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시립월전미술관은 2022년 가을 기획전으로 6일부터 11월 27일까지 ‘빛과 넋: 장상의 60년’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현대를 대표하는 한국화가로 전통성과 현대성, 문인화와 추상미술의 미감을 융합해 독자적인 길을 개척한 장상의(張相宜, 1940∼)의 작품세계 전반을 망라, 조명한다. 먹과 채색, 종이와 비단을 비롯한 다양한 재료를 탁월한 조형의식으로 다뤘던 작가의 작품세계를 감상하는 자리다.

빛과 넋은 60년에 걸친 작가 장상의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중요한 키워드다. 작가의 오랜 화력(畵歷) 동안 작품의 지향점이나 표현 방식은 끊임없이 변했지만, 빛과 넋이라는 주제의식은 달라진 적이 없었다.

초기 작품세계에 해당하는 1960년대와 1970년대는 그리는 재료로서 먹의 중점적 활용과 바탕재로서 독특한 효과를 내는 마포와 모시 등의 사용 그리고 방법으로서 추상(抽象)의 지향을 특징으로 한다. 작가의 작품세계 전반에 있어 중요한 밑바탕이 됐다.

1980년대와 1990년대는 장상의의 작품세계에 있어 전환기에 해당한다. 이 시기 작품은 다양하고도 강한 채색의 적용과 운동감 넘치는 구성을 특징으로 한다. 동양화에 있어서 1980년대는 수묵화가 주류이던 흐름이 일변해 채색화에 대한 관심이 커져 가던 시기였고, 작가 역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발을 맞췄던 셈이다.

이와 더불어 1980년대와 1990년대는 장상의에게 있어 작가로서의 작업 외에 며느리로서의 역할, 아내로서의 역할,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모두 감당해야 하는 쉽지 않은 시기였다. 작가는 이런 어려운 시절의 내면을 작업으로 승화시켰다.

2000년대 이후 작가는 다시 먹을 핵심 요소로 활용하는 한편, 채색을 순화시킨 화면을 만들어 간다. 또한 구성적으로는 정적인 가운데 움직임이 내재된 ‘정중동적(靜中動的)’인 특징을 띤다. 1960∼70년대 작업과 1980∼90년대 작업의 장점과 특징을 살리고 조화시킨 것이다.

또한 때로는 먹만을 이용해 작업하고, 때로는 채색만으로 작품을 완성하는 등 재료 자체의 경계를 완전히 넘어선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한다. 이는 먹과 채색 두 가지 모두에 고루 역량을 집중시켜 온 장상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최근 작가는 초기 작업에서처럼 다시금 먹을 중점적으로 활용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먹의 진하고 옅은 세 가지 농담으로 면 분할된 화면은 독특한 기하학적인 구성미를 느끼게 한다.

이천시립월전미술관 1∼4전시실에서 한국 화단의 대표 추상화 작가인 장상의(張相宜)의 작품 40여 점을 한 달 반 동안 볼 수 있다.

이천=신용백 기자 syb@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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