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용 가평군 관광전문위원 경영학박사
이상용 가평군 관광전문위원 경영학박사

명품 남자 배우 브루스 윌리스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 ‘식스센스’와 명품 여자 배우 니콜 키드먼 주연의 영화 ‘디 아더스’의 공통점은 영화 속 주요 인물들 자신이 이미 죽은 좀비이면서도 세상 속에 살아있는 것으로 착각한다는 점이다. 

 두 영화는 워낙 유명한 공포 스릴러이면서 철학적 가치가 있어서 대부분의 줄거리는 잘 알려졌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삶과 죽음의 착각’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속에서 좀비들은 자신의 존재를 모른 채 살아있는 듯 착각하면서 종횡무진 타인을 위해서 또는 가족을 위해서 열정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다가 결말에 가서 자신이 이미 세상적인 가치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어쩔 줄 몰라 하는 반전이 일어나게 된다. 그리고 문득, 그동안 열심히 노력한 모든 일들이 허사였다는 사실을 알고 허무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다.

 자신의 존재 가치가 이미 한계를 넘었다는 사실을 모른 채 반복되는 일에 매몰돼 사회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착각은 현실 속에서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특히 오랫동안 공직에 머물러 존재 가치를 잊은 공무원이 현실을 망각한 채 저지르는 착각의 실체는 마치 영화 속 좀비와 흡사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종종 있다.

 공무원은 간단하게 말해서 ‘말과 글’로써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며 민원인의 이익을 위해 헌신·봉사하는 직업이다. 여기서 공무원의 ‘말과 글’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언어와 낙서, 일기, 편지처럼 자유롭게 사용하는 글이 아니라 철저하게 법과 규칙에 기반해 만들어 내는 공문서, 행정기획물과 업무보고 역량, 발표력 등을 지칭한다.

 이렇게 말과 글을 사용해 오랫동안 한 분야의 일을 하면서 습득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가나 사회의 심부름꾼 역할을 함으로써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켜 주는 기본적인 책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무원을 다른 말로 공복(公僕)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영화 속 좀비와도 같은 일부 공무원은 현실과 상당히 차이가 나는 행동을 함으로써 민원인들의 빈축을 사기 일쑤다.

 국민 삶의 질보다는 자신의 업무편의나 혹시 나중에 감사로 인해 발생할 책임으로부터 벗어나고자 예방하는 소극적 행정, 민원 당사자의 특혜 시비를 사전에 차단함으로써 법적 문제를 예방하려는 소심한 행정처리 등을 저지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행동들은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민원인의 볼멘 하소연을 들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해당 공무원이 자신의 좀비 같은 행동을 아무리 자세하게 설명해 줘도 끝까지 자신이 옳다고 착각하며 고집을 부리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그런 공무원은 자리에서 떠난 후 또는 퇴직 후 바깥에서 공직의 안을 들여다볼 때쯤이나 돼서야 자신이 오랫동안 얼마나 착각을 하면서 공무원 생활을 했는지 느끼게 된다. 영화 속 주인공이 결말에 가서야 자신이 좀비였다는 사실을 알고 소스라치게 놀라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힘들게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그렇게 일부 공무원이 허비하는 민원인의 시간이 얼마나 많을 것이며, 그 손해는 또 얼마나 심할 것인가. 참으로 안타깝고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겠다. 

 지방정부는 공무원의 좀비 같은 행동을 예방하기 위해 부단히 능력 계발, 전문지식 학습, 서비스 교육, 간부 교육 등을 주기적으로 시행한다. 

 임용된 지 얼마 되지 않거나 승진 후 보수교육을 받은 간부급은 대체적으로 좀비 같은 행동에 빠져들 확률이 적다. 반면 오랫동안 똑같은 일에 파묻혀 자신도 모르게 현주소를 분간하지 못하는 노회한 공무원일수록 자칫 영화 속 좀비처럼 될 가능성이 높다.

 공무원 조직사회에서 나타나는 ‘식스센스’와 ‘디 아더스’ 증후군을 신속하게 진단하고 치유하는 건 지도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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