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옥엽 인천여성사연구소 대표
강옥엽 인천여성사연구소 대표

개천절은 우리 민족 최초 국가인 고조선의 건국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국경일이다. 그러나 ‘개천’의 본래 뜻은 단군조선의 건국일이라기보다는 환웅(桓雄)이 천신(天神)인 환인(桓因)의 뜻을 받아 태백산 신단수(神壇樹) 아래에 내려와 홍익인간(弘益人間)·이화세계(理化世界)의 대업을 시작한 BC. 2457년(上元 甲子年) 음력 10월 3일이다.

 개천절이라고 이름 붙이기 이전부터 한민족은 10월을 상달(上月)이라 부르며 제천행사를 치렀는데, 개천의 핵심은 제천의식이다. 이러한 제천의식은 고조선 멸망 후 고구려의 동맹(東盟), 부여의 영고(迎鼓), 동예의 무천(舞天), 마한과 변한의 계음(契飮) 등의 행사로 계승됐고, 고려와 조선에서도 단군신앙을 이어나갔다.

 개천절이라 이름 짓고 시작한 것은 대종교(大倧敎)에서 비롯됐는데, 일제강점기 때 개천절 행사는 민족의식을 고취하는 데 기여했고, 특히 상해임시정부는 개천절을 국경일로 정해 경하식을 행했다. 광복 후 이를 계승해 1949년 10월 1일 공포된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 의거, 음력 10월 3일을 양력 10월 3일로 바꿔 거행하게 됐다.

 참성단(塹城壇)은 「고려사」 지리지에 처음 등장하면서 각종 지리지와 사서에서 단군 관련 유적으로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참성대(塹城臺), 참성초단(塹城醮壇), 마리산초단(摩利山醮壇), 마니산초성단(摩尼山醮城壇), 마리산제성단(祭城壇) 등 여러 명칭으로 불려졌다. 가장 보편적 명칭은 참성단이다. ‘참호를 파서 쌓은 성에 있는 제단’이라 풀이할 수 있다. 「고려사」와 조선왕조실록의 지리지에는 참성(塹城)에서 제사를 지낸 기록이 많이 전해지고 있어 참성이 종교적 의례가 거행되는 장소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다.

 참성단의 형태는 원형으로 쌓은 하단 위에 방형의 제단을 둔 모양인데, 위의 네모난 것은 땅을, 아래의 둥근 것은 하늘을 상징한다. 이는 음양이 서로 교차하게 되면 조화를 이뤄 만사가 형통한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참성단의 정확한 축조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참성단의 최초 기록은 풍수사가 마리산 참성에서 초제(醮祭: 별에 대한 제사) 지내기를 건의해 왕이 거행했다는 「고려사」 원종 5년(1264) 5월의 기록이다. 

 이를 통해 참성단이 13세기 이전 어느 때인가 축조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당시 풍수사들이 국조 단군의 존재를 일찍부터 인식하고 단군과 관련되는 곳을 길지로 여겼던 것으로 보인다. 참성단이 단군과 연결되기 시작한 것은 고려 왕실이 강화로 천도하면서부터 풍수도참가들에 의해서라고 볼 수 있다. 고려와 조선왕조는 때때로 이곳에서 도교식 제전행사인 초제를 거행하기도 했다.

 참성단이 민족의 성지(聖地)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구한말 단군을 숭배하는 대종교(大倧敎)가 성립한 이후였다. 이때부터 강화도는 단군시대 정치중심지의 하나로 인식되고, 참성단의 네모난 상단과 둥근 하단은 각각 땅과 하늘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참성단은 고려와 조선시대 왕의 이름으로 국가에서 제사를 거행하던 장소로 강도시대 원종이 직접 주재한 적이 있지만 대부분 관리가 국왕을 대신해 제사를 지냈다. 이때 파견되는 관리를 참성단행향사라 했는데, 행향사(行香使)는 참성단 아래의 재궁(齋宮)에 머물면서 재숙(齋宿)을 한 다음 제의를 거행했다.

 참성단의 제사는 정기적인 것과 비정기적인 것이 있었다. 정기적 제사는 봄·가을에 국가의 안녕과 평안을 기원하는 행사였고, 비정기적 제사는 외적의 침입이나 한발(旱魃)이 있을 때 수시로 거행됐다. 그리고 참성단 제의의 경비 조달을 위해 제전(祭田)이 지급됐다. 현재 강화도에는 참성단과 천제암(天祭庵) 재궁터(齋宮址), 숙종 43년(1717) 5월 강화유수 최석항(崔錫恒)이 참성단을 수축한 사실을 기록한 중수비(重修碑) 등이 남아 있다.

 단군은 우리 민족과 역사를 인식하는 출발점이다. 그러한 의미를 담아 마니산 참성단에서는 매년 개천절 행사를 거행하고, 1955년 이후 전국체전의 성화를 채화한다. 인천의 역사적·공간적 위상을 상징한다고 할 것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