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

중국의 시대가 열린다고 예측하거나 아마도 가까운 장래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나온 지도 꽤 됐다. 이 가운데 ‘화교 자본’의 저력과 미래 가능성을 높이 보는 입장은 크게 다를 바 없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할 듯하다. 화교들의 경제력이 드러난 것보다 잠재적인 면에서 보통이 아니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영향력과 실제 규모는 상상 외로 거대하며 나날이 그 비중이 높아져 간다는 점에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특히 ‘화교 자본’의 현금성 유통 자산 규모, 핫머니 성격이 강한 서방 자본과는 달리 글로벌 시대에서 시장경제의 원리에 충실하다는 것이다. 치고 빠지는 일회성 투기가 아니라 수익이 있는 한 계속 투자처에 머문다는 장점을 꼽기도 한다. 

홍콩의 항생은행장(恒生銀行長)은 벌써 "앞으로의 세계경제는 유럽과 미국, 중국(본토·홍콩·타이완)으로 3극화 될 것이며, 민족을 바탕으로 한 기능적 통합체(화교경제권)이기에 경제적 협력에 있어 큰 힘을 발취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한 바 있다. 그리고 외국의 다국적 기업의 경우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홍콩·싱가포르 등의 화교 자본과 힘을 합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런데 근래 들어 홍콩의 경제상황에 여러 변화가 오고 있다는 소식이다. 세계 금융허브에서 중국 반환 25주년을 맞아 해외로 탈출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싱가포르나 일본 등에서는 벌써부터 홍콩의 금융허브나 무역 기능을 흡수하려는 노력이 강화되고 있고, 어느 정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유정복 인천시장이 "인천은 세계적인 공항과 항만 인프라가 있고, 배후에 2천500만 명의 수요시장이 있는 만큼 중국의 영종국제도시와 강화를 중심으로 한 도서지역, 그리고 송도·청라 경제자유구역을 연계하면 홍콩을 대체할 최적지"라고 밝히면서 ‘뉴 홍콩 시티’ 플랜을 제시했다.

사실 중구 지역은 현재의 원도심에 있는 차이나타운이 근대 개항 시절부터 중국과 인연이 깊은 곳이고, 타이완·동남아시아 등지의 화교들과 적지 않은 관계가 있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원래 화교들은 외국인과 쉽게 친해지지 않는다. 인간의 속성이 그렇겠지만 그들은 대인관계에 있어 이해득실과 연고 등을 확실하게 따지며, 그러다가 가까워지면 마치 친족처럼 교류하게 되고 가능한 오랫동안 관계를 지속하는 것으로 유명하지 않은가. 30년 전 명동에 위치한 대사관에 오성홍기가 올라가고 이를 본 많은 화교들이 눈물을 흘리며 애통해 했으나 지금 그들은 중국 본토를 제집처럼 드나들며 바쁜 비즈니스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감정에 치우쳐 비즈니스를 놓치지 않는 성격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런 점들도 우리는 잘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인천 중구 영종국제도시를 중심으로 한 홍콩 대체지 계획은 국제 환경상 충분히 가능성이 있으며, 여건도 꽤 성숙해져 있음은 주지하는 바다. 베이징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대중 전략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일부 있다고 한다. 물론 현 정부 들어 한중 관계의 도전 요인이 많아지고, 양국 간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아직 문제가 크게 불거지지는 않았으나 물밑에서 더 열심히 교류해야만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언론 보도도 나온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비행기가 아닌 고속철을 타고 5년 만에 홍콩을 방문했다. 하나의 중국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의도일 터다. 하나 3년 전 송환법 반대 시위 이후 홍콩에서 54만 명 이상이 영국해외시민(BNO) 여권을 발급받았고, 1세대 이민이 주를 이뤘던 캐나다를 찾는 시민들도 부쩍 늘고 있어 홍콩의 중국화(中國化)에 대한 우려는 쉽게 사라질 성격이 아니다. 

이제 ‘뉴 홍콩 시티’ 플랜이 제3차 글로벌 금융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치밀한 전략과 정책의 수립, 신속한 집행으로 효과적인 출발과 가까운 시기 안에 큰 성과를 올리기를 기대하면서 인천 중구 영종국제도시가 세계의 금융허브로 자리잡는 날을 고대한다. 이는 인천만이 아니라 국가적 입장에서도 크게 환영할 일이며, 탈중국화가 아니라 굳건한 협력의 계기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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