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 산곡남중 교장
전재학 인천 산곡남중 교장

근래 웃픈 이야기 하나가 교사들 사이에 회자(膾炙)됐다. "엄마, 나 학교 가기 싫어요", "얘야, 그런데 너는 선생님이잖니?" 이는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정신분석학자이자 개인심리학의 창시자인 아들러(Alfred Adler, 1870~1937)는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그만큼 인간관계는 중요하다. 그런데 학생 교육에 집중하기 위해 서로 믿고 의지해야 할 동료 교사, 그들 간의 갈등은 다른 어떤 요인보다 교사를 힘들게 한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학교 현장에서 동료 교사 간 갈등의 원인은 무엇인가? 이를 회복하고 바람직한 관계 맺기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학교 현장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갈등의 원인을 살펴보자. 첫째, 건강하지 못한 학교 내의 권력 구조다. 학교 내에는 어떤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교사 간 갈등을 조장하거나 증폭시키는 경우가 많다. 둘째, 교사 간 다름(difference)이다. 개인별 업무 난이도와 생활지도의 어려움에 따라 교사 간에 생각이 다르고, 이에 근거해 상대방을 평가하는 것이 원인이다. 셋째, 교사 상호 간의 경험이 다르다. 학교폭력이나 교권침해를 처리하는 방식이 교사의 경험이나 환경의 영향력, 지식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넷째,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른 교직생활의 변화다. 그 기저에 경력 차이에 따른 삶의 방식이나 가치관의 차이가 존재한다. 다섯째, 교사의 행정업무다. 싫은 업무를 두고 서로 안 맡으려 하거나 눈치 보기가 심해서 업무 스타일과 미묘한 성향의 차이가 갈등을 촉발한다.

학교 현장에서 생기는 갈등의 구체적인 몇 가지 사례를 보자. 첫째, 학생의 문제로 인한 경우다. 학급 간 또는 개별 학생을 지도하는 방식에서 자존심을 건드려 생기는 현상이다. 둘째, 자신의 실수를 타인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다. 이는 업무 처리 과정에서 보이지 않게 적잖이 발생한다. 셋째, 의사소통의 결여로 인한 오해다. 행사를 진행하는 주무 교사와 보조 교사 간의 재량권 차이에 대한 인지나 협의가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넷째, 성과상여금 정량적 지표와 관련된 경우다. 상호 간 자존심 문제로 한 치의 양보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행한 어느 설문조사의 결과를 보자. 관리자, 학부모, 동료 교사 중에서 갈등이 생겼을 때 가장 어려운 대상이 누구냐는 질문에 놀랍게도 다른 대상에 비해 동료 교사가 10% 정도 높게 나왔다. 왜 그럴까? 동료 교사는 가장 자주 접하는 대상이고 의사결정을 위해 대면할 일이 많으니 갈등은 그만큼 피하고 싶은 마음으로 표출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동료 교사 간 원만한 관계 맺기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서로 존중하고 칭찬하며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 교직은 혼자서 빨리 가기보다는 함께 멀리 가려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둘째, 교사 상호 간 협력이다. 지금처럼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에서 혼자서 잘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으며, 상호 협력으로 더욱 건강하게 유지해야 한다. 셋째, 자발성에 근거하는 교사 간 전문적 학습공동체의 활성화다. 개인적인 수업에서의 실수나 실패, 생활지도 방법을 공유해 회복탄력성을 높여 나가는 것은 교사 개개인이 성장하고 좋은 관계 맺기를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동료 교사 간의 갈등은 때로는 필요한지도 모른다. 왜냐면 갈등이 없는 조직은 발전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사 상호 간 갈등 회복과 원만한 관계 맺기는 학교교육의 인플루언서(influencer)다. 요즘처럼 감정 노동자인 교사가 학생, 학부모, 동료 교사, 관리자와의 불편한 갈등이 표면화돼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감정 이입이 되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 굳어 있거나 무뚝뚝한 얼굴, 화가 난 얼굴을 하는 교사에게서 학생들이 배울 것이 무엇이겠는가. 학교는 교사의 순환근무로 서로 사랑만 하며 살기에도 시간이 길지 않다. 학교에서의 바람직한 교육성과는 바로 가까이 있는 동료 교사와의 관계에서 출발함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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