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원도심 상당지역의 경우 주택을 비롯한 대부분 건물들이 낡았다. 협소한 도로와 마구 주차한 차량들로 인해 화재가 발생하면 소방차 진입이 용이하지 못하다. 이러한 지역일수록 화재 초기 진압을 위해 설치하는 ‘비상소화장치’ 설치율도 낮다. 설사 소방차량이 진입했다 해도 회차가 여의치 못하다. 당연히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소방차가 화재 현장에 진입할 수 없는 지역이 전국적으로 883곳에 달한다는 소식이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전국 3만6천 건 상당의 화재 가운데 28%에 해당하는 1만 건이 주거지역에서 발생했다 한다. 특히 521곳은 목조 밀집 지역으로 소방차 진입 곤란·불가 구간에 있어 피해 우려가 컸다고 지적됐다. 해당 지역을 용도별로 보면 71%(627곳)가 주거지역, 19%(168곳)가 상업지역, 나머지 6.5%(57곳)는 농어촌·산간·도서지역으로 나타났다.

 소방차 진입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사유로는 도로 협소가 573곳으로 가장 많고 상습 주정차 지역은 181곳에 달했다. 협소한 도로 사정으로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으면 자체 소방장비라도 갖춰져야 한다. 하지만 진입이 곤란하거나 불가능한 지역의 비상소화장치 설치율은 평균 72.6% 수준으로 조사됐다. 여타 27% 상당 지역에는 소화장치가 미비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다. 소화장비조차 미비됐다는 건 우리의 안전불감증이 극에 달했다는 얘기다. 

 소방차량이 진입할 수 없다는 것은 모두 소진될 때까지 그저 바라만 볼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소중한 인명과 재산 손실을 방관하는 셈이다. 이러한 현실이 세계 경제선진국임을 자처하는 우리의 현주소다. 소방당국은 가구마다 소화기와 단독경보형화재감지기 등 주택용 소방시설 보급에 나서지만 여전히 취약지역은 한두 군데가 아니다. 화재 진압에는 무엇보다 골든타임이 중요하다. 예산 부족을 이유로 들기도 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소요되는 예산은 여타 사업보다 우선순위로 배정돼야 하겠다.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지역의 소방도로 확보 등 보다 근본적인 화재 진압 대책이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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