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 산곡남중 교장
전재학 인천 산곡남중 교장

"남산에 소나무는 잡아주지 않아도 반듯하게 자라고, 그것을 잘라서 화살로 쓰면 물소의 가죽도 뚫을 수 있습니다. 이것으로 미루어 본다면 꼭 학문이 필요하겠는지요?"

 "화살에 깃을 꽂고 앞쪽에는 촉을 갈아서 박는다면 그것이 얼마나 깊이 박히겠는가"

 이는 2천500년 전 제자(자로)와 스승(공자)이 나눈 공부에 관한 대화다. 결국 무사였던 자로는 공부를 통해 화살을 더 잘 쏠 수 있는 실무 능력 향상법을 듣고서 그 필요성에 수긍해 제자가 됐고, 죽을 때까지 충직하게 학문을 닦는 삶을 살았다고 전해진다.

 공부, 인생을 살면서 싫든 좋든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다. 공부의 유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위에서 스승이 말한 공부란 어떤 일을 하더라도 도움이 되는 공부를 말한다. 만약 스승이 화살을 더 잘 쏘기 위한 특별한 기술을 말해 주거나 칼을 더 잘 쓰기 위한 검법을 가르쳤다면 실무를 더 잘하기 위한 공부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스승은 화살을 더 깊이 박기 위해서는 뒤에는 깃을 꽂고 앞에는 무거운 화살촉을 심으라고 가르쳤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생각의 폭을 넓혀 창의력과 상상력 등 폭넓은 사고를 키우는 진짜 공부라 할 것이다.

 일찍이 20세기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전문적인 지식만 공부한 사람들은 ‘잘 훈련된 개’에 가깝다고 하면서 사람들에게 "올바른 가치관과 관계 형성, 삶의 의미, 환상, 고통을 이해하는 법을 체득하게 하는 인문학 공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인 통념과는 달리 최고의 과학자가 자신의 전공과는 달리 인문학 공부를 강조한 건 예사롭지 않다. 사실 스티브 잡스 또한 "애플은 인문학과 기술의 교차점에 서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모든 혁신 제품은 인문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고백한 바 있다. 그가 초·중등학교 시절부터 각종 인문 고전 독서광이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심지어 대학 시절에는 자퇴를 하고서 인도에 날아가 동양의 사상을 공부한 것으로 유명하다.

 대한민국의 교사는 우수한 학력(學力)의 소유자로 알려졌다. 필자가 대학 진학지도를 할 때 매해 최고의 성적 우수자가 교대 진학에만 매달리는 것을 수없이 목격했다. 그때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 한국의 경영 구루(guru)의 말을 인용해 더 넓은 진로의 방향을 설득해 봤으나 그것은 ‘소귀에 경 읽기’였다. 필자가 우려한 것은 ‘안정된 직장’, ‘철밥통’이란 이유로 진로 선택을 하는 것이었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그런 그들이 교사가 돼 자신들의 학문적 역량과 잠재적 능력을 망각한 채 그저 현실과 타협하며 ‘있는 둥 마는 둥’ 존재감이 없이 축적된 지식에만 만족한 채 교육현장에서 존재의 의미를 드러내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왜 이런 결과를 낳는 것일까? 한마디로 더 이상 공부하지 않기 때문이다. 교사는 머리에 든 지식만으로 운전하는 초보운전자보다는 돌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베테랑이 돼야 한다. 한때의 지식 공부에서 얻은 낡은 지식과 좁은 시야로 시대의 변화에 따른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한다면 이 얼마나 위험한가. 특히 "가만히 있어도 중간은 간다"는 철밥통 의식은 폐기해야 한다. 물론 이 말에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라고 저항할 수 있다. 필자는 오히려 그런 대응을 하는 교사들을 더욱 기쁘게 애정을 가지고 희망을 품고 싶다. 왜냐면 거기엔 이의를 제기할 만큼의 노력과 실천이 병행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우리 선생님들이 1년에 과연 몇 권의 책을 읽고 자신의 지속성장을 도모하는지 묻고 싶다. 

 이제 간절히 소망하는 바는 교사들이 학문적 역량과 현재의 앎에 지속적인 공부를 통한 배움을 더한다면 이는 날개를 단 독수리가 돼 더 높이, 더 멀리 치솟아 넓고 깊은 교육적 관점에서 우리 교육을 혁신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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