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 공포소설의 거장 박해로 작가의 장편소설 『단죄의 신들』이 네오픽션 ON 시리즈 세 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전작 『살(煞) : 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 『신을 받으라』 『올빼미 눈의 여자』 등을 통해 섬뜩한 무속신앙과 심령현상을 결합한 K-오컬트 호러 장르의 신기원을 연 작가는 신작 『단죄의 신들』을 통해 ‘박해로표 공포소설’의 정수를 선보인다. 등장인물들의 세속적인 욕망과 기괴한 무속신앙이 뒤섞이며 초월적 공포를 유발하는,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특유의 전개로 독자를 끌어들인다.

소설은 돈 문제를 겪고 있는 부패 교도관이 잠적한 베스트셀러 작가인 사촌의 행방을 쫓으며 시작된다. 처음에는 단순히 부자가 된 사촌의 돈을 노린 일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그는 점차 끔찍하고 기괴한 현상과 사건들에 휩쓸리게 된다. 끝없이 벌어지는 괴이한 사건들이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된 광기인지, 잔혹한 신의 단죄인지 구분할 수 없기에, 이야기는 시종일관 불온한 혼란과 초조한 긴장으로 가득하다. 작품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 독자는 숨 막히는 스릴과 광기 어린 공포를 동시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 ‘하주생’은 돈 문제로 조직폭력배에게 협박을 받고 있는 부패 교도관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돈을 마련해 그 협박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일을 때려치우고 싶은 그에게 어느 날 낯선 사람들이 찾아온다. 출판사 관계자라는 그들은 주생에게 그의 사촌 ‘하서진’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음을 알려준다. 서진이 쓴 『단죄의 신들』은 일선제력과 월선제력이라는 두 신이 사바세계에 강림해 죽음으로서 인간을 심판한다는 내용의 공포소설로, 읽는 이에게 폭력에 대한 불가해한 광기를 불어넣는 것으로 유명한 책이었다. 덕분에 소설은 사회적인 물의를 빚음과 동시에 뜨거운 인기를 구가하며 서진은 출판계에서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고 있었다.

출판사 관계자들은 그런 서진이 『단죄의 신들』 3부 집필 중 갑작스럽게 행방이 묘연해졌다며, 유일한 혈육인 주생에게 그녀를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부모의 의문스러운 죽음 이후로 연을 끊고 지낸 지 오래되었지만, 서진의 돈이 탐이 난 주생은 그녀를 찾아 나선다.

처음 방문한 서진의 집은 모든 방이 수많은 전신거울로 가득 채워진 기묘한 공간. 주생은 그곳에서 사이비 종교의 경전 『오성밀법강령』과 ‘생의 전당’ 앞에서 네 명의 여자와 함께 찍힌 서진의 사진을 발견한다. 불길한 징조에 시달리면서도 주생은 그 단서를 쫓아가지만, 어둠에 가려진 서진의 과거를 파헤칠수록 기괴하고 끔찍한 사건들이 끊임없이 벌어지는데…….

주인공 주생은 현실을 지배하는 신인 ‘돈’을 갈망한다. 사건에 진상에 접근할수록 무지막지한 괴이(怪異)가 발현되며 초현실의 영역으로 주생을 끌고 들어가 뒤흔들어도 그의 욕망은 한결같다. 한없이 차가운 그 욕망은 ‘신의 단죄에 의한 죽음’이라는 초월적 현상을 무시하게 하며, 자연스러운 두려움조차 차단한다. 그리하여 주생은 마치 불나방처럼 욕망을 따라 잔혹한 신비가 도사리고 있는 곳으로 스스로 향하게 된다. ‘돈’이라는 신을 섬기는 주생에게 있어서는 서진의 집 안을 가득 채운 전신거울도, 기묘한 경전도 모두 그저 서진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자들의 수작으로 보일 뿐이기 때문이다. 작중에 등장하는 공포소설 『단죄의 신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돈을 목적으로 사이비 종교 집단이 사주한 소설. 주생과 같은 관점의 사람들은 오직 그렇게 평가한다.

한편, 서진과 함께 ‘생의 전당’에서 사진을 찍은 인물들의 욕망은 신비, 즉 기적에 대한 갈망이다. 돈과 신비, 언뜻 충돌하는 듯 보이지만 ‘욕망’이라는 점에서 궤를 같이한다. 이성을 마비시키며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그릇된 일을 저지르게 하는 동력. 그러한 욕망에 사로잡혀 발버둥 치는 인물들은 결국 ‘죽음’조차 능가하는, 거대하고 무자비한 고통과 두려움을 맞닥뜨리게 된다.

죽음을 통한 속죄를 요구하는 ‘신의 단죄’는 실재하는 악령의 소행인가, 욕망에 굴종한 인간의 광기가 불러온 불가해한 심령현상인가. 어둠 속에서 덫이 깔린 길을 걷듯,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전개와 피를 말리는 섬뜩한 반전을 담고 있는 『단죄의 신들』. 이 소설을 읽으며 독자는 인간의 삶을 망가뜨리는 ‘진짜 공포’의 실체와 마주하며 오싹한 전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작가 박해로는 "눈으로 볼 수 있는 신이 세상을 활보하고 다닌다면 사회는 혼돈에 빠질 것이다. 그래서 신은 사람들이 모르게 존재해야 하며 신을 알아본 사람이 있다면 입을 막아야만 한다. 여기서 또 의문이 생긴다. 신은 사람을 복되게 하려고 존재하지, 심판하러 존재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이 모든 생각을 담아보려고 애쓴 작품이 『단죄의 신들』이다. 당분간 『단죄의 신들』을 능가하는 소설은 쓰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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