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구 인천녹색연합 부설 생태역사공간연구소 공동대표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부설 생태역사공간연구소 공동대표

계양들이 펜스로 둘러쳐지기 시작했다. 사람 키보다 높은 펜스로 안을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조만간 공사가 시작될 모양이다.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된 논과 밭은 여름을 지나면서 풀밭이 됐고, 풀들은 이주보상비를 받고도 버려진 나무들만큼 자랐다. 인근 비닐하우스가 있던 자리에는 버리고 간 쓰레기들로 넘쳐난다. 굴포천을 따라 걷거나 라이딩할 때 서쪽으로 이어지는 한남정맥과 우뚝 솟은 계양산은 이제 아파트에 가려질 것이다. 계양3기 신도시라 불릴 계양 들녘이다. 

지난 겨울까지 계양들에서는 큰기러기 수백 마리가 날았다. 큰기러기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2급의 보호종이다. 굴포천에는 천연기념물 원앙을 비롯해 흰뺨검둥오리와 청둥오리, 흰죽지 등 오리들과 물닭들이 한가로웠다. 그런 계양 들녘에 봄부터 인천계양 공공주택지구 경작 일체 금지 안내판이 여기저기 꽂혔다. 멸종위기야생생물인 금개구리의 이사는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금개구리의 새로운 서식지는 귤현천 옆 논습지 주변이다. 그동안 계양들 곳곳에서 농부들과 함께 어우러져 살았지만 이제는 인간이 마련해 준 공원에서만 살아야 한다. 공원을 벗어나려면 목숨을 걸고 아스팔트를 건너야 할 것이다. 자동차 바퀴와 사람 발길을 요행히 피하더라도 계양들은 대부분 메마른 공간으로 변했을 것이다. 어찌 생각하면 산 넘고 물 건너야 하는 더 먼 곳으로 이주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금개구리는 우리나라 고유종이다. 등에는 갈색 융기의 두 줄이 뚜렷하다. 이 금줄은 눈의 뒤끝에서 시작해 뒷다리까지 이어진다. 언뜻 보기에는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참개구리와 비슷한데, 참개구리는 중앙에 녹색 선이 하나 더 있어서 어렵지 않게 구분할 수 있다. 서해안의 저습지나 논 등지에서 주로 서식하는데 도시 확장으로 서식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특히 금개구리는 행동반경이 좁아 서식지를 훼손되거나 감소하면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종이다. 특히 양서류는 기후변화의 지표종으로 날로 심각해지는 지구온난화에 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그동안 인천에서도 수많은 금개구리 서식지가 사라졌다. 2007년에는 청라국제도시라 불리는 청라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500만 평(1천652만8천㎡)이 넘는 청라의 곳곳에 살던 금개구리들을 심곡천 하류의 작은 습지로 이주시켰다. 포획하고 이주하는 과정, 대체서식지의 적절성 논란이 있었고 수도권제2순환선과 경인고속도로 직선화의 연결도로 교량공사로 인한 대체서식지 훼손까지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2009년에는 인천 서구 가정지구가 개발되면서 금개구리 200여 마리가 남동구 서창지구 옆 임시 서식지로 이주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임시 서식지에서 영구 서식지로 이주할 때 포획된 개체는 30여 마리였다. 2014년에는 부천의 오정지구 물류단지를 조성하면서 성체 300여 마리와 1년생 800여 마리 등 총 1천200여 금개구리들이 광명의 안터생태공원으로 이주했다. 2016년에는 계양구 서운일반산업단지를 조성하면서 금개구리들은 강제 이주를 당했다.

많은 농경지가 신도시로 변했다. 농경지는 곡식을 생산하는 곳이면서 멸종위기야생생물의 터전이기도 했다. 공존했던 곳이 아파트와 공원 등으로 구역이 나뉘고 사람들의 배려를 기대해야 한다. 환경영향평가법상 멸종위기야생생물은 포획·이주한 후 일정 기간 사후 모니터링을 진행한다. 그러나 법정 시한이 지나면 강제 이주한 멸종위기야생생물과 그들의 대체 서식지는 잊혀진다. 

환경부가 금개구리를 2급에서 1급으로 멸종위기등급을 상향 조정할 예정이라는 소식이다. 2급은 가까운 장래 ‘멸종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는 야생동식물이고, 1급은 개체 수가 현저하게 감소돼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이다. 그동안 양서류 중 멸종위기1급은 수원청개구리뿐이었다. 사라진 논은 금개구리와 수원청개구리의 서식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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