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기자는 몇 달 만에 신포국제시장을 방문할 일이 생겼다. 집과 가까운데도 좀처럼 갈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우리가 졸업한 학교 근처에서 만나면 재밌겠다는 고등학교 동창들 의견에 따라 신포시장 근처를 약속 장소로 잡았기 때문이다. 신포시장뿐 아니라 동인천 지하상가나 중구청 인근 거리처럼 고등학생 시절 친구들과 돌아다니던 곳들을 둘러볼 생각에 설렜다.

오랜만에 찾은 신포시장은 이전보다 한산한 느낌이었다. 신포시장을 이루는 두 개의 주요 골목 중 한 곳은 평소였다면 붐빌 시간인데도 거의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나마 닭강정이 있는 골목은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마저도 특정 가게에만 사람이 몰린 정도였다. 그래도 신포시장 부동의 인기 가게인 닭강정 집을 비롯해 최근 방송 예능에 소개되면서 유명해졌다는 타르트 가게,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키는 공갈빵 집, 그 밖에 낯익은 가게는 꾸준히 신포시장을 찾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는 듯했다.

신포시장이 어떤 곳인가. 인천에서 가장 오래된 상설 시장으로, 개항 이후 많은 외국인들이 인근에 몰려들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전통시장 중 하나다. 처음에는 채소를 파는 노점 형태로 형성됐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상설 시장 모습을 갖추게 됐다고 한다. 명절이면 각종 음식 재료와 반찬, 채소, 생선을 사려는 시민들로 붐볐으며, 그 밖에 생활용품과 각종 의류, 음식점과 같은 점포 150여 개가 자리잡았다.

남다른 역사를 지닌 시장답게 신포시장은 국제 시장으로 거듭나고자 여러 변화를 거듭했다. 각종 현대식 사업이나 소비 흐름에 맞는 점포 운영과 같은 노력을 바탕으로 인천의 대표 시장 중 하나로 자리잡았음은 물론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외국인이 방문하기 좋은 전통시장’에 포함되기도 했다. 원래 있던 동인천역뿐 아니라 수인선 신포역 개통은 대중교통을 활용해 신포시장을 찾는 시민과 관광객들의 접근을 더욱 수월하게 했다.

이랬던 신포시장이 다시 한산해진 까닭은 최근 몇 년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괴롭힌 코로나19 여파, 그리고 여전히 더 많은 시민이 대형 마트를 선호하는 분위기 때문일 테다.

그럼에도 침체한 시장의 활기를 되찾으려는 상인과 지자체 노력은 다시금 이어진다. 현재 신포역과 답동사거리 330m 구간에 진행하는 ‘신포 지하공공보도 연장사업’은 민선8기 주요 공약 중 하나인 제물포 르네상스와도 맞물려 이곳 일대가 활기를 띠는 데 이바지할 전망이다.

신포시장을 비롯한 중구 개항장은 1883년 개항 이후 우리나라 간판 무역 전초기지이자 국제 항구로 성장했다. 이 일대는 신포시장과 동화마을, 개항장거리, 아트플랫폼과 같은 관광자원이 모인 만큼 많은 시민과 관광객 발걸음이 계속 이어질 잠재력이 풍부하다.

우리 옛 추억이 담긴 신포시장이 효과 높은 도시재생사업과 노력으로 다시 한번 붐빌 날이 오기를 목을 길게 늘여 빼고 기다리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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