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 산곡남중 교장
전재학 인천 산곡남중 교장

‘나는 누구인가?’, ‘온전한 나로 산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는 정체성 찾기에 관해 누구나 갖는 근본적인 물음이다.

「정체성의 심리학」 저자인 박선웅 교수는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자신의 길,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고민했던 정체성 연구의 전문가이자 심리학과 교수다. 그렇다면 그가 연구한 ‘정체성’이란 무엇인가? 

그는 정체성이란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이고 자신에게 의미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삶의 방향에 대해 결단을 내리는 정도’라고 정의한다. 이는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지키고자 하는 삶의 원칙일 수도 있고,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추구하고 싶은 가치일 수도 있다.

널리 회자되는 이야기를 소재로 잠시 생각의 시간을 가져 보자. 누군가 항아리에 큰 돌을 하나씩 넣어 항아리를 가득 채운 후 "항아리가 가득 찼는가?"라고 묻는다면 뭐라 대답할 것인가? 만약 "그렇다"고 대답을 했는데 그가 또다시 조그만 자갈을 꺼내 항아리에 채워 넣기 시작한다면? 큰 돌들 사이에 조그만 자갈이 가득 차니 다시 항아리가 가득 찼다고 할 것인가? 하지만 바로 모래로 가득 채우고 또 다음에 물을 부으면 항아리엔 물이 가득 차게 된다.

이 실험이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순간 아무리 바쁘더라도 노력을 하면 더 많은 성과를 얻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필자의 요점은 그게 아니다. 만약 큰 돌을 넣지 않으면 영원히 큰 돌을 넣지 못한다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죽기 마련이고 자기에게 맞는 일을 찾아야 한다. 즉, 인생의 큰 돌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결국 큰 돌을 찾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일이다. 

정체성은 삶의 의미와 방향성을 내포하는 인생의 내비게이션이다. 여기에 조화와 일관성이 함께한다. 정체성을 갖는다는 것, 이는 자기 삶의 주인이 자기임을 천명하는 것이다.

지극히 당연한 사실인데도 그동안 우리는 이를 잊고 단지 타인이 정해 놓은 성공의 길이란 포장된 도로만을 따라 소모적 경쟁에 매달려 험하게 살아온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교훈을 자주 새겨볼 필요가 있다. 즉, 옛것(고전)을 통해 새롭게 배우는 지혜를 터득함으로써 현재의 길을 당당히 낼 수 있고 미래에 펼쳐질 자기 길에 대한 희망도 함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체성이란 세상과 타인의 삶의 교훈을 통해 자기에게 펼쳐지는 모든 사실과 과정을 인지하고 자기 삶에 이식(移植)함으로써 자유로운 선택을 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온전히 받아들임으로써 진정한 삶의 주인으로 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자신의 정체성에 고민하는 사람, 특히 청소년들에게 교육의 힘을 통해 찾아야 할 중요한 큰 돌이며, 나아가 어쩌면 이 시대에 누구에게나 필요한 ‘미움받을 용기’의 후속편이라 믿는다.

요즘 교사로 산다는 것은 고독과 외로움의 처절한 시간을 요구한다. 흔들리는 교직에의 신념과 철학이 조각조각 파편이 나기 쉽고, 궁극에는 교사들의 가슴을 후비고 들어와 풍파를 일으키는 시대다. 그러기에 다시금 내 안에 굳건한 교육에의 신념과 철학을 정립(定立)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세상과 타인의 눈치를 보면서 있는 둥 마는 둥 존재하는(exist)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며 존재하기(present) 위한 필요조건이다.

교사 스스로 자기 영혼의 엑스레이 사진을 가지고, 자기의 목적지가 찍힌 내비게이션을 가지며, 삶에 대한 지침과 가치판단의 기준을 가짐으로써 자기에게 무엇이 정말 중요하고, 자기가 행복한 순간은 언제이며, 자기의 삶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알고, 그로써 어떤 삶을 살 것인지에 관한 결단을 하며, 자기가 가야 할 곳을 알아 어떤 일에 집중하고, 거절하고, 미룰지를 판단하는 모든 일련의 과정들이 바로 교사의 정체성을 찾아 교사답게 살아가는 길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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