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보 시인’ 한천(寒川) 김석렬이 세 번째 시집 「여백이 있는 오후」를 펴냈다.

6부로 구성한 시집에는 ‘신발’, ‘목련’, ‘지구를 놓다’, ‘아침이 좋다’, ‘거꾸로 도는 물레방아’, ‘문득’을 비롯해 시 67편이 실렸다.

전남 담양에서 태어나 45년째 인천에서 살면서 ‘털보식물원’을 운영하는 김석렬 시인은 나무를 키우고 꽃을 피우듯 진실하고 담백한 시어로 가만가만 가슴을 건드리며, 삶의 중심을 어디에 세우고 어떻게 흔들리며 살아야 하는지 들려준다.

무엇보다 시가 어렵지 않아 가독성이 높고 기품이 있다. 하늘 깊고 햇살 좋은 가을날 부담 없이 읽기에 그만이다.

털보 시인 김석렬의 ‘여백이 있는 오후’와 함께 코스모스처럼, 여인처럼, 자전거처럼 가르릉거리며 하루를 보내도 좋을 듯싶다.

"멋을 부리지도 쓸쓸함을 깔아 놓지도 않았다. 잠시 내려놓았던 원고를 다시 펼쳐 들며 그의 삶은 오후쯤에 와 있고, 가진 것은 마음 안의 한 줌 여백뿐이란 사실을 알았다. 그랬다. 백열(白熱)하던 청춘을 지나, 뱀 같은 지혜의 연륜을 지나, 김석열 시인의 삶의 시절은 오후 4시쯤, 그리고 그가 지녀 가진 바는 불가의 공도, 도문의 허무도 아닌, 오직 사람이 가슴 한쪽에 품을 만한 자그마한 여백뿐임을 깨우쳐 느꼈다." 김윤식 시인의 말이다.

호병탁 문학평론가는 "시인은 우리의 정서를 때리는 심상의 기층언어를 선별해 작품에 구사한다. 이에 고향 풍경 위에는 생동감과 맥박이 뛰고 작품은 성공하는 움직이는 예술로 변모한다. 즉, 작품 ‘내용과 형식’은 예술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고향을 그리는 시인의 혈맥에는 아직도 틀림없이 펄떡거리는 싱싱한 피가 돈다"고 했다.

김석렬 시인은 2000년 ‘문예사조’ 신인상으로 등단해 시집으로 「이 그리움이 끝나고 나면」과 「모두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까지는」을 펴냈다.

인하대 사회교육원 소설창작과(5·6·7기)를 수료하고 2001년 부원문학상, 2010년 대한민국 국회외교통상통일위원회 예술인상과 인천시 예술인 표창을 받았다. 칠석천제 인천시 보존위원회 위원장을 지냈고, 현재 한국문인협회 인천시지회 회원, 한국아동문학회 중앙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김석렬 시인은 "고목 끝자락에 핀 한 가지 매화/ 모든 사람의 뒷모습이 이랬으면 좋겠다/ 매운 겨울을 이겨낸 향과 자태/ 아린 가슴으로/ 처절하게 핀 꽃 따라/ 온몸으로/ 모자라고 움츠렸던 언어로/ 향이나 피워야겠다"고 했다.

유지웅 인턴기자 yj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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