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긍현 군포소방서 재난예방과장
한긍현 군포소방서 재난예방과장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기습 폭우와 무더위가 맹위를 떨쳤던 여름도 처서(處暑)를 기점으로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풍성한 가을의 문턱에 와 있음을 느낀다. 

며칠 있으면 민족 대명절인 추석인 만큼 계속되는 코로나19로 자주 찾아뵙지 못했던 고향 친지를 만나 즐거운 시간을 같이할 생각에 설렌다. 최고급 육류나 싱싱한 과일 선물 준비도 의미가 있지만 이번 추석에는 친지나 고향에 계신 분들에게 ‘안전을 선물’하라고 권하고 싶다. 필수 주택용 소방시설인 ‘소화기’와 ‘단독경보형감지기’다. 

소방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는 전체 화재의 27.5%(5만4천494건), 사상자는 전체 사상자 중 주택에서 57.6%(640명)가 발생했다. 이는 편안하게 거주해야 할 주택이 화재 발생 위험이 높고, 이로 인한 인명피해가 크다는 증거다.

정부는 주택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를 줄이고자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를 법제화해 의무적으로 설치(2017년 2월 4일 시행)하게 했지만 주택과 같은 사적인 공간에 강제력을 동원하기 쉽지만은 않다. 가끔 화재사고 뉴스 등을 통해 "화재 발생 초기에 비상벨소리를 듣고 신속한 대피가 가능했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화재경보기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지만 실천하지 못해 예기치 못한 화재로 후회를 반복한다.

주택용 소방시설은 소화기와 단독경보형감지기로 나뉜다. 소화기는 화재 초기 소방펌프차 1대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화재 발생 즉시 소화에 성공한다면 인명피해뿐만 아니라 재산피해도 획기적으로 줄인다. 분말소화기를 비치해 놓고도 "설마 우리집에 불이 나겠나"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평상시 사용 방법을 익히지 못해 화재 발생 시 당황해 사용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화재는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주택에는 소파, 침대 등 가연물이 다량 존재하고 전기기기 등 불꽃 점화원이 되는 가전제품이 다수 존재한다. 이러한 화재 위험으로부터 안전을 지키는 것은 주택용 소방시설이 유일하다. 

단독경보형감지기는 가연물의 열분해 시 발생하는 연기를 감지해 음향을 발생하는 기기로, 일정량의 온도 변화를 감지하는 일반 감지기보다 빠르게 화재를 감지하는 특징이 있다. 별도의 전원 공급 없이 내장된 배터리(수명 10년)와 음성경보장치가 내장돼 누구든지 천장이나 벽면에 설치와 관리가 용이하다. 가격 또한 1만 원대로 시중에서 쉽게 구입 가능하다. 설치 방법은 거실·방·주방 등 구획실마다 1개, 복도·계단마다 1개씩 추가 설치하면 된다.

가까운 친지나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드릴 좋은 선물도 많지만 그 중에서도 안전하게 생활하는 주택용 소방시설을 구입·설치해 수십 년간 살아온 집과 재산을 잃거나 소중한 생명이 꺼져 가는 안타까운 일이 없도록 안전한 보금자리를 만들어 드리는 일이 그 무엇보다 큰 선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한 "나의 재산과 생명은 내 스스로 지킨다"는 생각으로 주변의 위험요인을 살펴보고 화재 예방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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