선 공약을 이렇게 쉽게 폐기하는 처사는 국민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취임 이후 그간 정부 정책에 이렇다 할 쓴소리를 낸 적 없었던 김 지사가 작심발언을 하면서 이목이 더 집중된다. 경기도청 안팎에서는 정부를 향한 김 지사의 이번 발언이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돌아선 1기 신도시 지역 민심을 달래고, 정부의 조속한 1기 신도시 지원책을 이끌어 내려는 방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기 신도시 재정비가 김 지사의 공약이기도 한 상황에서 대형 부동산 정책을 지방자치단체가 독자적으로 추진하기는 어렵기에 정부가 적극적인 대책 추진에 나서야 한다고 압박했다는 풀이인 셈이다. 그러면서 김 지사는 도 차원에서 가능한 모든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우선 국회에서 발의한 1기 신도시 특별법이 통과되도록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연대를 꾀할 전망이다. 1기 신도시를 지역구로 하는 국회의원 대다수가 민주당 소속인 점은 적극적인 1기 신도시 재정비 정책의 시행을 앞둔 김 지사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평가된다. 당내 의원들과의 협조를 통해 속도 조절에 들어간 정부에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단서가 되리라는 분석이다.

도는 특별법 추진과 함께 도 차원에서 먼저 1기 신도시 노후화 실태를 파악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TF를 만들기로 했다. 또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추진할 전담조직(TF)을 20여 명 규모의 민관 합동으로 구성할 계획으로, 용적률 완화 등 재정비 방안, 집값·교통 등 신도시 재정비에 따른 문제점과 완화 방안 등을 점검한다.

도는 1기 신도시 현황 파악과 재정비 개발 방향 수립을 위한 용역을 12월 7일까지 완료 목표로 진행 중으로, 용역을 통해 개발 방향 종합구상(안) 수립을 위한 주민 설문조사, 1기 신도시 재정비 목표와 방향, 핵심 과제, 단계별 추진 전략 등을 담은 종합구상(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정부가 밝힌 2024년 마스터플랜 수립에 비하면 2년 빠른 시도다.

국토교통부는 같은 날 참고자료를 통해 "재건축·재개발을 위한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 대형 개발사업의 마스터플랜 등의 수립에 대개 2년 이상 걸리는 점을 감안할 때 2024년 1기 신도시 재정비 마스터플랜 수립 일정은 공약과 국정과제의 신속한 이행을 위해 이례적으로 빠르게 추진되는 셈"이라고 했다.

정진욱 기자 panic82@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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