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버 

나혜림 / 창비 / 1만3천 원

「위저드 베이커리」, 「아몬드」, 「페인트」, 「유원」 등의 한국 청소년문학을 배출한 창비청소년문학상의 열다섯 번째 수상작이 출간됐다.

책 「클로버」는 녹록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소년 정인과 고양이로 둔갑한 악마 헬렐이 함께 일주일을 보내는 이야기다. 지옥에서 온 악마와 한국에 사는 평범한 소년, 아무런 접점이 없을 듯한 두 인물이 만들어 나가는 합이 경쾌하면서도, 무수한 유혹으로 이뤄진 삶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는가를 반추하게 만든다. 

인간의 모습으로 변한 고양이는 자신을 악마 ‘헬렐 벤 샤하르’라고 소개한다. 헬렐은 휴가 중으로, 일주일간 정인의 옆에 있겠다고 한다. 헬렐의 주특기는 바로 유혹. 그리고 그가 얻고 싶은 건 정인의 마음이다.

정인은 아직 10대 소년일 뿐이고, 남보다 단단하다지만 종종 상황이 사람을 무너지게 한다. 지금까지 헬렐의 유혹에 응하지 않았던 게 무색하게 세상은 정인에게 요행을 바라게 만들고, 헬렐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만약에’ 한마디면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겠다는 제안을 담은 ‘클로버’. 정인은 끝내 헬렐이 건네는 클로버를 손에 쥐게 될까?

삶에서 해야 하는 수많은 선택 앞에 우리는 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을까? 어느 길이 올바른지 어떻게 알까? 이 정답 없는 질문을 아직 어린 정인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되묻는다. 

그저 100만 원을 모으는 게 꿈이었던 시절 정인의 목표는 사소할지언정 선명했다. 하지만 정인의 삶에 헬렐이 개입하고, 여러 상황이 닥치면서 정인 스스로도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게 돼 버린다.

무수하고 뜻 모를 질문에 명확히 대답할 사람은 없다. 청소년이기에 더 흔들릴 수밖에 없는 정인은 한바탕 폭풍을 겪은 뒤 알게 된다. ‘만약에’로 파생될 여러 갈래의 길에서 선택지는 한 가지이고, 그 누구도 아닌 정인 스스로가 골라야 한다.

「클로버」는 창비청소년문학상 심사위원에게 "읽는 즐거움이 큰 것에 못지않게 읽고 나서 마음에 남는 여운이 깊은 작품", 청소년심사단에게 "주인공을 통해 느껴 보지 못했던 삶의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는 찬사를 받았다. 흔들리는 청소년들의 길을 비춰 줄 소중한 이야기다.  

극한 갈등

아만다 리플리 / 세종서적 / 2만3천 원

이 책은 "우리는 왜 그렇게 서로를 미워하고 증오하고, 승자 없는 싸움을 반복하는가?"라는 질문을 끈질기게 던진다. 

내셔널 매거진 어워드를 수상한 저널리스트 아만다 리플리는 이 난맥상의 해법을 현실에서 찾기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극심한 갈등에서 빠져나온 현실 속 영웅들의 귀중한 사례를 수집했다. 사례는 이혼 소송부터 갱단, 시민단체와 정부, 지역 간 갈등 등 다양하다.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고도 갈등(high conflict)’과 갈등복합산업체의 실체를 알아낸다면 갈등에서 벗어날 방법은 있다. 이 사례들은 정치적 양극화와 갈라치기, 젠더 갈등이 문제가 된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자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첫째, ‘우리 대 그들’,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를 깨부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인간사는 매우 복잡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들어야 한다. 또 갈등을 부추기고 그 갈등으로 이득을 취하는 사람이나 미디어를 멀리해야 한다. 갈등의 가장 큰 피해자는 우리 자신이며, 이를 해결할 힘도 우리에게 있다.

실패의 실력

홍선기 / 의미와재미 / 1만7천500원

실패라는 단어는 아무리 여러 번 겪어도 친해지기 어려운 말이다. 인생에서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 두려움은 더 크다. 그래서 사람들은 실패보다는 성공을 이야기하는 책에 더 주목하고, 의식적으로 실패를 외면한다.

그러나 그 실패가 누군가가 대신 겪어 주는 시뮬레이션 같다면? 그렇다면 기꺼이 그 실패에 눈을 맞추고 귀를 열어 들여다보지 않을까. 그것도 우당탕탕 요란하게, 여러 번. 다양한 이유로 실패한 누군가의 제대로 망가진 실패담이라면? 어쩌면 그 실패를 통해 우리는 ‘참을 수 있는 실패의 가벼움’에 대한 면역이 생길지도 모른다.

저자 홍선기는 13년 차 사업가이자 작가다. 그를 아는 친구들은 ‘프로실패러’라고도 부른다. 몸으로 겪은 사업 실패와 내적 성장 과정을 글로 풀어내기에 이보다 완벽한 프로필은 없다.

성공으로 이끌겠다는 달콤한 말의 성찬들에 지친 독자라면 지극히 개인적이고 이루 말할 수 없이 짠하지만 누구보다 솔직한 이 책의 스토리에 귀 기울이며 잠시 쉬어 가면 된다. 남의 성공에 박수치고 돌아서서 서럽기보다는, 누군가의 실패를 통해서라도 위로 받고 싶은 보통의 마음들에게 ‘참을 수 있는 실패의 가벼움’이 백신처럼 스며들 테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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