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근 인천시 시민안전본부장
박병근 인천시 시민안전본부장

평범한 사람이 코로나19에 걸릴 확률은 얼마나 될까? 백신은 맞는 게 좋을까? 보통 사람들은 확률의 법칙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코로나 초기에 사람들은 본인이 확진될 확률이 로또복권에 당첨될 확률보다 낮다고 농담처럼 말하면서 코로나에 걸릴 위험성을 주사위 놀이나 룰렛 게임처럼 가볍게 취급했다. 

에밀 보렐은 1871년 프랑스에서 태어난 저명한 수학자다. 그는 ‘가능성에 관한 유일한 법칙’이라 명명한 ‘보렐의 법칙’을 소개했는데, 확률이 아주 낮은 사건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사건은 인간의 관점에서 발생 확률이 매우 낮기 때문에 언젠가 일어나리라고 예상하는 것이 비합리적이다. 파리 시민이 교통사고 당할 확률이 100만분의 1인데 어떤 사람이 이 가벼운 위험을 피하려고 외부 활동을 포기하고 아내와 자식들까지도 집 안에만 머물게 한다면 그는 미친 사람 소리를 들을 것이다. 따라서 보렐의 법칙에 따르면 우리 주변의 보통 사람들은 농담처럼 초기에 코로나에 걸릴 확률은 없었던 셈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전체 국민의 45.3%인 약 2천341만 명이 확진됐으니 보렐의 법칙에 기대서 코로나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은 버리는 게 좋을 듯하다. 더구나 1회 경우의 수가 아니라 지속되는 시간을 감안하면 코로나에서 보렐의 법칙은 적용될 수 없다. 

나중에 자신의 견해를 수정했지만 처음에 아인슈타인은 자연의 법칙은 확정적인 것이지 확률적으로 유동적이지 않는다고 하면서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인슈타인의 초기 이론이 적용된다면 세상에 이미 출현한 코로나는 확정적으로 누구나 예외 없이 확진될 것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확진 안 된 사람이 전 국민의 55%이며, 선천적으로 유전자에 항체가 형성돼 끝까지 안 걸릴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영국의 실험에서 밝힌 바 있으니, 모든 국민이 코로나에 확진될 것이라는 가설은 현재까지는 틀린 셈이다. 

한편, 후유증에 대한 걱정으로 백신 접종을 주저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면, 로버트 머튼이라는 사람이 말한 ‘자기 충족 예언’은 아무 근거 없이 자신이 시험에 떨어지리라고 확신하면서 공부보다 걱정에 더 많은 시간을 쓰다가 결국 그 때문에 시험에 떨어지는 겁 많은 학생의 예가 나오는데, 현재 우리나라에서 1억2천928만 회의 접종 실적에서 이상반응 신고율이 평균 0.37%이고 3차 접종 0.17%, 4차 접종 0.06%로 나타나는 것을 보면 안타깝지만 희소한 이상반응의 예를 제외하고는 시험에 실패하는 학생처럼 지레 기우에 빠진 어리석은 상상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코로나에 걸릴 확률과 그 대비책으로 백신을 맞아야 하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을 생각해 보자. 17세기 프랑스의 과학자이자 철학자인 파스칼은 근대 확률이론을 정립한 수학자이기도 한데,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확률이론인 ‘파스칼의 도박’을 정립했다. 여기서 한번 ‘파스칼의 도박’을 중증 코로나에 걸릴 상황이나 백신 접종의 효과성으로 바꿔서 상상해 보자. 

코로나에 걸릴 확률과 백신 접종의 효력을 믿는 것은 마치 도박과 같다. 코로나 백신을 맞았다가 확진이 안 되면 아무런 손해가 없다(물론 드문 경우인 백신 후유증은 고려하지 않는다). 백신 접종 후에 코로나에 확진되고 경증으로 회복되면 소위 말해서 백신 접종은 대박이다. 반대로 확진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백신도 안 맞았는데 정말로 확진되지 않으면 아무 손해가 없다. 마지막으로 확진되지 않을 거라 믿고 백신도 안 맞았는데 확진돼 중증으로 가면 그야말로 쪽박될 가능성이 있다. 최악의 경우로 치달을 수도 있다.

9월 초순 현재 인구 5천100만 명 중 2차 접종 87%, 3차 접종 65.4%, 4차 접종은 14%(60세 이상 42.8%)에 불과하다. 미접종 확진군의 중증화율은 3차 접종 완료 후 확진군에 비해 20.7배, 2차 접종 완료 후 확진군에 비해 3.3배 높게 나타났다. 접종 후 확진되더라도 3차 접종까지 마친 경우 중증 진행 위험이 매우 낮은 것이다. 따라서 ‘파스칼의 도박’에서 보는 바와 같이 확률적으로 기왕이면 백신을 맞는 쪽으로 가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굳이 설마 코로나에 걸리겠나 의심하거나 백신의 효과성을 의심해 생명과 건강을 자신의 의지는 전혀 반영 안 된 위험한 확률에 맡길 필요까지야 없다. 백신 접종의 효과로 중증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 베팅을 하는 것이 인류의 지식이 축적된 현대사회를 현명하게 살아가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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