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상 인천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박병상 인천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올 여름 파키스탄이 만난 재앙은 끔찍했다. 1천 명 넘게 사망하고 3천만 명 넘게 피해를 봤다.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서 우리도 예외일 수 없는데, 지난 8월 국지성 호우로 고급 승용차 수천 대가 잠긴 서울 강남은 피해가 얼마나 클까? 서울시장은 1조 원이 넘는 예산의 대심도 저류시설로 100년 빈도 폭우에 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반지하 서울시민의 거처를 안전한 곳으로 옮길 비용이 넘어설 테니, 토건자본은 100년 빈도의 호재를 만났다.

유엔 산하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최근 6차 보고서를 채택하면서 각국 정부에 ‘회복탄력성’을 권고했다.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노력에도 기후변화 추이가 예상보다 빠르므로 재해를 줄일 재난복원력을 마련하라는 절박한 권유였다. 파키스탄과 강남 같은 폭우만이 아니다. 중국과 유럽의 혹독한 가뭄, 캘리포니아와 시베리아에서 반복되는 산불은 우리나라도 심각해진다.

강남은 배수능력이 부족하거나 폭우에 대한 복원력이 낮기에 피해가 컸을까? 그럴지 모르지만,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의 영동구획정리 사업으로 낮은 지대를 개발해 초고층 빌딩을 지나치게 지은 원초적 책임도 짚어야 한다. 서울시가 약속한 대심도 저류시설로 100년 빈도의 폭우에 대비한다는데, 인천도 강남과 비슷한 문제가 있을 것이다. 10년 전에 듣지 못한 장마철 이후의 국지성 호우가 점점 강력해지지 않던가. 한데 생각해 보자.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은 도심의 재난복원력이 대심도 저류시설뿐인가? 얼마나 많은 세금이 들어가야 하나?

강남이 잠길 때 인천도 많은 비가 내렸다. 300㎜ 가까운 폭우로 원도심에 적지 않은 피해가 발생했지만, 일부 준공된 워터프런트 덕분인지 송도신도시는 멀쩡했다고 전문가는 분석했다. 워터프런트가 없었다면 대비하지 못한 지하에 피해가 컸을 텐데, 분명한 것은 따로 있다. 송도신도시가 여전히 광활한 갯벌이라면 피해가 있을 리 없다는 사실인데, 정작 IPCC는 폭우를 걱정하지 않았다. 예상보다 빠른 해수면 상승에 대비해야 한다는 신신당부였다. 뉴욕과 플로리다 그리고 베네치아의 해수면이 오를 때 상하이 해변도 상승한다. 갯벌을 광활하게 메워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칠갑한 인천은 아니 그럴까?

인천시장이 곧 싱가포르와 호주를 방문한다고 전한 언론은 브리즈번에서 개최되는 ‘제9차 아시아태평양 재난위험경감 각료회의’에서 ‘재난복원력 있는 도시 인천’을 주제로 안전 분야에서 우수사례를 알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워터프런트 사례를 알리려는 걸까? 의미 있다고 평가되리라 짐작한다. 국지성 호우만이 아니다. 긴장감을 높이며 거듭 올라오는 태풍도 폭우를 동반하지 않던가. 한데 시장은 해수면 상승에 대비하는 재난복원력도 소개할까? 송도 6·8공구의 새로운 랜드마크 빌딩을 130층으로 변경할 가능성이 언론에 언급되던데, 그 빌딩은 예상보다 빠른 해수면 상승에 충분히 대비하는 걸까?

때를 같이해, 한 언론은 "영종국제도시 동쪽에 추진 중인 한상드림아일랜드의 경관이 바뀐다"고 보도했다. 개발을 추진하는 ㈜세계한상드림아일랜드는 친환경 저밀도의 휴양도시라는 점을 강조한 모양인데. 대규모 복합상업시설 조성과 아쿠아마운틴 안에 리조트, 워터파크, 골프장을 계획했다. 근사한 청사진은 훗날 성공 사례로 평가될까? 기후위기 시대인데, 갯벌 매립으로 친환경이 가능하다 믿는 걸까?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라이프스타일을 감안한 개발자는 체류와 비즈니스 거점의 리조트시티와 관광레저 거점의 리조트가든으로 도시경관계획을 수립했다는데, 2004년 남아시아 쓰나미의 비극이 떠오르는 건 쓸데없는 일인가?

일반인이 종잡기 어렵게 감각적인 용어를 사용한 청사진 속의 한상드림아일랜드는 인천공항을 잇는 영종대교의 남쪽 332만7천여㎡의 갯벌을 매립할 예정이다. 수정한 청사진대로 실체가 선보일 시기는 밝히지 않았는데, 그때 해수면은 얼마나 상승할까? 친환경이라고 주장했으니 지역에 남고자 하는 시민의 자격으로 허가권을 가진 인천시에 묻고 싶다. 조류가 거센 수역인데, 재난복원력은 고려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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