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치동 선임기자
인치동 선임기자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이맘때면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과거 일이 영화관 영사기 돌아가듯 뇌리를 스친다. 마음 역시 허(虛)하다. 추적추적 가을비가 내린 뒤 기온이 뚝 떨어진 느낌이다. 계절을 타는 듯싶다.

아무튼 이틀 뒤면 10월 15일이다. 인천에선 나름 뜻 있는 날이다. 인천시민의 날이다. 동시에 인천경제자유구역청(IFEZA) 개청일이기도 하다. 시는 제58회 인천시민의 날을 맞아 화합과 애향심 고취, 자긍심을 드높이는 행사를 기획 중이다. IFEZA도 조촐한 기념식을 한다. 초심을 강조할 듯싶다.

2003년 10월 15일 개청한 IFEZA도 어느새 열아홉 살이 됐다. 내년이면 20년이다. 강산이 두 번 바뀐 꼴이다. IFEZ는 그간 국내 경제자유구역(FEZ)의 효시(嚆矢)로서 할 일을 톡톡히 해 왔다. 외국인직접투자(FDI)는 늘 선두였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FEZ 총액 194억4천340만 달러의 72%를 IFEZ가 차지했다. 여기에 바이오, 수소, 항공정비(MRO) 같은 혁신성장을 선도하는 지역 산업생태계를 구축해 왔다.

물론 전략적 투자유치로 핵심 전략산업 육성과 기반 조성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무엇보다도 IFEZ는 바다를 메우고 매립지를 복토해 도시를 만드는 역사의 현장이었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송도·청라·영종 3개 지구에 올해 8월 말 기준 41만4천402명이 사는 국제도시를 만들었다. 그래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했다’는 수식어가 붙는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IFEZ를 둘러싼 투자환경이 녹록지 않다. 2003년 8월 5일 FEZ 지정 때보다 상황이 더 나쁘다. 그때만 해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돌파구로 정부 지원이 강력했다.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힘을 보탰다. 요즘은 그럴 도리도 없다. 대외 경제상황이 시계제로다.

오래 지속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미국 이익만 추구하는 바이든 정부의 산업·무역정책, 미연방준비제도(Fed)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중국의 제로 코로나정책에 따른 공급망 혼란….

자고 나면 예기치 않은 불확실성이 또 생긴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처지에선 곤욕스럽다. 이미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라는 3고(高)의 늪에 빠져 헤매는 형국이다. 대외 변수가 워낙 커 대책이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다. 경제 전문가들은 1997년 IMF 외환위기 때와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진단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잘 넘긴 IFEZ가 시련의 시기를 또다시 맞았다. 청년기를 맞아 왕성함을 보여야 하는데 말이다. 그렇다고 넋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무언가는 해야 한다. 이 기회에 IFEZ 안 주민들 간 ‘지역이기주의’를 버리자고 제안하고 싶다.

언젠가부터 이 현상이 생겼다.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활용한 지역사회 목소리가 다양하게 전파되면서다. 대략 2016년 정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입주민이 기하급수로 늘면서 민원도 폭주한다. 해결도 집단이 동원됐다. 그러면서 ‘왜’라는 물음을 던졌다. 영종·청라 주민들은 "왜 송도만 신경 쓰냐"고 질문한다. 반면 송도 주민들은 "왜 송도 땅을 팔아 영종·청라 개발사업에 투입하느냐"고 반문한다.

IFEZA 직원들은 애먼 욕만 먹는다. 지금도 그렇다. 해마다 경제자유구역사업 특별회계를 세울 때 나오는 얘기다. 시의원을 비롯해 지역 정치인들도 똑같은 얘기를 반복한다.

언제까지 지역이기주의를 내세울지 걱정이 앞선다. 그럴수록 갈등만 커져 개발은 더딜 수밖에 없다. 덤으로 비용도 늘어난다. 더불어 언제까지 특별회계에 의존할지도 궁금하다. 이 회계는 송도 땅을 다 팔고 나면 보충할 곳이 없다.

답은 있다. 영종·청라 개발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상대로 한 개발이익 재투자 촉구다. IFEZA도 LH의 영종·청라 개발이익 재투자 근거를 만드는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법령 정비를 요청했다. 

우선 영종·청라 주민들은 이 부분에 힘을 실어 줘야 한다. LH를 상대로 한 여론 조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송도 주민들도 함께 나서 주면 모양새가 좋을 듯싶다.

3개 지구 주민들이 ‘화합(和合)’해 LH를 상대로 영종·청라 개발이익 재투자를 이끌어 낸다면 송도 주민들에게도 득이 된다. 그만큼 특별회계를 비축하는 효과를 보게 된다. 곳간에 쌓인 재정은 IFEZ 인프라 확충에 재투자해 삶의 질을 높일 테다. 정주환경 개선으로 주민들과 기업 입주는 덤이다. 민간 투자도 봇물을 이룬다. 영종·청라·송도 주민들이 화합으로 이뤄 낸 IFEZ 선순환 구조다.

스무 살의 IFEZ는 이를 바탕으로 도약의 나래를 편다. 꿈이 아니라 현실 가능한 얘기다. IFEZ 주민들이 저력을 보여 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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