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최북단 백령도서군을 수호하는 해병대 제6여단 한 부사관이 심폐소생술로 나이가 지긋한 주민을 살린 훈훈한 소식이 바다를 건너왔다.
 

19일 인천중부소방서 백령119안전센터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후 6시 57분께 옹진군 백령면 연화리 한 식당에서 "주민이 기도가 막혀 숨을 쉬지 못한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80대 A씨는 신고 당시 호흡이 어려울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현장을 지켜본 식당 손님은 "어르신 입술이 파랗게 변했고 의식을 잃어가는 듯 보였다"고 긴급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119가 도착했을 때 환자는 정상 호흡을 하고 스스로 움직일 정도로 건강이 좋아진 상태였다. 구급대가 출동하는 동안 빠르게 응급처치가 이뤄진 덕분이다.

일행들조차 어쩔 줄 몰라 울먹이던 상황에서 선뜻 나선 이는 해병대 제6여단 공병중대 소속 최원석(49)상사였다. 최 상사는 A씨 목에 걸렸던 음식물을 빼내고 기도부터 확보했다. 이어 심폐소생술을 지속하자 연극처럼 A씨는 호흡과 의식을 되찾았다.

최 상사는 A씨를 밖으로 안내해 구급대가 올 때까지 함께 기다리며 상태를 살폈다. 이윽고 도착한 구급대에는 "나이 드신 환자의 건강이 염려되니 병원으로 이송해 달라"는 말을 남겼다.

최 상사는 구급대에게도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끝까지 침착하게 대처한 그의 모습은 근처에서 식사를 하던 다른 손님들의 입에 입으로 전해졌다.

B(47)씨는 "다들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는데 심폐소생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나섰기에 천만다행이었다"며 "군인이 119가 올 때까지 어르신을 보살폈다"고 했다.

그날 현장에 출동한 119구급대원은 빠른 응급처치 덕분에 A씨의 건강에 큰 이상은 없었다고 했다.

백령119안전센터 관계자는 "식당에 계시던 분이 기도를 막은 음식물을 빼내고 조치를 해 주셔서 출동했을 때는 환자가 정상이었다"며 "구급대는 환자를 백령병원으로 이송만 해드렸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선행이 뒤늦게 알려졌지만 최 상사는 군인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다며 손사래를 쳤다. 최 상사는 "국민의 군대 해병대 일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부대에서 훈련한 구급법으로 어르신에게 도움을 드려 큰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