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스텝(기준금리 0.50%p 인상)이 이뤄진 지 3개월 만에 한국은행이 또다시 ‘빅 스텝’을 밟았다. 뛰는 물가와 급등한 환율을 잡기 위해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2일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연 2.50%인 현재 기준금리를 3.00%로 0.50%p 인상한다고 전했다. 4월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이 다섯 차례 연속 이뤄졌다. 3% 기준금리는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이다.

금통위는 의결문을 통해 높은 물가와 환율 상승으로 인한 물가의 추가 상승 압력, 외환 부문 위험이 증대돼 통화정책의 대응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금통위는 이와 함께 소비자물가가 환율 상승 영향 등으로 5∼6%대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리라 예상하면서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치는 전망치에 부합하겠으나 환율 등의 이유로 상방 리스크가 크다"고 했다.

2년 전인 2020년 3월께 금통위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를 예상해 기준금리를 한번에 0.50%p 낮추는 ‘빅컷’을 통해 기준금리를 0.75%로, 5월 추가 인하로 0.25%p 낮춰 0.50% 수준의 저금리 시대를 개막한 바 있다.

그러나 2년 만에 세계적 인플레이션과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자이언트 스텝으로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 격차가 확대되는 배경에 따라 연속 ‘빅 스텝’이 감행됐다고 분석된다.

더욱이 금통위의 행보는 무엇보다 아직 물가 오름세가 뚜렷하게 꺾이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108.93)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5.6% 올랐다. 상승률은 8월(5.7%)에 이어 두 달 연속 낮아졌지만 5%대 중반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 격차 확대와 이에 따른 환율·물가 추가 상승 위험도 빅 스텝 결정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문제는 연준이 예상대로 다음 달 4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경우 한은의 이번 ‘빅 스텝’ 이후에도 추가 금리 인상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환율을 지키려면 금리를 0.50%p 정도 충분히 올려야 할 때"라며 "한미 금리 격차가 커졌기 때문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려야 환율을 방어하고 물가 안정에도 용이하다"고 진단했다.

백창현 기자 bc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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