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규 법관 임용 예정자 7명 중 1명은 김·장법률사무소(김앤장) 변호사 출신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8명 중 1명 꼴로 김앤장 출신이었는데, 올해는 그 비중이 더 커진 셈이다. 대형 로펌 출신 변호사가 법관에 한꺼번에 임용되는 데 대한 법조계 안팎의 문제제기에도 ‘쏠림 현상’은 더욱 심하다는 지적이다.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집계한 최근 5년간(2018~2022년) 신규 임용 법관의 법조경력 현황 자료를 보면, 올해 신임 법관 예정자 135명 중 19명(14.1%)이 김앤장 변호사였다. 7명 중 1명 꼴로 김앤장 출신 변호사가 발탁됐다. 올해 임용 예정자 135명은 대법관회의 임명동의를 거쳐 오는 5일 최종 임명된다.

신임 법관 중 김앤장 출신 변호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들어 증가하는 추세다. 2018년 8.3%(3명)에서 2019년 6.3%(5명)으로 비중이 소폭 줄었다가 2020년 7.7%(12명), 2021년 12.2%(19명), 2022년 14.1%(19명)로 증가세를 이어왔다.

이 의원은 지난해 김앤장 출신 변호사의 쏠림 현상을 두고 "김앤장의 판사 독식"이라며 이를 방지하는 법안 발의를 추진했다.

신규 법관 중 다수가 한 로펌에서 발탁될 경우 ‘법원의 사유화’가 우려되는 데다 법관의 다양성이 떨어져 재판 독립성이나 공정성이 훼손될지 모른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경력 법관을 임용할 때 법관의 과거 경력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이른바 ‘판사 정보 공개법’이 발의됐으나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대법원은 당시 지난해 신임 판사 임용부터 ‘블라인드 심사’ 방식을 도입해 출신 법무법인과 학교를 모르는 상태로 선발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신임 법관들 다수가 대형 로펌 출신으로 편중된 현상도 여전했다. 올해 신임 법관 예정자 중 김앤장을 포함해 태평양·세종 등 7대 로펌 변호사 출신은 모두 50명으로 전체 37.0%에 이르렀다. 검사·국선변호사·국가기관 출신(35명)에다 재판연구원(11명)을 합한 숫자보다 많았다.

로펌 출신 법관이 늘면서 이른바 ‘후관예우’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법관 자신이 근무했던 대형 로펌이 참여하는 재판을 맡으면 로펌에 유리한 판단을 내리거나 친밀한 태도를 취할지 모른다는 우려다. 법원은 후관예우를 막고자 변호사 경력 법관은 자신이 속했던 로펌에서 수임한 사건은 퇴직 3년 내 맡지 못하도록 규정했으나 예외도 적용된다.

로펌 출신 법관이 꾸준히 증가해 출신 로펌과 직·간접으로 연결된 사건을 맡는 사례도 늘지도 모른다.

더구나 법조경력이 적은 신임 법관의 경우 김앤장을 비롯한 대형 로펌 출신 변호사의 쏠림 현상이 더 심하다고 나타났다.

‘5년 이상 7년 미만’ 경력을 지닌 신임 법관 총 95명 가운데 18명(18.9%)은 김앤장 출신으로 집계됐다. 김앤장을 포함한 7대 로펌 출신은 42명(44.2%)이었다. 이처럼 쏠림 현상이 가장 집중된 ‘5년 이상 7년 미만’ 경력의 신임 법관은 전체 임용자 중에선 41.3%를 차지했다.

이는 법관이 되기 위한 법조경력을 최소 ‘5년 이상’으로 유예하는 법원조직법이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법 개정 당시에도 사법개혁 한 가지로 추진된 법조일원 취지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법조일원은 사법부 순혈·엘리트주의를 벗어나고자 다양한 법조경력을 거친 사람 중에서 법관을 선발하려는 제도로 2013년 도입됐다. 당초 2021년까지는 5년 이상, 2022~2025년은 7년 이상, 2026년부터는 10년 이상 법조경력을 갖춰야 법관으로 임용되도록 유예기간을 뒀지만, 지난해 법 개정으로 ‘5년 이상’ 규정을 2024년 말까지 3년간 유예하도록 했다.

이 의원은 "전국 신임 판사 7분의 1을 한 로펌에서 독식하는 나라는 없다. 8분의 1을 차지한 지난해보다 더 심해졌다"며 "법원이 김앤장 전초기지가 될까 우려된다"고 했다.

용인=안경환 기자 jing@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