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 산곡남중 교장
전재학 인천 산곡남중 교장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휴(休)테크’ 문화의 독보적 전문가로 알려진 심리학자 김정운 박사는 "잘 노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유행어를 창조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은 인정받고 싶어하고 그렇게 인정받아야 하는 삶을 투쟁적으로 삽니다. 그런데 인정투쟁보다 더 쉬운 말이 있습니다. ‘남의 감탄’입니다. 인간은 감탄하고 감탄을 받으려고 살아요"라고 말했다.

인정받고 싶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타인이 나에게 "와우~ 대단해요. 멋져요. 최고예요!"라고 말해 주길 바라는 심리다. 인간은 누구나 이런 인정투쟁 욕구를 소유하고 있다. 특히 ‘우리’라는 말의 사용이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듯이 강한 공동체 문화를 지닌 우리나라의 경우는 인정투쟁이 더 치열할 수밖에 없다. 요즘 말하는 ‘관종’도 사실은 이 범주에 속한다고 하겠다.

일찍이 철학자 헤겔은 「정신현상학」에서 ‘자기의식’을 이해하는 핵심 개념으로 인정투쟁이란 용어를 사용했다고 알려졌다. 즉, 정신 발전의 중요한 고리가 ‘인정’이라고 보고, 인정받으려는 욕망은 생사를 건 투쟁이라고 했다. 이처럼 다소 관념적이고 추상적이어서 이해하기 어려운 철학용어를 김정운 박사가 풀어서 설명한 것이다.

요즘 청소년들은 자신감이 결여돼 생각한 바를 용기 있게 과감한 행동으로 시도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경향이 강하다. 우리 사회가 보편적으로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또한 실패자를 낙오자로 판정하는 문화적 영향 때문이다. 그래서 실패를 인정하고, 나아가 이를 격려하며 도전하도록 이끄는 건 더 나은 개인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다. 여기엔 반드시 인정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미국의 트위터 본사에 부착된 "내일은 더 나은 실수를 하자(Let’s make better mistakes tomorrow)"라는 슬로건이 그런 맥락이다.

그렇다면 청소년들이 남의 감탄은 물론 스스로 감탄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것은 자신의 능력치를 높이는 것이다. 이는 다양한 경험 축적과 실패를 딛고 도전하는 행동에서 나온다. 그래서 좋은 경험은 실력을 요구한다. 조정래 작가는 "함부로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지 말라. 최선을 다하는 것은 스스로 감탄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우리가 무언가를 인정할 때 여기엔 감탄이 동반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의 주옥같은 작품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정글만리」… 등은 우리가 인정하고 감탄할 만큼의 최선의 노력에서 나온 걸작들이다.

최근 청년들의 자존감이 형편없이 떨어져 있다. 그들은 스스로 N포 세대라 부르며 비하하고 자신들이 사는 이 나라를 ‘헬조선’이라 칭한다. 그뿐이랴. 자신들의 삶이 ‘이생망(이번 생애는 망했다)’이라고 좌절하기도 한다. 이를 부추기기라도 하듯 기성세대는 그들을 가리켜 ‘부모보다 가난하게 살아갈 세대’라거나 ‘청년실신’, ‘캥거루족’, ‘기생충족’ 등등 수많은 혐오스러운 단어를 국적 없이 혼용해 쓴다.

철학자 니체는 "한번도 춤추지 않은 날은 잃어버린 날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니체는 자신의 본업과 관련이 없는 춤을 추면서 스스로 감탄할 수 있었다. 우리도 이제는 청소년들이 춤추며 살아가는 세상을 마련해 줘야 한다. 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스스로 최선을 다했노라 인정하게 만들어야 한다. 어느 재한 독일인 방송인은 "고등학교 시절은 하루하루가 축제와 같았다"고 고백했다. 미래의 주인공인 우리 청소년들도 일상에서 작은 성취감으로 축제를 즐기게끔 자존감을 한껏 높여 주자. 이것이야말로 스스로 인정투쟁으로 이끄는 교육적 과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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