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은 닭과 비슷한 크기로 알록달록한 무늬와 검은 반점이 많고 꼬리가 긴 조류다. 옛날부터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봤기에 우리에게도 친숙하다. 그런 꿩의 재밌는 점은 몸을 숨길 때 머리만 풀숲에 박은 채 눈을 감고 몸채는 그대로 노출시켰음에도 은폐에 성공했다고 착각한다는 거다. 

2020년 10월 평택시는 행정 사상 최초로 한 민간사업자와 5성급 호텔을 조성하겠다며 법적 효력을 가질 만한 MOA 협약을 체결했다. 당시 이를 두고 지역사회에서는 시가 특정 기업에 특혜를 준다는 여론이 일파만파 퍼졌다. 

해당 지구단위계획은 관광휴양시설용지 2만2천여㎡와 녹지용지(공원) 1만5천8㎡, 공공시설(도로) 574㎡ 등으로 계획된 상태인데 민간사업자는 지구단위계획 수립 시 최소 3만㎡ 부지를 확보해야 함에도 해당 부지 전체 관광휴양시설용지의 97% 수준인 2만2천442㎡만 확보한 상태로, 나머지 부족한 면적은 사업부지 인근에 위치한 내리문화공원 일부를 시로부터 제공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이로 인해 민간사업자는 도시개발법에 명시된 ‘지구단위계획 시 사업자가 30%의 녹지를 확보해야 한다’는 규정도 무시한 채 시민의 혈세로 조성된 내리문화공원으로 대체하고 완충녹지 2.6%만 조성하기로 계획했다.

팽성지역 주민들이 지역 발전을 위해 내놓은 땅이 개인사업자의 이익을 위해 이용된다는 점이 참담한 상황이다. 시는 이러한 상황에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정작 인허가 절차를 진행하는 사업자는 시청에 들어오지도 않고 도시계획과 공무원들이 협의 부서를 다니며 각종 분담금 완화를 요청하는 모습이다. 

이렇게 시가 대놓고 특혜 행정을 남발해 지역에서는 5성급 호텔이 시민을 위한 정책사업이 아닌 미군을 겨냥한 민간사업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계획과 직원들은 특혜가 아니라며 ‘꿩 머리 박기’식 해명을 남발, 이미 건축허가를 거쳐 착공계까지 접수해 주는 등 특혜 행정을 강행했다. 

이 모든 과정에서 내리문화공원을 담당하는 평택시 공원과는 2021년 도시계획심의위원회 협의 당시 "해당 공원은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지구단위계획에 포함시킬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의견을 냈지만 도시계획과의 "도시계획법상 가능하다"는 얼토당토않은 의견을 받아들여 지구단위계획에 내리문화공원 일부를 포함시켰다. 모든 행정은 부서별 적용 법이 다른 만큼 명확한 근거를 갖고 행정절차를 이행해야 하는데, 다른 부서가 적용하는 법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정작 자신들이 적용해야 할 법률은 내팽개친 꼴이다. 

이 사안을 놓고 공직자들 사이에서도 "이 사업을 진행하다가는 직업을 잃을 수 있다", "해당 부서 과장은 목숨이 몇 개길래 저렇게 무리하게 특혜 사업을 추진하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을 보인다. 특히 지역에서는 수사가 필요한 상황임에도 손 놓고 구경하고 있는 수시기관과 정치권에 불만이 쌓인다. 

시민들을 위해 호텔을 조성하는 일은 좋은 취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의혹이 번지는 만큼 시는 명백한 해명을 해야 하고, 수사기관도 특혜 여부를 밝혀 내야 한다. 꿩 머리 박기식 특혜 행정에 대해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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