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문주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장
권문주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장

코로나19로 인한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직후 화창한 가을 날씨의 주말 나들이를 기대했지만, 이맘때쯤 어김없이 등장하는 ‘미세먼지’라는 불청객이 찾아왔다. 한숨부터 나오는 뿌연 하늘 아래 인천은 10월 1일, 올 하반기 첫 번째 미세먼지 주의보를 발령했다. 

정부는 그동안 많은 노력을 해 왔다. 중국발 미세먼지 영향을 줄이려고 한중 협력을 강화하고, 친환경 에너지 전환 정책 등을 내놓았다. 그 중 뭐니 뭐니 해도 정부부처 합동으로 2019년 12월부터 시행한 ‘미세먼지 계절관리제’가 가장 시그니처 정책일 것이다. 

계절관리제는 미세먼지 고농도 시기인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석탄화력 가동 축소, 차량 운행 제한 등 국내 배출을 감축하고 미세먼지 기저(base) 농도를 낮춰 고농도의 빈도와 강도를 완화하는 제도다. 중국도 2017년부터 매년 우리나라 계절관리제와 유사한 추동계 대기오염 관리를 10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인천시도 계절관리제와 함께 다양한 대기질 개선사업 시행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보건환경연구원이 운영하는 대기환경측정망 측정 결과, 초미세먼지 측정을 공식적으로 시작한 2015년과 비교하면 2021년 미세먼지(PM10) 연평균 농도는 53㎍/㎥에서 39㎍/㎥로, 초미세먼지(PM2.5) 연평균 농도는 29㎍/㎥에서 20㎍/㎥로 개선된 수치를 보였다. 특히 1~3차 계절관리제 기간 인천의 미세먼지 농도는 같은 수도권 지역인 서울과 경기보다 더 낮았다.

이렇게 미세먼지가 개선되고 있으니 언젠가는 파란 하늘의 연속을 되찾을 날이 올 것 같지만 올 겨울은 상황이 여의치 않아 보인다.

얼마 전 올 겨울 ‘석탄발전 상한제’와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중앙정부 차원에서 유보할 방침이라는 언론기사가 보도됐다. 곧바로 환경부가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12월부터 시행하겠다고 설명했지만, 에너지 위기가 현실화되는 상황을 보여 주는 것 같기도 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유럽 국가들의 천연가스 확보를 위한 경쟁과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 폭염 등으로 인해 전 세계가 치솟는 에너지 가격으로 휘청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11월에 제4차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시행계획이 확정돼야만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부분에 대해 좀 더 살펴볼 수 있겠지만, 미세먼지도 에너지도 한 국가의 정책만으로는 관리에 한계가 있다. 이럴 때일수록 시민 개개인의 에너지 낭비를 줄이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겨울철 실내 온도(18~20℃) 적정하게 유지하기, 대기전력 줄이기, 도보나 자전거, 대중교통 이용하기 등 소소한 행동들을 실천하면 에너지도 아끼고 깨끗한 공기도 지킬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유럽에서 최고 난방 온도를 몇℃ 낮추는 것과 같은 간단한 조치만으로도 겨울철 ‘노르트 스트림 1’ 가스관으로 공급되는 천연가스만큼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가오는 겨울, 에너지 대란 속 미세먼지도 걱정된다면 시민 모두가 참여해야 하는 행동 변화에 나부터 지금 바로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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