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세 사회2부
최승세 사회2부

행정의 생명은 신뢰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다산 정약용은 "나라를 망하게 하는 원인은 외침이 아니라 공직자의 부정부패에 따른 민심 이반"이라 했다.

오산시가 100억 원대 소송에 휘말렸다. 시민들이 제기한 소송이라 시의 충격이 더 크다.

사건의 발단은 2010년 시가 내삼미동 개인 땅에 서울대병원을 유치하겠다며 517억 원을 들여 12만3천여㎡(땅주인 74명)의 땅을 사면서다. 토지보상법에 따라 공익사업이 무산되면 곧바로 땅주인에게 땅을 다시 사갈 권리가 생겼노라 알려야 하는데, 시는 일방으로 이곳에 드라마세트장과 미니어처 테마파크 같은 관광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이에 땅주인 3명은 6년 전 환매권 통지를 받지 못해 지가 상승에 따른 이익 2억3천만 원을 잃은 꼴이라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대법원까지 간 끝에 승소했다. 이후 지금까지 33명의 땅주인이 추가로 소송을 냈는데, 나머지 땅주인이 모두 소송을 제기하면 손해배상액은 100억 원대에 이르리라 추산된다.

결국 시 감사담당관은 당시 업무 담당자들이 왜 환매권 통지를 제대로 하지 않았는지를 캐려고 조사에 들어갔다.

이 밖에도 시는 버드파크 건립 사업과 관련해서도 민사 소송에 휘말려 공직 기강이 흐트러질 대로 흐트러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는 2017년 12월 시청사 서쪽 민원실 지붕에 식물원을 짓기로 하고 공개입찰을 진행해 A업체와 9억5천여만 원에 계약했다. A업체는 같은 달 착공계를 내고 공사를 시작했으나 시는 "설계를 변경할 예정이다", "민간투자를 유치해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는 이유를 들어 여러 차례 공사를 중지하거나 준공일을 미루더니 결국 2년 뒤인 2019년 11월 공사 계약을 해지했다.

시는 계약 해지 8일 뒤인 12월 4일 A업체에 "이미 지급한 선금 2억3천여만 원을 반환하라"고 요청했으나, A업체는 오히려 "정당한 사유 없는 일방 계약 해지로 피해를 봤다"며 맞서는가 하면, 공사 진행에 따른 인건비 등 1억5천여만 원을 추가로 지급하라며 2020년 1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A업체 쪽은 재판 과정에서 "오산시는 공사 계약을 일방으로 해지해 선량한 업체에 피해를 줬다"며 "2019년 언론 보도에서 오산시의 버드파크 건립 계획을 알게 돼 담당 공무원에게 여러 차례 문의했고, ‘민간투자 사업이 진행돼도 식물원 공사 계약은 유지된다’는 설명을 들었으나 사실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7년 12월 착공계를 제출한 뒤 계약 해지된 2019년 11월까지 2년간 자재비, 하도급비, 인건비, 경비 같은 선금(2억3천여만 원)보다 더 큰 비용이 들어간 만큼 시는 배상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시가 소송에 휘말리게 된 까닭은 버드파크로 사업을 변경하기로 한 시점에 A업체와 계약을 제때 마무리 짓지 않았기 때문이다. 확인 결과, 시는 A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고 불과 한 달여 뒤인 2018년 1월 ㈜경주버드파크에게서 오산버드파크 건립 관련 민간사업 제안서를 받았다. 당초 공사 계약 건은 마무리하지도 않은 채 별도로 버드파크 건립 사업을 추진해 2018년 10월 시의회 동의, 11월 투자양해각서 체결, 2019년 9월 건축허가까지 끝낸 뒤에야 A업체와 계약을 취소한 셈이다.

A업체는 일방 계약 파기도 억울하지만, 계약 취소가 2년여 늦어진 탓에 돈 피해가 더 커졌다고 주장한다. A업체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 결과는 조만간 나온다.

갖가지 송사에 휘말린 오산시의 행정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마음이 어떨지, 이권재 시장과 오산시 공무원들은 가늠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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